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주간지 실린 신격호 기고문, 정말 직접 썼을까?
언론 노출 극도로 꺼려왔던 '은둔의 경영자'...SDJ 측 주장 반복 수준
국내 한 온라인 경제매체에서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에 실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수기(手記)'를 보도한 가운데 이 수기가 정말 신 총괄회장이 직접 쓴 글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글 내용 대부분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에서 롯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 총괄회장은 70여 년간 경영 활동을 하면서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던 '은둔의 경영자'였다. 신 총괄회장의 글이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보도된 것도 의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최근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에 수기를 게재했다고 알려졌다. 이번에도 수기라고 보낸 문서 끝부분에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94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직접 글을 썼을 것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은 70여년 경영활동을 하면서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며 조용히 경영에만 매진해왔던 인물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창업자로서 롯데그룹의 기업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신 총괄회장이 자신과 기업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이러한 행동을 스스로 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다 글 내용 대부분이 지난 12일 신 전 부회장이 일본에서 가졌던 기자회견의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신뢰를 떨어뜨린다. 즉 이는 신 총괄회장의 뜻이 아니라 SDJ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것이다. 12일 기자회견 당시 일본 언론의 반응은 상당히 냉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DJ 측은 지난 7월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이후 지속적으로 신 총괄회장만을 앞세우고 있다. 그것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공개된 형태가 아닌 어떠한 상황에서 작성됐는지도 알 수 없는 동영상, 위임장, 지시서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월 신 총괄회장 집무실이 언론에 처음 공개됐을 때도 SDJ측은 한참 동안 문을 걸어 잠근 채 내부에서 협의를 진행 한 이후에 극히 짧은 시간만 인터뷰를 허용했다고 현장에 있었던 이들은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기자는 "당시 신 총괄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같은 대답만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SDJ 측에서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알리고 있는 동영상, 위임장, 지시서 등을 내세우기 전에 직접 신 총괄회장이 나서서 기자회견을 한다든지, 그의 뜻이 어떤 건지 직접 듣기를 바라고 있다.
SDJ측은 지난 10월에도 신 총괄회장이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직접 걸어서 병원에 가는 모습을 공개하며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려 했지만 병원 측에서 "건강에 대한 어떤 코멘트도 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신 전 부회장에 대해서도 더 이상 아버지에게만 기대는 모습을 버리고 진정한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이사회와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무역업 및 도소매업'을 위해 SDJ코퍼레이션이라는 한국 법인을 만들었지만 몇 개월간 본업에 충실한 대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소송과 언론플레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한국에 도소매업을 하는 법인을 세웠으면 거기서 경영 성과를 내는 것이 첫째 임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마치 허수아비처럼 국내외 언론에 내세워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지속한다면 그 누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롯데의 경영자로서 임직원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 기업 가치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임직원과 이사회, 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난 14일 서울 시내 면세점 결과 발표에 따라 롯데 월드타워점을 잃게 됐을 때 신동빈 회장은 곧바로 언론을 통해 월드타워점의 임직원 고용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고 전원 고용 방침을 발표했지만 신 전 부회장의 첫 언론 일성은 자신의 경영권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며 "두 사람의 상반된 태도를 대한 롯데 임직원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