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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총재 출신 민유성, 롯데 '진흙탕 싸움' 주도 왜?


입력 2015.10.21 14:07 수정 2015.10.21 15:09        김영진·김해원 기자

국가경제에 도움 안돼...진흙탕 싸움 주도에 일부 역효과 우려도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동주 회장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SDJ코퍼레이션 고문)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 국책은행 총재가 민간 기업이자 가족간의 분쟁일 수도 있는 일에 직접 나서 싸움을 부채질 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 고문은 소송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유의 언변으로 언론과 직접 접촉해 롯데의 치부를 건드리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의 비서실장 교체나 신 총괄회장이 직접 걸어가는 퍼포먼스를 언론에 공개한 것도 민 고문의 작품이다.

특히 민 고문은 롯데그룹 치부인 중국사업 손실과 호텔롯데(IPO)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롯데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소송제기 이후 거의 매일 이슈가 터지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이다. 또 롯데그룹은 여론을 의식한 듯 SDJ 측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민 고문은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언론사들도 직접 방문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역효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런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좋은 결과만을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는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등 경영현안이 산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에 제 3자이자 과거 국책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싸움을 주도하는 것은 롯데그룹 전체나 국가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국책은행 총재를 지낸 인사가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에 직접 나서는 것이 옳은 행동인지 모르겠다"며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은 기업이나 가족간의 분쟁일 수 있는데 거기에 개입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 고문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맡았다. 민 고문은 경기고와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MBA를 받았고 리먼브라더스, 모건스탠리, 살로먼스미스바니 등의 대표를 지냈다. 이후 MB라인으로 분류돼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과 자원개발에 적극 동조했다.

지난 16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 모습. 왼쪽부터 신 총괄회장,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대표, 정혜원 SJD코퍼레이션 상무, 민유성 SDJ 코퍼레이션 고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연합뉴스

민 고문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있으면서 추진했던 미국 리먼브라더스 본사 인수는 치부로 남아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리먼브라더스 인수 작업은 수행되지 못했다.

그는 산업은행 내정 당일에 리먼브라더스와 비밀유지협정서를 맺으면서 산업은행장에 내정되기 전부터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자원개발에 적극 동조하는 과정에서 캐나다 투자금융회사인 아르시아이(RCI)캐피털을 국내 에너지 공기업에 소개해주면서 민 고문의 딸이 아르시아이캐피털과 고용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민 고문과 관련된 언급에 신중한 입장이다. 전 국책은행 총재가 기자회견 등을 이끌며 신 전 부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퇴임 회장이 민간 기업에 관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정혜원 상무와 관련해서도 산은금융지주에 잠깐 계셨던 분으로만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홍보 상무는 민 고문이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서울 대표로 일할 당시 홍보업무를 담당하며 인연을 맺었다. 민 고문이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뒤 홍보팀 팀장으로 근무했다.

민 고문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 과정을 보면서 신 전 부회장 측에서 많이 당하고 있다고 판단해 안타까웠다"며 "과거처럼 신동빈 측은 한국을 맡고 신동주 측은 일본을 맡고 신격호 회장은 대표이사로 복귀시키는 게 이번 소송전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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