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의 선택 '꽃길이냐 끝길이냐' 결론은 '꿈'
'지역구'는 꽃길, 비난 피하기 어렵고
'험지차출'은 '낙선 리스크' 크고
'비례대표'는 '정치적 무게감 저하' 우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일 "제 지역구에서 심판받겠다"며 비박계를 중심으로 언급되고 있는 '험지차출'과 '비례대표출마'를 거부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수군거리고 있다. '험지차출'이야 여러 이유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비례대표출마'를 마다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험지차출론'은 당내 중진급 이상의 전국적인 인지도를 지닌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상대적으로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구에 출마하라는 것이다.
김용태·김성태 의원 등 전·현직 서울시당위원장은 지난 10일 공동 성명을 내고 안대희·김황식·정몽준·오세훈·이혜훈·조윤선·이준석 등을 거론하며 '서울 험지차출론'을 제기한 바 있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험지차출론'이 표면적으로 새누리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서울 강남 지역 등 이른바 '꽃길'에 출마하려는 거물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 칼끝은 사실 '진박(眞朴)'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장 서울 험지출마론을 거론한 김성태·김용태 의원 모두 비박계다.
진박 겨냥했던 '험지차출론' 김무성에겐 '양날의 칼'
하지만 '험지차출론'은 정작 김 대표에게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친박계 인사들은 '험지차출론'을 역으로 이용해 당의 수장인 김 대표가 나서서 '솔선수범'을 보일 것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험지차출론'은 김 대표로서는 받을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우선 대권을 향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 대표로서는 '험지'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곤란하다. 또한 '험지'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험지(險地)'가 아닌 '사지(死地)'로 차출될 수도 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험지차출론'을 거부한 것에 대해 "지역구 의원이 자기 지역에서 출마하겠다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극히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김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A 의원은 "(김 대표가 험지출마하면)지금 지역구민들은 뭐가 되느냐"며 지역구 주민들에 대한 신의의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김 대표라는 거물이 와서 지역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로 뽑아줬는데, 그것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벤트 하듯이 험지로 가라고 하는 것은 웃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비례대표출마'에 대해서도 "비례대표의 취지는 전문성인데, 대표로서 전국 유세를 돌아야하기 때문에 비례를 가야한다는게 말이 되냐"며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당에서 불가피하게 '해라'라고 해서 당을 위해 한다면 몰라도 기초상식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덧붙여 '아예 불가능'이라고 못박지는 않았다.
"남자가 꿈을 가졌으면 과감하게 모험에 도전해야"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험지출마'를 거부하고 '비례대표출마'를 마다하는 것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소속 B 의원은 "남자가 꿈을 가졌으면 과감하게 모험에 도전해서 그 꿈을 펼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김 대표가 지역구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 점잖게 비판했다.
B 의원은 특히 19대 총선에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례대표 후순위로 출마했던 예를 들면서 "어떻게 보면 기회가 주어졌을때 과감하게 당을 위해서 자신을 던져보는 것도 좋을텐데 김 대표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 당 중진들은 안전한 것만 찾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대표가) 지역구에 남아있으면 진박들은 '험지출마'하라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할 자신은 꽃길을 가냐는 불평이 나올 것이고, 그렇다고 '험지'로 출마하게 되면 낙선의 위험을 마주해야하며, 비례대표로 출마하면 내빼는 모양으로 총선의 승패와 상관없이 김 대표의 무게감이 떨어질 것"이라며 "김 대표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선거가 5달여 남짓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김 대표는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를 고집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결과를 통해 대권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김 대표가 4년전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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