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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배우 송강호, 왜 '사도'를 택했을까(인터뷰)


입력 2015.09.17 09:44 수정 2015.09.22 10:19        부수정 기자

이준익 감독 연출작 '사도'서 영조 역 맡아

"화려한 기교 없이 정공법으로 다가선 작품"

배우 송강호는 "'사도'는 정공법으로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뤄서 끌렸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충무로 대표 흥행 배우 송강호가 '사도'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는 조선시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 이야기를 재조명하는 작품으로 2005년 '왕의 남자'로 1230만 흥행신화를 기록한 이준익 감독이 10년 만에 선택한 정통 사극이다.

지난 16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에게서는 작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사도'는 '설국열차'(2013·935만명) '관상'(2013·913만명) '변호인'(2013·1137만명)으로 한 해에 2000만 관객을 동원한 그가 택한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됐다.

대세 배우 유아인까지 가세한 영화는 '암살', '베테랑'에 이은 또 한 편의 천만 영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드라마의 인기 소재로 대중에게 꽤 익숙하다. 영화는 1956년 개봉한 '사도세자' 이후 약 60년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날 '사도'의 압도적인 예매율 수치를 언급하자 송강호는 환하게 웃으며 "한껏 고무돼 있긴 하다"면서 "언론 시사회 평은 좋지만 일반 관객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변호인'을 마치고 '사도'를 택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사도'는 정공법으로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뤄서 끌렸어요. 주관적 해석과 영화적 장치를 배제한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퓨전 사극은 아니에요. 역사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역사를 표현했습니다."

영화 속에는 40~50대의 영조부터 노회한 70대의 영조가 나온다. 특수 분장은 필수였고 목소리, 손짓, 걸음 등을 나이에 맞춰 연기해야 했다. 외적인 변화보다 더 어려웠던 건 외로운 왕의 내면 연기였다.

"평생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외롭게 지낸 군주의 삭막한 정서를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했습니다. 이건 특수 분장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영조가 쓰는 말에서 그의 인생이 묻어나오길 바랐습니다."

송강호는 특히 목소리에 더 신경 썼다. "감독님은 제가 술을 먹어서 목소리가 그렇게 나온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셨어요. 유아인 씨는 어디선가 괴성이 들려오면 '송강호 선배님가 오는 신호'라고 했고요(웃음)."

배우 송강호는 "'사도'는 정공법으로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뤄서 끌렸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조가 사도의 죽음을 확인하고 흐느끼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송강호는 "이 장면은 대사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영조의 모습을 연기하다 보니 대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오열했다"고 전했다.

극 중 영조는 사극 특유의 말투와 현대어를 번갈아 쓴다. 세자를 야단치는 장면에선 '너 1년에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드니?'라고 한다. 이는 영조가 실제로 한 말이었다고 송강호는 설명했다.

"'사도'를 준비하면서 역사 공부를 했는데 왕도 우리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했더라고요. 제가 애드리브로 대사를 뱉은 장면은 없어요. 텍스트 그대로, 포장 없이 영조를 담아냈죠."

송강호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 꿰뚫고 있었다. 영화를 찍기 전에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통해 사건에 대한 배경 등 세세한 부분까지 알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역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 영조시대 재위 기간 내내 왕위 계승 정통성 논란에 시달린 영조는 학문과 예법에 있어 완벽한 왕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자신의 기대와 달리 세자가 어긋나자 기대는 집착으로 바뀌고 세자와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아들을 둔 송강호는 영조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충분히 이해했다"며 "영조가 왕이기 때문에 받은 남모를 고통, 수십 년간 느꼈을 외로움을 공감했다"며 "겉으론 소리를 지르지만 눈빛엔 나약한 감정이 깃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대리청정하는 장면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고. "오랜 시간에 걸쳐 벌어진 일을 이틀로 압축해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데 이건 좀 아닌 듯했죠. 더군다나 아들이 유아인인데...하하."

배우 송강호는 "'사도'는 정공법으로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뤄서 끌렸다"고 말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외로운 왕이자 아버지를 연기한 송강호는 실제 어떤 아버지일까.

"제가 경상도 남자인데요. 겉으론 무뚝뚝한데 정이 깊은 편랍니다. 제 아들은 저보다 다정다감한 남자였으면 해요."

상대 역 유아인에 대해선 "연기를 매력적으로 잘한다"고 극찬했다. "'완득이' 뒤풀이 때 유아인 씨를 보려고 기다렸는데 아인 씨는 안 오고 김윤석 씨만 온 거예요. 하하. 아인 씨는 저보다 똑똑하고, 연기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는 배우랍니다."

유아인과는 낯을 가린다는 공통점과 영화 속 비극적인 관계 때문에 최근에서야 친해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개봉을 앞두고서야 너(유아인)와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단 말이냐"라며 영화 속 대사를 재치 있게 패러디했다.

"사실 저는 현장에서 말수가 별로 없는데 아인 씨도 그랬어요. 그래서 '야 이놈 편하네'라고 생각했죠. 우리 둘 다 인위적인 관계를 싫어하는 편이에요. 아인 씨가 처음에 절 무섭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나중에야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됐죠(웃음)."

송강호는 "'사도'는 성적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영화가 잘 되면 좋지만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다. 진심을 담아서 영화를 촬영했고 진심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면 목표를 이룬 것으로 생각한다.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차기작은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다. 항일 무장단체 의열단을 소재로 한 영화로 작품을 위해 턱수염을 기르고 있다.

"원래 깔끔한 편이에요. 멋 내려고 그런 건 아니고요. 운이 좋게 괜찮은 작품이 들어왔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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