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급 반사 신경’ 메이웨더, 왜 맞지 않을까?
한 수 아래 베르토 상대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 역대 최고의 수비력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가 자신의 은퇴 경기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메이웨더는 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6.7㎏) 통합 타이틀전에서 도전자 안드레 베르토(32·미국)를 상대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3-0, 117-111 118-110 120-108)을 거뒀다.
이로써 메이웨더는 통산 전적 49전 49승(26KO)을 기록하며 무패 복서로 남게 됐다. 이는 복싱의 전설 로키 마르시아노의 최다 경기 무패 기록과 타이다. 앞서 메이웨더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모두의 예상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파이팅 넘치는 양 선수의 불꽃은 간헐적으로 나왔고, 지루한 경기 양상에 장내에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메이웨더의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그대로였다.
도전자인 베르토는 적극적으로 메이웨더를 몰아 붙였지만 유효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빠른 잽에 이은 훅 공격을 들고 나왔으나 메이웨더는 이를 간파한 듯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좀처럼 정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메이웨더도 가만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베르토의 공격이 이어지고 난 후 빈틈을 정확히 노려 상대 안면에 펀치를 꽂아 넣었고, 점수는 계속 쌓여갔다. 경기 중후반 두 선수의 거친 말싸움으로 주심이 주의를 준 것이 유일한 볼거리였다.
아웃복서인 메이웨더는 극단적인 수비형 복서다. 가드를 내린 채 몸을 뒤로 젖히고, 상대의 펀치가 나오면 슬쩍 피한다. 수세에 몰린다 싶으면 얼른 클린치를 시도해 위기를 모면한다.
그렇다고 수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주먹을 내밀게 되면 찰나의 빈틈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여지없이 번개와 같은 잽이 나온다.
이 같은 극단적인 수비형 전략은 복서 출신인 아버지(메이웨더 시니어)와 삼촌(로저 메이웨더, 제프 메이웨더)대에서부터 개발됐고, 메이웨더가 완성시켰다. 여기에 곤충을 연상시킬 정도의 반사신경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찬사를 받아도 무방하다.
이렇다 보니 메이웨더와 맞붙는 상대들은 경기 내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인파이터들은 수차례 허공에 펀치를 휘두르다 제풀에 쓰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메이웨더와 같은 아웃파이터들도 잽에 포인트를 잃어 달려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메이웨더의 위력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극대화된다. 이미 페이스를 잃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상대들에게 메이웨더 특유의 도발이 시작된다. 경기 도중 미소를 짓거나 트래시 토크, 또는 상대를 자극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그러면 상대는 크게 흥분하게 되는데 이는 메이웨더의 늪에 더욱 빠져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번 베르토전 역시 메이웨더가 의도한 대로 진행됐다. 메이웨더는 경기 초반 가벼운 몸놀림으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베르토가 거칠게 공격을 퍼붓지만 곤충급 반사신경으로 펀치를 모두 흘려보냈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도발이 시작됐다. 흥분한 베르토가 같이 맞받아쳤지만 이미 헐떡거리는 숨을 참기 어려워보였다. 다시 메이웨더의 점수 쌓기용 잽이 이어졌다. 평정심을 잃은 베르토는 궤적 큰 펀치를 날렸고, 이는 메이웨더의 회피 능력 하이라이트 장면에 하나둘 추가됐다.
너무도 얄미운 경기 운영 방식이지만 메이웨더의 무패 업적이 폄하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동안 수많은 복서들이 메이웨더를 깨기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갖고 나왔지만 성공시킨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메이웨더는 다운조차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최후의 보루라던 매니 파퀴아오(필리핀) 역시 메이웨더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극단적인 인파이터인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의 스피드를 잡을 적임자로 꼽혔지만 오히려 메이웨더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은퇴를 선언한 메이웨더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기록될지는 미지수다. 무패라는 업적과 재미없는 내용이라는 두 얼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이런 논란이 가중될수록 메이웨더의 ‘머니’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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