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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권력에 쓴소리 '영원한 국회의장 이만섭' 지다


입력 2015.12.14 19:49 수정 2015.12.14 19:56        이충재 기자

14일 숙환으로 별세…이승만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현대사의 산증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2011년 2월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나도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9선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14일 숙환으로 별세한‘영원한 국회의장’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8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국회의장만 2번을 지냈다. 그는 국회의장과 신한국당 대표서리, 국민신당 총재,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등 한국 정치에서 ‘대통령 빼고는 다 해본’ 인물로 통한다.

실제 이 전 의장은 지난 2006년 당시 한 출판기념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단상에 올라 “9선을 했으면 나도 대통령을 했을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본인이 대통령을 지내지 않았을 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한국 현대사를 함께 써내려갔다.

이승만 정부에선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인연을 맺었고, 이후 박정희 대통령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로 총애를 받았다.

이 전 의장은 기자 시절 보안법 파동을 국회 의사당 기자석에서 지켜보다 “이 자유당 도둑×들아”라고 소리친 기록이 국회 속기록에 올랐던 일화로도 유명했다.

정치부기자 시절인 1963년 31세의 나이에 박 대통령에게 발탁돼 6대 국회에 민주공화당 전국구로 정치에 첫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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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에 들어와서는 박 대통령의 삼선개헌을 끝까지 반대하는 등 고언을 서슴지 않았던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후락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해임을 요구했다가 8년간 정치활동의 공백기를 맞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의 쓴소리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겐 “빠르게만 하려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겐 “민주화 세력에 미안한 마음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때까지 41년간 여야를 거치며 격동의 한국 정치의 현장에 서있던 이 전 의장은 금품수수와 같은 비리 구설에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청렴한 정치인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특히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두 번의 국회의장을 지내며 그의 정치사에 정점을 찍었다. 서로 다른 정권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인물은 이 전 의장이 유일하다. ‘영원한 국회의장’이라는 별칭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국회의장 시절 청와대의 날치기 처리 요구를 거부하고, 당적을 가지지 못하도록 한 것은 국회의 권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 전 의장 스스로도 “자랑스러운 일”로 꼽고 있다.

지난 2004년 16대 국회를 끝으로 현실 정치에서 내려왔다. 당시 그는 “정치인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했다. 은퇴 후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선 “많은 별칭이 있지만 ‘영원한 국회의장’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 전 의장의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특1호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윤복 씨와 장남 승욱, 딸 승희·승인 씨 등 1남2녀가 있다. 영결식은 오는 18일 국회장으로 치러진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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