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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에 맞선 '히말라야' '대호' 너무 닮았네


입력 2015.12.18 07:26 수정 2015.12.18 07:27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①산 ②남성성 ③겨울 ④비주류

최민식 주연의 '대호', 황정민 주연의 '히말라야', 할리우드 SF 전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12월 극장가에서 맞붙는다.ⓒ뉴· CJ엔터테인먼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스타워즈’의 아성에 맞서 연말 경쟁작으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국내 영화 ‘히말라야’와 ‘대호’는 각각 산악인과 호랑이 사냥을 다루고 있지만,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 그러한 점은 같은 운명을 배태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않았어야 한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산에 연관된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에 등장하는 직업군은 산악인과 사냥꾼이다. 산악인과 사냥꾼은 산을 삶의 공간으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산에 남아 생을 마친다는 명제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두 영화도 얼추 그렇게 흘러간다.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智者)는 물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인의 덕을 가진 이들이 산을 찾는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두 주인공도 그렇게 보인다. 호랑이 새끼를 보듬어 주는 대호의 주인공이나 자기 부하의 시신을 찾기 위해 휴먼 원정대를 찾는 히말라야의 또한 산을 범하지 않으며, 자연과 융합하려는 것은 호랑이 사냥꾼이 주인공인 ‘대호’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모두 애잔한 슬픔의 정서가 배어 있다. 그들은 결코 사회에서 주류도 아니며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다는 운명이 관통하고 있다. 두 영화에는 애환의 정서가 공통적이다. 사람에 대한 연민인가 동물과 생명에 대한 연민인가는 좀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족을 중심에 두고 있다. 가족을 위해 산악을 그만두기도 하고 가족 때문에 더욱 인간적인 애환이 끓게도 된다. 사람처럼 호랑이의 가족이 등장하고, 사냥꾼의 가족이야기도 서사 전개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가족 관객을 염두 해 둔 것을 연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 모두 남성 영화에 가깝다. 가장들은 산을 배경으로 활동한다. 그렇지만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죄책감을 갖고 살아간다. 여성들은 참고 인내하며 남성의 활동에 뒷받침하는 인고의 캐릭터 유형을 보여준다. 보통은 쉽지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니 어쩌면 영화에서나 가능한 남성들의 로망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현재의 가장 역할을 고민하는 남성들의 속죄의식이 들어 있다. 그런 남성들의 속죄는 여성관객들에게 호소하는 점이기도 하다. 영화 ‘대호’는 수컷호랑이와 아버지 사냥꾼이 등장해 서로 연민과 동일시, 배려와 포용의 감정을 공유한다. 물론 인간중심적인 관점이 투영되어 있는 점이다.

이외에도 이 영화들은 모두 산을 공간적 무대로 삼고 있는데 비해 계절적인 배경은 모두 겨울이다. 눈과 추위가 관통한다. 주인공들이 헤쳐 나가야 할 환경적 상황을 상징한다. 대체적으로 여름에는 추운 겨울 배경의 영화를, 겨울에는 시원한 여름철의 풍광을 넣는 것이 희소적인 가치를 자극하겠는데, 이 두 영화는 한 겨울에 개봉했다. 겨울에 겨울다운 느낌을 이한치한의 코드인 셈이다. 대형 제작비는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위해 사용되었다. 영화 ‘히말라야’는 풍광에 등장하는 히말라야의 설원과 봉우리, 계곡의 묘사에, 영화 ‘대호’는 호랑이의 형상과 움직임에 집중했다. 물론 지리산의 풍광을 실감나게 묘사하는데도 신경을 써야 했다.

두 영화는 완전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통이지만 영화 ‘히말라야’는 완전한 비극은 아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16좌 등정에 나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화 ‘대호’는 호랑이 새끼도 사람의 새끼도 결국 이어지지 못하고, 수컷과 남성은 자신의 활동공간에 나란히 한 자리를 한다. 삶은 비극의 연속이다. 그 연속에서 결국 아무런 가치를 얻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러한 진리를 일상의 삶 속에서 관객들은 매일 확인하고 있다. 그러한 확인을 극장 영화관에서도 확인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무겁고 진지한 영화라도 해피엔딩일 경우에는 흥행에서 유리했다. 그것은 현실이 그만큼 녹록치 않기 때문이고, 아예 관객의 영화 소비 동기가 뚜렷해졌다. 어떻게든 살아남거나 그런 삶의 여운을 느끼고 싶어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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