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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집회 진압 의경 "나도 처음엔 강경진압인 줄 알았지..."


입력 2015.09.06 10:32 수정 2015.09.06 10:33        목용재 기자

불법 시위 벌여놓고 강경진압했다고 인권 침해 시비 다반사

"물대포·캡사이신 동원, 그만큼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는 것"

지난 4월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며 광화문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제가 의무경찰로 복무하기 전에는 경찰이 정말 민주적인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줄 알았어요. 막상 의경이 돼서 현장 가보니까 모든 집회에는 법적 기준이 있는데 시위대들이 이 기준을 지키지 않는거에요. 사회에는 규범이 있기 마련인데, 집회 참여자들이 이런 것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부산 동래경찰서 경비작전계 양수환 수경)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 진행되던 추모집회가 불법 집회로 변질되면서 경찰은 경고방송 이후 캡사이신과 물대포를 사용했다.

집회 신고 사항외였던 '청와대 진격 행진'이 벌어졌기 때문에 경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공권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하지만 불법 시위자들에 대한 비난보다는 물대포와 캡사이신, 차벽을 동원해 시위대를 저지한 경찰에 오히려 “인권침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런 경찰에 대한 비난은 세월호나 노동개혁 등 민감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강경진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찰로서는 최대한 집회·시위 대응 규칙을 세부적으로 마련해놓고 있지만 그들이 겪는 고충은 여전하다.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양수환 부산 동래경찰서 경비작전계 수경(22)도 마찬가지다. 불법을 일삼는 시위꾼들이 ‘폴리스라인’이라고 불리는 질서유지선을 어기는 것은 일상이고, “너희들이 뭘 아느냐. 정부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욕설을 퍼붓고 억지훈계를 해대는 시위꾼들의 말도 묵묵히 들어줘야 한다. 특히 집회 소음 기준을 지키지 않고 확성기를 통해 소리를 질러대는 시위꾼들을 볼 때마다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의경으로 복무하기 전, 모든 시위에 대한 경찰의 진압을 ‘강경진압’으로 봐왔던 양 수경은 올해 불법 집회로 비화된 세월호 집회나 민주노총 시위 등을 보고 한국의 시위문화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

양 수경은 4일 ‘데일리안’에 “경찰은 과잉진압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 소리를 안듣기 위해 규칙을 세부적으로 정해놓고 있다. 시위 진압과정에서 물대포나 캡사이신을 사용했다는 것은 시위 자체가 저돌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로 변질됐기 때문”이라면서 “시위대가 시끄럽게 소음 기준을 넘어설 때도 확성기를 바로 뺏는 것이 아니라 경고방송을 여러차례 한다. 이런 것을 시위대가 지켜주지 않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호소했다.

양 수경은 “시위도 좋은데 집시법에 나와있는 규정대로 정해진 장소에서 일반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기준을 지켜가면서 하면 누구도 얼굴 붉히지 않고 건전한 집회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급작스럽게 도보 행진으로 바뀌는 시위 같은 경우엔 사전 신청도 안된 상태니까 차벽세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 및 시위의 보호와 공고의 질서유지를 위해 경찰은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 질서유지선 침범 시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만원이하의 벌금·구류·과료가 부과된다.

집회 및 시위 시 소음도 주간에는 65~75db, 야간에는 60~65db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확성기 등을 경찰 측에서 일시보관을 하는데 이를 또다시 거부시 6개월 이하의 징역과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가 부과된다.

양 수경은 “대부분 소음 유지명령, 중지명령을하고 필요시에는 확성기와 북, 꽹과리 등을 일시 보관해 소음기준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회현장에 나간 경찰과 의경들을 모독하는 시위자들이 많아 오히려 의경과 경찰들이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상당수다. “시위도 즐겁게 해야 한다”며 시위 현장에서 술을 마시며 시위를 벌이는 상당수의 시위꾼들은 술에 취한 채로 혈기 왕성한 의경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한다.

이와 관련 부산동래경찰서 진압담당 윤영복 경장은 본보에 “저처럼 직업상 시위대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그렇다고쳐도 의경 친구들은 의무복무로 시위 현장에 나가는 사람들”이라면서 “시위자들의 아들 또래라고 봐도 되는데, 이들이 의경들에게 시비를 걸때가 많다”고 말했다.

윤 경장은 “의경들은 아직 어려서 한창 혈기왕성하고 현장에 나가면 방패를 들고 교대근무로 계속 서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노래 부르고 술마시고, 꽹가리치고 그러면서 노는 시위자들 가운데 술 취하면 의경들 앞으로 와서 조롱한다. 어린 의경들이 이를 쉽게 참기는 힘들어 충돌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경이나 경찰도 방패를 들고 계속 서있으면서 시위대가 술 먹고 노는 모습을 보면 힘이 빠지는데, 거기에 조롱까지 해대면 의경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너무 안타깝다”면서 “최근 집회들이 불법으로 변질되는 경향이 있어서 시민들에게 건전한 집회를 위한 홍보와 계도 작업을 다양하게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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