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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에 설렜던 초콜릿 광고 혜리가 나온 이유가...


입력 2015.12.26 10:28 수정 2015.12.26 10:28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응팔’이 광고계의 블루칩 된 사회문화적 배경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동영상 화면 캡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의 청소년기는 혜리, 성인 연기는 이미연이 맡고 있다. 재밌게도 둘은 같은 기업의 초콜릿 광고 모델 선후배가 되었다. 1988년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초콜릿 광고 모델이 바로 이미연이었고, 2015년 해당 초콜릿의 광고모델에 혜리가 선택되었다.

어떻게 보면 덕선의 미래가 과거 광고 속에 있고, 과거 덕선이가 미래 즉 현재 광고에 있는 셈이 되었다. 이런 ‘교차성’은 광고 모델에 응팔의 멤버들이 낙점되는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혜리는 초콜릿 CF만이 아니라 기존 광고 모델 외에도 10여개의 광고에 출연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응팔에 출연하고 있는 출연진들의 대부분이 기업광고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이렇게 출연진들이 각광받는 것은 응팔과 같은 드라마가 지니고 있는 포괄성 때문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예전 광고들이 다시 인터넷을 통해 회자,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은 매체의 변화에 따른 과거 광고의 ‘공유 콘텐츠’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텔레비전 광고는 당시 빈번하게 노출되어도 일반 시청자들이 다시 접하기 힘든 제한성이 있다. 하지만 응팔과 같은 드라마를 통해서 다시금 환기되면, 인터넷상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인이 생기게 된다. 예컨대,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유아기 때 등장했던, 광고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게 한다. 기성세대의 경우에는 추억의 공유하는 점에서 눈길을 끌 수도 있다.

텔레비전은 올드 미디어라는 특성 규정이 이제 각인 되었다. 예능이나 드라마이든 텔레비전 콘텐츠에서 아주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위험한 짓이 되었다. 타깃을 40~60대를 기본 수용층으로 설정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연령대가 좋아하거나 익숙해 하는 코드에 초점을 맞출 수만은 없다. 젊은 층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서 ‘버벌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콘텐츠를 새롭게 의미부여하는 형태로 콘텐츠의 제작과 활용이 이뤄져야 했다. 광고도 이런 흐름에 맞출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포맷이 올드 해도 항상 새로운 얼굴을 들여야 하는 것과 같다.

요컨대, 복고나 추억 코드가 대세이기 때문에 광고에 예전 광고 콘텐츠나 포맷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광고가 겨냥하는 매체와 그 매체의 수용층에 대한 전제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복고는 이미 ‘레트로’라는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도 2000년대를 향해 진격하여 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 특정시점을 배경으로 제작한 응팔과 같은 드라마든 과거 가요를 재구성하는 뮤직예능 프로그램이든 시청자와 수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가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무조건 예전 콘텐츠에 새롭게 의미부여를 했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는 그대로 현재에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차원의 정서적 매력을 통해 감동의 공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 스스로 이런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방송 매체에 의존하는 것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자본의 축적과 그것의 투입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응답하라’ 시리즈가 잘 보여주고 있다.

복고적 코드가 회귀하는 현상은 콘텐츠의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부분적으로는 옳은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대중화 상품의 기본적인 속성은 친숙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고 콘텐츠화 한다. 그런데 광고에 복고취향이 강하게 개입하는 것은 그만큼 상품과 서비스가 더 이상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인지 모른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일수록 구매를 가질 만큼 자본을 축적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구매력이 있는 이들은 여전히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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