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 표절 의혹, 배우에게 '강요'하는 방송 환경
<김헌식의 문화 꼬기>카피와 저작권의 양면성의 아쉬움
윤은혜의 표절 논란은 '패션 카피'라는 말을 새삼 부각시킨 사례였다. 만약 누군가의 옷을 카피했다면 백번 잘못한 일일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베끼는 일은 옳지 못하다.
다만, 저작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서로 창작의 영감을 얻어 한층 진일보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앗아갈 수도 있다. 자신을 위한 만족감이 아니라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쾌감이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짧은 기간에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도록 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윤은혜의 사례를 통해 되짚어 보게 만든다. 그것은 방송만이 아니라 기업 그리고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창작 풍토에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이는 아무레 창조적이어도 어느 정도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의 망각과 무지의 베일이 그것을 직접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주의 헌사는 아닐지라도 영감을 받은 작품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공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한편으로 더욱 엄하게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 창조적인 작업은 물론 그 결과물의 향유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해서 당장에 도덕적 윤리적인 파탄자로 몰아가기 보다는 공동창작적인 측면을 인정하는 측면도 필요하다. 그렇게 파탄자로 규정된 이들은 당장에 표절성을 인정을 거부하면서 자기 방어 논리로 빠져들게 되고 법정으로 가도 결국 유야무야 된다.
서로의 감정의 골은 상하고, 그 창작물의 진일보에 대한 논의는 도외시 된다. 오로지 인터넷같은 매체의 트래픽만 높여줄 뿐이다.
문화예술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는 자기 스스로 만족감을 갖기 위한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미적 쾌감과 행복감을 주기 위해서이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이런 미적 쾌감과 행복감을 얼마나 줄 수 있는가에 모아진다. 자칫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만족감에 집착하기 쉬워진다.
또한 무엇보다 자신의 독창성을 중심에 두고 사고를 펼치기 쉽다. 이러한 독창성을 강조할수록 천재성이라는 단어에 쉽게 천착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찬탄의 대상으로 삼기 쉬운 독창성은 쉽게 달성되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반드시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는지 알 수도 없다.
윤은혜가 출연한 '여신의 패션'이라는 프로그램은 회마다 새로운 패션 작품을 선보이도록 했다. 그것도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라 배우 윤은혜에게 말이다. 물론 배우이면서 디자이너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한 행태도 패션 카피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무리한 창작을 연예인들에게 강요하는 방송환경이다. 이런 일들은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도 그렇다. 또한 비단 패션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오디션이나 리메이크 관련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전문 뮤지션 뿐만 아니라 일반 연예인들도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여야 한다. 갈수록 이런 경쟁환경은 강화되고 있고, 우월적인 평가를 듣기 위해서 주목을 끌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단기간에 주목을 끌 수 있는 작품을 마련해 내야 한다. 제한된 방송 제작 조건에서 창작물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도용과 표절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다.
창작에는 절대 고독속에서 개인에게 절대적 시간과 집중력, 노동시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방송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절대적으로 주어져야 할 창작의 조건은 간과되고, 결과물만을 바라는 풍토가 이런 카피의 행태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창작이나 창조에 필요한 주변여건이나 가용자원 등은 제대로 갖춰주지 않으면서 뛰어난 결과만을 요구하는 강박의 모순을 자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따라서 윤은혜의 사례는 비단 연예인 개인의 도덕적인 윤리문제를 넘어 우리의 방송 제작 그리고 사회의 창조 문화 환경을 되짚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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