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흥남철수 항해사 도끼만행 대위 부인 초청했다
한미 우호의 밤, 흥남철수 러니 제독·독립도운 두건 대사 등 직접 소개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 소재한 멜론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 한국과 인연이 깊은 미국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행사장에서 이들은 직접 소개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발전은 이 자리에 계신 참전용사와 평화봉사단, 주한미군, 재미동포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한미동맹은 양 국민을 우정과 신뢰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지지 않는다'라는 한국의 속담을 소개한 뒤 "한미간의 우정과 인연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미 양국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공동의 가치와 이상으로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다"며 "한국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며, 한·미 동맹은 미국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근현대사에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을 한명씩 소개하며 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두건 대사를 언급하며 할아버지부터 아버지와 자신까지 이어진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두건 대사의 조부는 조선의 독립을 도왔고 부친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냈다. 두건 대사는 현재 한국의 명예시민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처럼 한국이 식민지에서 광복을 이뤄낼 때도, 또 전쟁을 거쳐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이뤄내는 과정속에서도 미국은 한국의 가장 든든한 동맹"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1950년 12월 1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을 구한 위대한 주인공이 있다"며 라우니 중장과 러니 제독, 당시 작전을 총 지휘했던 알몬드 장관의 외손자인 퍼거슨 대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러니 제독은 특히 '흥남철수' 당시 메르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로 1만4000명의 피란민을 남한으로 피란시킨 장본인으로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이에 러니 제독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살을 에는 혹한 속에서 유일하게 한국말로 '빨리 빨리'를 외치며 단 한 명이라도 피난민을 배에 태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흥남 철수의 진정한 영웅은 구출 결단을 내린 라루 선장과 자유를 위해 용감히 탈출한 피난민"이라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영웅은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집과 마을을 떠난 한국인들"이라며 "우리는 한국과 한국인을 도운 것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1976년 8월18일 이른바 ‘북한군, 도끼만행 사건’ 당시 피살된 A. 보니파스 대위 부인 마르시아 보니파스 여사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전쟁 중 실종된 남편의 귀환을 기다리다 올해 2월 작고하시기 전 남편이 실종된 낙동강변에 유골을 뿌려달라고 유언한 블랙스톤 여사도 소개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재미동포사회에 대해 언급하며 국제 개발금융의 콘트롤 타워인 세계은행 김용 총재,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주한대사를 역임한 성 김 부차관보도 소개했다.
또 1950년 8월 미 제2보병사단에서 근무하던 중 낙동강변 야간 정찰을 자원하여 나섰다가 실종된 제임스 호머 엘리엇 대위의 자녀들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우리가 꿈꾸는 통일 한국은 자유와 인권이 강물처럼 흘러넘치고, 평화의 방벽이 산처럼 우뚝 솟고, 번영이 평원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나라"라며 "양국이 더 큰 평화와 번영의 원대한 꿈을 공유하면서 희망찬 미래로 함께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한미 양국의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미 행정부·의회 등 정부 고위인사와 싱크탱크·학계·언론계 등 미국 여론 주도층 인사, 한국전 참전 용사, 평화봉사단원, 재미동포 대표, 독립유공자 후손 등을 포함한 6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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