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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올인하는 탈북여성들 "어장관리가 뭐예요?"


입력 2015.08.08 10:15 수정 2015.08.13 23:54        박진여 기자

탈북여성들 남한 남자 섬타는 것 이해 못해 '일편단심형'

한국 정착 탈북자 3만명중 2만명이 여성 '또 다른 상처'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북한이탈주민 100쌍 합동결혼식'에서 신랑·신부들이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탈북녀 A 씨는 남한남자 B 씨의 프로필을 보고 단번에 호감을 느꼈다. 결혼정보회사의 주선으로 A 씨와 B 씨의 '소개팅'이 성사됐지만 B 씨는 단 한 번의 만남 이후 A 씨에게 연락을 끊었다. "나에게 호감이 있어서 만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한 A 씨. 한국 남자에 대한 실망감이 생겼다. 연락이 끊긴 지 한 달쯤 지났을까. B 씨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복잡한 A 씨의 마음과는 달리 B 씨는 아무렇지 않게 "뭐해요?"라고 물었다. A 씨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며칠 간 고민하다 B 씨에게서 느꼈던 호감을 믿고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은 또다시 끊겼고 A 씨는 한국 남자를 믿지 못하게 됐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애정통일 남남북녀’ 같이 남한 남성과 북한 여성 간의 연애를 그린 예능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남남북녀’ 간의 연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탈북 여성들은 한국식 '소개팅 문화'를 접할 때마다 당혹스러워 한다. 탈북 여성들은 이성과의 첫 만남이 성사될 때 이미 호감을 가지고 만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엔케이결혼정보회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탈북여성은 이성과 '첫 만남'만 잘 이뤄지면 결혼까지 생각한다. '엔케이결혼'은 남남북녀 결혼정보업체로서 탈북 여성과 남한 남성을 대상으로 연애부터 결혼까지 책임지는 커플매칭 전문 업체다. 엔케이 결혼은 올해까지 총 400커플을 탄생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엔케이결혼(남남북녀 결혼정보업체)'의 김모 실장은 '데일리안'에 "한국에서는 소개팅을 하면 한 사람을 여러 번 만나 사귈지 안 사귈지 결정하거나, 여러 사람을 만나 한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호감을 쌓는다"며 "반대로 북한 여성들은 이성을 만날 때 ‘여러 명을 만나본다’라는 게 매우 생소하고 이런 경우 '바람난 여자'로 인식해 한 명을 만날 때 매우 신중하게 모든 마음을 건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귀지는 않지만 마치 사귈 것처럼 친한척하며 주변 이성들을 동시에 관리하는 이른바 '어장관리'식 한국 연애 문화에 상처받는 탈북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탈북자들을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실장은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3만명중 2만명이 여성으로, 혼기가 찬 탈북여성들이 사랑과 한국사회 정착을 위해 온 마음을 바칠 남성을 찾는데 한국 남성들은 ‘그냥 한번 만나보자’는 식이 많다”며 “남북 문화적 차이이긴 하지만 자칫하면 상처가 많은 탈북여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실장은 “북한 구조상 여성이 한동네에서 여러 명을 만날 수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에 온 탈북 여성들에게 '(이성을) 그냥 한번 만나본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실제로 '일편단심 순정파'가 대부분인 탈북 여성들은 이성과의 첫 만남을 통해 결혼까지 이어지는 확률이 60-70%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한 남남북녀 커플의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맺어준 커플 중)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된 남남북녀 커플이 있는데 남편이 큰 병에 걸려 산골로 들어가 요양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다. 이때 탈북여성은 주변의 만류에도 '좋은 날 흐린 날 상관없이 함께 가는 게 부부 아니냐'며 남편을 간병해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며 "탈북여성들은 일편단심이면서 의리도 강하다"고 소개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남북 커플 간 서로 마음을 확인한 후 결혼이 성사되고 나서 발생하는 문화적 차이도 존재했다.

김 실장은 "한국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걸 북한 사람들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외도'가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성문화가 북한보다 개방적인 편이라 경우에 따라 외도를 '바람'으로까지 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북한의 경우 외도는 무조건 '바람'"이라며 "술 먹고 도박하고 이런 것도 마찬가지로 용서할 수 없는 배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여성들 중 이런 상처를 받아 마음을 닫고 잠복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언어 성씨 음식 등 모두 같지만 문화적 차이로 힘들어 하는 탈북여성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한국사회에 탈북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주목하며 "이들의 성공적 정착이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피력했다.

김 실장은 "한국사회에서 통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다"며 "'남남북녀 커플'이나 탈북자 커플 등이 한국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잘 정착해야 통일로 더 빨리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남남북녀 커플의 2세는 '통일'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며 "엄마 혹은 아빠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며 통일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가정을 이루고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작은 통일'을 시작으로, 그 2세들이 엄마 혹은 아빠의 고향인 북녘을 잊지 않고 통일을 위해 노력해 '통일한국'이라는 '큰 통일'을 이루어 내야하고 반드시 그럴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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