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폰' 잘 빠진 롤러코스터 스릴러
신선한 소재-팽팽한 긴장감 '뻔한 스릴러 탈피'
손현주·엄지원·배성우 탄탄한 연기도 한 몫
롤러코스터를 타듯 흥미진진한 추격스릴러가 한 편 나왔다. 영화 '더 폰'은 잘 빠진 스릴러를 기다렸던 영화 팬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더 폰'은 1년 전 살해당한 아내 조연수(엄지원 분)로부터 전화를 받은 고동호(손현주 분)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벌이는 단 하루의 사투를 그린 추격스릴러다. '과거의 아내와 통화가 연결되면 그녀를 구할 수 있다'는 신선한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 추격 스릴러와 차별화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 고동호와 조연수는 전화라는 매개체 하나로 과거의 비극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들의 달라지는 과거와 현재, 조연수와 고동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도 순식간에 죽음의 문턱 앞에 다시 선다.
무엇보다 손에 땀을 쥐는 반전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다른 스릴러 장르와 달리 극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공개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면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노련한 연출력이 더해진 결과다.
시공간을 뛰어넘은 소통은 해외 작품에선 여러 차례 다뤄졌지만, 국내에선 흔치 않은 시도다. 무엇보다 신인 감독 김봉주의 패기가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탄탄한 시나리오와 리듬감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어지럽게 전개될 수 있는 이야기는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인과 관계와 갈등구조를 명확히 드러낸 것은 물론, 시공간을 오가는 장면과 장면의 전환이 매끄러웠기에 가능했다.
특히 전혀 다른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두 명의 40대 가장 고동호와 살인마 도재현(배성우 분)의 대립을 통해 이야기의 갈등구조를 더욱 극대화한 점이 흥미롭다.
다만 비현실적 설정에 설득력을 더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령, 태양 폭발이라든가 딸을 지키려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도재현의 모습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행스러운 것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이 같은 아쉬움을 잊게 해준다는 점이다.
손현주는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에 이어 또 한 번 스릴러 장르로 관객들 앞에 섰다.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추격 액션 연기와 몰입도 높은 연기력으로 절박한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갈비뼈에 금이 가고 손톱이 부러지는 악재 속에서 벌이는 투혼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의 마음까지 파고든다.
배성우 역시 인대 부상을 안고 촬영에 임했음에도, 믿고 보는 배우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섬뜩한 연기를 선보였다. 엄지원은 연기 인생 최초로 과감한 액션 연기에 도전해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한편, 영화의 결을 더해주는 조연들의 연기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조달환은 위기에 처한 고동호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의 딸 경림에게는 친근한 삼촌 같은 존재로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듬직한 인물로 변신한다. 황보라는 고동호의 직속후배 혜진 역을 맡아 지금까지 보여준 역할과 달리 소탈한 면모를 과시한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황석정이다. 기발한 물건을 개발하는 사무실을 운영하는 광현 역을 연기한 황석정은 짧은 시간에 시선을 강탈하며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더 폰'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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