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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입법안들? 얼굴에 점찍고 또 나올건데...


입력 2015.12.10 10:56 수정 2015.12.29 10:20        데스크 (desk@dailian.co.kr)

<류여해의 명명백백>발의한 의원도 자신이 발의한 법인지 모른다니...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진입로.ⓒ데일리안

국회가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12월 임시국회를 개회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 선거구획정 등을 중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라고 하는데 그럼 1만건이 넘는, 아니 정확히는 1만 1412건의 법안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법안들을 보면 이미 비용추계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고 나름 고심의 흔적들이 뭍어 있는 법안도 있다. 놀라운 것은 정말 많은 제정법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지나가던 강아지도 웃을 만큼 어이 없이 만든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이상형 법안도 있지만 꼭 필요한 법안도 그 안에는 많이 들어 있다. 소방관의 처우에 관한 예산안도 빠졌다고 하니 중요법안의 순서조차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작년인가 템플스테이 예산이 빠져서 급당황하던 기사도 기억이 난다. 의원들은 법안의 실적을 발의 건수로 자축을 한다. 입법왕이라고 서로 상도주고 국회사무처 법제실의 법제관들도 덩달아 많이 만든사람이 우수법제관이 된다.

많이 만들면 과연 좋은 것일까? 단어하나 만들어도 실적이되고 17대 계류되다가 폐기된 법안을 꺼내들고 성형을 해도 실적이 된다.

19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고 한다. 갑질이 연이어 보도가 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 국회의원도 심심찮게 보도가 된다. 하다못해 비서관의 봉급도 삥을 뜯는 제보가 들어 왔다. 사실이 아니길 빌어 보지만 사실 같다.

가결률이 11%라고 하는데 이번에 임시국회에서 급하게 가결율을 높이기 위해서 마구잡이식으로 통과시키는 것이 아닐까 두렵다.

계류 중인 법안을 꼼꼼히 살펴보니 헛웃음 나올 만큼 어이없는 것들이 산재되어 있다. 과연 고민하고 만든 것일까 의심이 간다.

한복 입으면 혜택을 주는 법도 있었다, 과학자들을 유공자로 만드는 법안도 있었다, 가뭄을 극복하는 법안도 있고, 악취에 대한 규제법도 있다, 수치심에 관한 법안까지 있으니 참 다양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4일 19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은 총 1만 7170건이었는데, 8일 현재는 1만 1670이니 그사이 또 많이 통과가 되었다. 통과된 법안들은 우리를 다시 통제하게 될 것이다. 1초에 하나씩 통과가 되고 있나 보다.

하지만 나머지 법안은 19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되는 내년 5월 29일까지 통과가 안 되면 모두 폐기된다. 2016년이 되면 여야는 총선(4월13일) 에 힘을 기울일 것이고 그렇다면 이들 미처리 법안 중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다시 역산해 보면 20대 국회는 17대 국회(3154건 자동폐기), 18대 국회(6301건 자동폐기)를 능가하는 종이 휴지를 만든 법안 국회가 될 것이다. 종이가 아깝다.

대리운전자를 보호하는 법안은 발의 될 때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논의도 되지 못한채 계류중이다.

공무 중 부상을 당한 채 퇴직했지만 상이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소방관과 경찰의 진료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국가 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정부 발의)과 낚싯배에서의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한 ‘낚시관리 및 육성법’ 개정안(대표발의 윤명희 의원)도 상임위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세월호 사태때 법안이 발의 되어 있었지만 통과되지 않아서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구명조끼에 대한 법안도 국회문턱을 못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겸직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의원이 구속돼 있거나 회기 중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의원의 특권을 포기하는 법안은 일부러 안보는 것인지 아니면 모른척하는 것인지 통과 될 기미가 없다.

특권 내려놓기는 참 느리게 움직인다. 국회의원들 세비를 3% 슬쩍 올리려 했다가 다시 반납했다. 본인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는 빠르다.

폐기되는 법안이 많다고 아까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나온다. 그런데 절대 아까워하지 말아 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그 법안들은 이번 19대 때 태어난 신생아가 아니고 대부분 17대부터 만들어 졌던 법안이며 이미 성형도 해봤고 제목 바꾸기도 해봤고 여러 가지 모습 바꾸기를 통해 이번에도 얼굴을 내민 것이다.

20대 국회에도 누군가 부지런한 의원과 의원실 보좌진에 의해서 다시 세상으로 고개를 내밀 것이니 절대 아까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국회의원 실명제 말고 법안도 실명제를 해야 한다.

누가 기획했고 의뢰했고 입법의 초안을 작성했는지. 그리고 누구의 손에 의해서 고쳐졌는지 성형과정이라도 꼭 기록을 남겨야 한다. 하다못해 사과도 배도 실명제인데 왜 법안은 실명제를 하지 않는 것일까?

발의한 의원이 자신이 발의한 법인지 몰랐다는 웃긴 이야기에 더 이상 웃어 주지 말고 냉정하게 그들을 심판하자.

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폐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잘못 만들어진 법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감시를 해야 한다.

글/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형사법박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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