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만섭 영정 앞 '울컥' 정의화 "한 없이 부끄럽다"
18일 영결사에서 "의회 민주주의 지키고..." 현 국회 사태 의식한 듯
"나라와 국민부터 생각하라던 의장님의 호통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남아있는 저희들은 지금 이 시간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담담히 영결사를 읽어내려가던 정의화 국회의장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이어 "의장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우리나라, 우리 국민 그리고 국회가 제 길을 못 찾고 흔들리고 있건만, 우리에게 늘 지혜로운 가르침을 주시던 의장님께서 이렇게 가시다니 황망하고 비통할 따름입니다"라는 부분에선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목이 잠기기도 했다.
정 의장은 영결식 내내 대체로 담담한 표정과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는 간단한 인사만 나눴고 영결식이 끝난 뒤에도 별말 없이 행사장을 떠났다.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문 대표는 고인의 생전 영상이 상영되자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기는 등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고, 김 대표는 영정사진을 한없이 응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또한 영상을 보며 고인의 '의회주의 정신'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며칠간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과 주요 민생, 경제 법안의 직권 상정 요구에 치여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장'으로서 고민 깊은 나날을 보냈다. 이런 시점에 '의회주의 정신'을 실천한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영결식은 그에게 의미가 깊다.
그는 ""꼭 의장이 되어 우리 국회를 제대로 바꿔보라"며 저를 격려해주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홀연히 가셨다"는 말로 영결사를 시작했다.
이어 "의장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우리나라, 우리 국민 그리고 우리 국회가 제 길을 못 찾고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에게 늘 지혜로운 가르침을 주시던 의장님께서 이렇게 가시다니 황망하고 비통할 따름입니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하며 방향을 잃은 국회의 현시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정 의장은 '3선 개헌 반대' '날치기 사회 거부' '당적 이탈' '자유투표제 명문화' 등 고인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이룬 업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셨던 의회 민주주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며 "투철한 신념과 원칙으로 어렵게 지켜내신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의장님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의장님의 높은 뜻을 받들어 의회 민주주의를 지키고, 그토록 염원하시던 상생과 화합, 그리고 통일의 길로 가겠다"며 "저희 후배들이 의장님의 뜻을 이어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지난 14일 오후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한 이 전 의장은 1963년 제6대 총선으로 정계에 진출한 이후 8선 의원을 지냈으며 14대 후반기와 16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안장식은 18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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