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채널' 김양건 사망으로 남북 소통은 당분간 먹통
8.25합의 이끈 북 주역으로 '공화국 영웅' 칭호 받으며 명성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이던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던 그는 생전 대남·대외 정책 전반을 관장해온 인물로 ‘외교 브레인’으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0일 “김양건 동지가 교통사고로 12월 29일 6시 15분에 73살을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하였다”고 보도하며 구체적인 사고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통신은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의 가장 가까운 전우이며 견실한 혁명동지로서 당과 수령의 령도를 높이 받들고 주체혁명위업의 종국적승리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적으로 투쟁하여온 우리 당과 인민의 훌륭한 아들이다”라고 칭송했다.
김정은의 ‘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그는 과거 1980년대부터 노동당 국제부의 말단 관료에서 국제부장을 거쳐 지난 2007년 통일전선부 부장을 맡아 대남 담당 정책을 총괄해 왔다.
특히 그는 지난 8월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서 ‘8.25 합의’를 성사시킨 주역 중 한 사람으로 북한 내에서 ‘대북 확성기를 피도 흘리지 않고 해결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기도 했다.
김 비서는 8.25 합의 당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북측 대표로 나서 “북남 간 합의정신을 귀중히 여겨 통일을 지향하는 건설적 방향으로 전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합의 이후 북으로 돌아간 뒤에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대담을 통해 “북과 남은 애당초 이번과 같은 비정상적인 사태에 말려들지 말았어야 한다. 쌍방은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수록 이성과 절제를 잃지 말아야 하며 그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언급하며 “북과 남은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성해 나가며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북측 주역으로 당시 평양에서 열린 회담에 유일하게 배석해 김정일 위원장을 단독 보좌했던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에 직접 조문 오기도 했으며 같은 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을 비밀리에 접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10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최룡해 노동당 비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수차례 남북 회담에 참여하며 ‘외교 브레인’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처럼 북한의 명실상부한 ‘외교 브레인’으로 통하던 김 비서가 사망하면서 북한의 대외·대남 외교가 한동안 ‘먹통’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30일 ‘데일리안’에 “김양건 비서가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남북대화의 장기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제1차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김 비서가 사망해 남북관계가 더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실장은 “또한 강석주의 와병으로 김양건 비서가 사실상 국제비서 역할까지 최근에 수행했기 때문에 북한의 대중관계 개선도 지연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김 비서는 1942년 평안남도 안주 출생으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에서 과장까지 승진을 거듭하다 1997년 당 국제부장, 2005년 국방위원회 참사(대외사업 담당), 2007년 당 통일전선부장 등 좌천 없이 탄탄대로를 달린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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