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석유화학업계 영향 '미미'
디젤 수요 감소→휘발유 수요 증가→나프타 가격 상승 가능성
석유화학업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유의미하게 보기 어려워”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사태가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석유화학업계에서는 가능성은 있으나 유의미하게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향후 유럽의 디젤 차량 판매가 위축되면 중장기적으로 유럽의 휘발유·나프타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나프타 가격이 석유화학 업황과 관계없이 오른다면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익성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럽은 1990년대 이후 디젤 차량의 비중이 높아져 지난 몇 십년간 디젤은 순수입하고 휘발유는 순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유럽에서의 디젤 수요가 줄어들면 휘발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그만큼 유럽의 휘발유 수출이 줄어들면 나프타 수출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유럽의 나프타는 주로 아시아의 나프타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데,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나프타의 유럽 물량이 줄어들게 되면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변화에 따른 NCC(나프타분해설비) 가동률 변동과 무관하게 나프타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이는 NCC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작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무리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디젤의 수요 감소와 나프타 가격 상승 사이에 유의미할 정도의 연관성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디젤 수요 감소로 인해 나프타의 가격이 상승하려면 두 가지의 예측 경로가 가능하다.
첫 번째 경로는 디젤의 수요가 감소해 상대적으로 휘발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 나프타로부터 나오는 휘발유의 가격도 상승해 나프타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로다. 그러나 휘발유 생산은 나프타로부터 나오는 것보다 원유에서 직접 정제된 것이 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원유에서는 디젤, 휘발유, 나프타가 각각 따로 나오는데, 이중 나프타에서 휘발유를 뽑아낼 수는 있다”며 “그러나 나프타에서 나오는 휘발유는 부산물 개념이기 때문에 휘발유 생산을 나프타로부터 한다는 것은 경제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경로는 디젤 수요 감소로 인해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유 가격이 상승해 나프타 가격도 같이 상승하는 경로다. 휘발유의 수요가 증가하면 그만큼 휘발유를 생산할 수 있는 원유의 수요도 증가하므로 원유 가격이 같이 상승하고, 그렇게 되면 원유로부터 나오는 나프타의 가격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디젤 수요 감소에서부터 나프타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는 사이에 휘발유 수요 증가, 휘발유 가격 상승, 원유 가격 상승 등 단계가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디젤의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해도 나프타의 가격이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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