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8년만에 해결 수순
다음달 초 보상 시작으로 8년간 끌어온 이슈 마무리
"모든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보상할 것"
삼성전자가 보상위원회를 통해 다음달 초 보상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8년을 끌어온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속한 보상을 통해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직업병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근로자 황유미 씨가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황 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산재인정을 위한 법정싸움을 벌이고 같은 해 11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결성되면서 노동자들의 백혈병 피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반올림간 현격한 문제 인식의 차이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다 지난 2013년 12월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2014년 2월 고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더 높아지게 됐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해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노동자들에게 사과의사를 밝히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보상 문제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협상 의지에도 불구하고 반올림이 신속한 보상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 등이 아닌 삼성 내 노조 설립 등 본질에서 벗어난 이슈들에 보다 집중하면서 내분이 발생했다.
당초 반올림은 유족과 피해자 대표 8명 외에 변호사와 노무사 등 활동가 4명이 포함돼 꾸려졌는데 활동가들이 문제 해결보다는 무리한 요구한다는 분위기가 유가족들 사이에 형성된 것이다.
이에 지난해 9월 9월 반올림에서 함께 활동하던 6명의 피해자 가족들(송창호, 이선원, 김은경, 정희수, 유영종, 정애정)은 협상 과정에서 의견 충돌을 겪은 뒤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나가게 됐다.
이후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 등 3자가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교섭을 중재해 줄 조정위원장으로 김지형 전 대법관을 추천하면서 조정위를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됐다.
올해 초부터 활동을 시작한 조정위는 몇 차례 면담과 협상을 거쳐 지난 7월 23일 1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 설립을 골자로 한 제 1차 조정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된 권고안에 대해 삼성전자와 가대위는 반대, 반올림은 찬성하는 등 상호 이견을 보이면서 조정위를 통한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가족대책위가 신속한 보상 등을 이유로 삼성 측과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후속조정 절차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고, 삼성전자도 협상 당사자간 입장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며 조정위에 추가 조정기일 지정 보류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3일 보다 신속한 보상을 위해 백혈병 보상위원회를 발족, 본격적인 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가족대책위도 보상위 참여를 선언하고 피해자들이 신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본격적인 보상지원활동에 착수하는 등 신속한 보상 절차가 이뤄지게 됐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신속한 보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피해자 한분 한분 모두 보상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보상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반올림(황상기, 김시녀)과 보상위 참여 결정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행보를 달리하고 있는 정애정 가족대책위 간사 등은 보상위 참여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어 향후 문제 해결 과정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