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 조국, 이젠 교통정리까지 "문은 진보, 안은 중도"
필요에 따라 문 대표 '호위무사', '대리공격' 나서
호남 의원 "오히려 '양날의 칼' 될 것"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결국 탈당을 결정하면서 제1야당의 분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는 가운데 조국 서울대 교수의 훈수가 다시 구설에 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의 막후 실세는 조국 교수"라며 사실상 조 교수가 '상왕(上王)'이라고 비꼬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조 교수는 14일 자신의 SNS에 "천정배, 안철수 의원 등 자신들의 ‘사실상의 수장’이 희망이 없는 정당이라고 규정하고 탈당했으면 즉각 같이 탈당하여 '수장'에게 힘을 모아주어야 하지 않느냐"며 안 의원의 탈당 책임으로 문 대표의 사퇴를 종용하는 '구당모임'을 힐난했다. 전날에는 "이제는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입장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며 다른 의원들의 선택을 종용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지난 11일에도 안철수 의원과 문 대표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을 때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혁신안 실천을 위한 비대위인지 혁신안 폐기를 위한 비대위인지 잘 보아야 한다"며 "비주류는 후자의 입장임이 분명한데, 안철수 의원의 입장은 무엇이냐"며 안 의원을 압박했다.
조 교수의 훈수 정치는 이번 만이 아니다. 멀게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통합부터 시작된 그의 '정치훈수'는 최근 '훈수'를 넘어 '대리공격'으로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조 교수는 지난 10월 21일 자신이 속했던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를 비판한 안 의원을 향해 "안 의원은 아직 '지구'가 아니라 '화성'에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대선 이후 '안철수 현상'은 사라졌고 '국민의 안철수'에서 '새정치 비주류의 안철수'가 돼 버렸다"며 "안 의원은 매우 공격적인 방식으로 존재감을 살리고 지지층을 재결집시키고자 한다"고 혁신위를 비난한 안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경쟁자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무엇을 내놓으면 즉각 토를 달고 반박하는 방식을 계속 취하면서 과거 캠프 사람 일부도 다시 모이는 것으로 안다"면서 "눈에 힘 주고 거친 말투를 구사한다고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고 말해 문 대표를 비난하던 안 의원을 맹공격 했다.
조 교수의 이런 발언들이 구설에 오르는 이유는 그가 한 '육참골단' 등의 발언을 문 대표가 그대로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여러 번 보였을 뿐만 아니라 문 대표의 '호위 무사'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 교수를 전형적인 '폴리페서(polifessor·정치에 뛰어든 교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조 교수가 스스로의 다짐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지난 6월 새정치연합 혁신위원 임명 직후엔 '총선 불출마'와 '정치적 묵언(默言)'을 선언하고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끝나는 11월15일에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제 마무리 직전"이라며 "이후엔 여의도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교수로부터 '해당행위자'라며 비난을 받았던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를 두고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국 교수는 이제 혁신위원으로서 임기도 끝나지 않았느냐"며 "지금 아마 학기 중에 있을 것 같은데 열심히 잘 학생들 가르쳐주시고 그 시간에 또 열심히 본인이 그동안 못했던 그런 연구활동에 전념하시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일침했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새정치연합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조국 교수가 정치 훈수를 두는 것에 대해 "조 교수가 문 대표에게 힘을 일어주기 위해서 나서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게 오히려 양날의 칼로 문 대표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야당 관계자도 "조 교수처럼 식자들이 내놓는 여론이나 의견이 나름 의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의견에 절제나 예의가 결여됐다"며 "정치판 기웃거리다 공천, 혹은 장관자리나 얻어볼까 하는 것처럼 보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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