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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니퍼트 이대로 작별? 붙잡아둘 장치 없나


입력 2015.09.12 08:19 수정 2015.09.12 13:4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재계약 전망 불투명

일본프로야구 규정 도입한다면 잔류 가능성 높아

이대로라면 다음 시즌 니퍼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 연합뉴스

대표적인 장수 외국인 선수 더스틴 니퍼트가 시즌 후 두산과의 재계약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벌써 5년째 두산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인품과 낯선 한국 땅에서의 적응 여부 등 모범 외국인 선수의 교과서로 불린 니퍼트다.

니퍼트는 입단 첫해 29경기에 나와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단숨에 두산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이후 매년 두 자리 수 승수를 거두는 등 선발진이 취약한 두산 마운드를 기복 없이 지켜내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올 시즌 니퍼트는 부상에 시달리며 기량이 급격히 떨어진 모습이다. 15경기에 나와 3승 5패 평균자책점 5.74는 지금까지 봐왔던 니퍼트의 위용과는 거리가 멀다. 급기야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니퍼트를 구원진에 합류시켰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는 지난 9일 넥센과의 원정경기서 5회말 팀의 3번째 투수로 등판했으나 1이닝 동안 3피안타 2사사구 5실점(4자책)으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하필 이날 두산이 넥센에 3위 자리를 내줘 충격이 배가됐다.

이대로라면 두산과 니퍼트의 내년 시즌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니퍼트는 이미 30대 중반에 접어든 베테랑 투수이며 고질적인 부상까지 안고 있어 두산 입장에서는 재계약서를 내밀기 머뭇거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5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두산 팬들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실제로 두산 선발진 가운데 니퍼트보다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는 사실상 전무하다. 올 시즌 에이스로 성장한 유희관은 니퍼트 입단보다 2년 늦은 2013년에야 유망주 껍질을 깼고, 장원준은 올 시즌 영입된 외부 FA 선수다. 기량 하락이 아쉽지만 이대로 니퍼트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두산 팬들의 진심이다.

KBO리그 규정을 살펴보면 각 팀 외국인 선수는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제한하고 있다. 즉시 전력감인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지난 2009년 KIA 타이거즈는 로페즈-구톰슨이라는 원투 펀치를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고, 가을잔치를 치르는 팀들 대부분 특급 용병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니퍼트의 2016년은 두산과 함께 하지 못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

그렇다고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KBO의 폐쇄적인 외국인 선수 관련 규정의 보완이 그것이다.

최근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3명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적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까운 일본프로야구를 살펴보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한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육성선수를 포함해 제한이 없다는 것이 한국과 큰 차이다. 물론 1군에서는 4명까지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투수 4명, 타자 4명으로는 불가능하다. 투수를 3명 등록했으면, 반드시 타자 1명이 포함되어야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KBO리그와 비교하면 훨씬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10년 이상 뛴 외국인 선수는 아예 국내 선수로 취급된다는 이점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알렉스 라미레스와 54홈런을 기록했던 알렉스 카브레라가 있다.

만약 일본의 규정이 당장 도입된다면, 니퍼트가 내년에도 두산과 함께 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국내 선수로 분류되려면 앞으로 5년을 더 뛰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보유한도가 무제한이라면 2군에서 몸을 만들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150만 달러에 달하는 몸값은 상호 절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아직까지 외국인 선수 규정 개정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보유 한도가 늘어나거나 제한이 없어질 경우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선수협회 측에서 강한 반대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빤하다.

90년대말 외국인 선수들을 들인 한국프로야구는 리그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는 부분에 대해 대부분 동의한다. 퓨처스 리그(2군)도 마찬가지다. 육성군 성격의 퓨처스리그가 아닌 보다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된다면, 밥그릇 싸움이 아닌 제대로 된 리그 운영도 가능하다. 보다 열린 자세가 필요해 보이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규정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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