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LG 봉중근, 회생의 길 걸을 수 있나
A급 마무리에서 올 시즌 구위 저하로 성적 추락
선발로의 복귀도 검토 대상..생존 장담 못해
올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 트윈스 마무리 봉중근(35)의 보직 변경 여부가 팀 마운드 개편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봉중근은 2012시즌부터 올해까지 4년째 LG 마무리를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 3시즌 연속 20세이브 이상(26세이브·38세이브·30세이브)을 기록, 리그에서도 A급 마무리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평균자책점이 4.78로 치솟았고, 4승2패 13세이브(구원부문 6위)에 그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벌써 4차례나 저질렀다. 시즌 초반에는 봉중근이 등판할 때마다 오히려 상대팀 팬들이 역전을 기대하며 봉중근의 이름을 연호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14일 SK전에서도 봉중근은 4명의 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하나 밖에 잡지 못했다. 홈런 2방 포함 3안타를 두들겨 맞았다. 봉중근은 마무리로 전환한 2012년 이후 3년간 총 5개의 피홈런 밖에 허용하지 않았는데 올 시즌에는 벌써 6개의 홈런을 내주고 있다. 특히, 장타 허용률이 부쩍 높아진 봉중근의 부진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위 저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봉중근을 차라리 선발로 복귀시켜야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봉중근은 원래 선발이 더 익숙하다.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2007년 LG 입단 후 2011년까지 꾸준히 선발투수로서 활약했다. 2008시즌부터는 3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사실 봉중근이 2012년 마무리로 전환한 것도 본인의 의지보다는 팀 사정에 의한 선택에 가까웠다. 당시 LG는 수년째 마무리 부재로 고민을 안고 있었고, 봉중근도 팔꿈치 부상을 당해 긴 이닝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봉중근의 마무리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LG는 봉중근이 끝까지 팀 승리를 잘 지켜내며 가을잔치에 대한 오랜 한을 푸는 등 성공적인 3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다. 사실상 올 시즌 가을잔치가 멀어진 LG는 내년 이후를 대비한 리빌딩을 생각해야하는 처지가 됐고, 마운드 개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마무리 투수로서 불규칙한 등판대기와 박빙의 승부에 대한 부담은 봉중근에게도 큰 스트레스라 체계적인 컨디션 관리와 완급조절이 가능한 선발투수로 복귀하는 것이 새로운 방법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현재 봉중근을 대신할 대안이 없는 LG 입장에서는 고민이다. LG 필승조 중에 정찬헌과 유원상은 기복이 있고 종종 장타를 허용하는 빈도가 높다. 이동현은 구위는 좋지만 연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당장 이닝을 늘리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봉중근의 보직 변경에 대한 논의는 결국 시즌이 끝난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봉중근이 선발로 전환한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애초에 봉중근이 마무리로 전환한 결정적 이유도 당시의 팔 상태로는 오랜 이닝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어깨와 팔꿈치에 수술 경력이 있는 봉중근이기도 하다.
또 4년 전에는 봉중근이 LG 선발진의 에이스였지만, 지금은 외국인 투수 2명 외에도 류제국, 우규민 등 토종 선발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봉중근이 선발로 돌아오더라도 4-5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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