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리마인드’ 삼성…선구자적 결단 필요하다
삼성 소속 선수들 불법 도박 혐의로 논란
한국시리즈 엔트리 포함 여부, 초미의 관심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이 한국시리즈를 벌이기도 전에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9일, 삼성 소속 선수 2명이 홍콩에 다녀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사에 들어간 경찰은 선수 2명의 계좌를 압수수색함과 동시에 통신조회 영장 등을 발부 받아 원정도박 혐의 및 조직폭력배와의 연계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본격적인 수사 시점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측은 해당 선수들에 대한 내사 초기 단계이며, 제보를 바탕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일단 해당 선수들은 합숙에 참가, 정상적으로 팀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중일 감독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동요할 생각은 없다. 수사기관에서 선수를 불러 조사를 하고 원정 도박이 사실로 드러나면 법대로 처리할 것이다. KBO와 구단에서도 규정에 따라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시리즈가 당장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을 엔트리에 포함 시킬지의 여부다. 삼성 구단도 이를 놓고 며칠 째 고심에 빠져있다.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의 엔트리 포함 여부는 삼성의 통합 5연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아직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정황만으로 이들을 처벌할 근거는 없다. 구단 입장에서도 엔트리 제외 등 자체 징계를 내리게 된다면 스스로 혐의를 입증하는 모양새가 된다.
다만 팬들의 인기와 사랑을 먹고 사는 프로 스포츠에서 ‘도덕성 결여’는 제법 심각한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을 무리하게 출전시켰다가는 한국시리즈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더 넓게는 KBO리그 전체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삼성에서 뛰었던 정형식의 임의탈퇴 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정형식은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를 저질렀고, 처벌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임의 탈퇴, 사실상 방출이었다. 삼성은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품위를 지키지 못한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전까지 프로야구 선수들은 적지 않은 음주 사고에 연루됐지만 각 구단들은 전력 손실을 이유로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었다.
실제로 2010년에는 두산 이용찬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지만 내규에 근거해 잔여경기 출장 금지 및 벌금 500만원, 사회봉사활동 20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롯데 투수 고원준 역시 2012년 같은 이유로 벌금 200만원과 장학금 500만원 후원, 사회봉사활동(유소년 야구지도) 40시간 징계가 전부였다.
하지만 삼성의 단호한 결정은 타 구단에도 좋은 본보기가 됐다.
LG 투수 정찬헌은 지난 6월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저지른 뒤 3개월 출장 정지와 벌금 1000만원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KBO 상벌위원회는 잔여 시즌 출장 정지와 함께 유소년 봉사 240시간이라는 중징계를 더했다.
LG 베테랑 정성훈 마찬가지다. 다만 정성훈의 음주운전은 앞선 사안들에 비해 경중이 약했다. 피해자도 없었고 도로에서 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반영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무관용 원칙’이 적용됐다. 정성훈은 구단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 KBO로부터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120시간과 잔여경기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프로 선수들은 개인 기량과 관계없이 철저한 자기 관리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를 어겼을 경우 단호한 징계 또한 뒤따라야 한다. 이번 도박사건 역시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제2, 제3의 사태가 나오지 말란 법 없다.
지난해 삼성의 정형식 관련 본보기 철퇴는 제 살을 깎는 아픔이 뒤따랐지만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결정이라 모든 이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만약 혐의가 입증될 경우, 삼성 구단이 다시 한 번 선구자적 결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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