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 조정위 간담회 제안 거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가 조정위원회의 간담회 제의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17일 한 소식통에 따르면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전 내부 회의를 진행한 결과, 조정위의 조정당사자간 간담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정위는 전날 삼성전자·가족대책위·반올림 등 조정당사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오는 18일부터 24일 중 하루를 잡아 비공개 간담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삼성전자의 보상위원회 보상 방식을 비롯, 재발방지 대책 및 사과에 대한 향후 조정절차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가족대책위가 조정위의 간담회 제안을 거부한 것은 이미 삼성전자가 지난 3일 발족한 보상위원회에 참여해 보상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조정위의 이번 제안을 수용할 경우 자칫 보상절차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족대책위는 삼성전자가 발족한 보상위원회를 통한 피해자 보상문제 해결 입장을 재천명한 셈이 됐다. 다만, 보상절차가 마무리된 후 재발방지 대책 등 관련 논의는 조정위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송창호 가족대책위 대표는 조정위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데 대해 "신속한 보상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상위원회에 집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현재로선 보상절차를 마무리하는데 집중할 계획으로 나머지 사안들은 그 이후에 다시 중지를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당사자 중 한 축인 가족대책위가 조정위의 간담회 제의를 거부하면서 간담회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조정위는 향후 협상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조정위의 갑작스런 간담회 제안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검토 중"이라며 "18일 확정해 조정위에 답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빠듯한 일정으로 갑작스러운 간담회 제안을 해 왔기 때문에 일정 조율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가족대책위는 당초 반올림 내에 있던 8명의 피해자 가족 중 반올림의 협상 노선에 이견을 보인 6명(김은경·송창호·유영종·이선원·정애정·정희수)이 지난해 떨어져 나와 구성됐다.
하지만 이번 보상위 참여 결정 과정에서 간사를 맡아온 정애정씨가 반발, 지난 9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5명 체체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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