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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과 안철수, 악연일까 인연일까


입력 2016.01.01 10:12 수정 2016.01.01 10:13        이슬기 기자

"생각 안해봤다"는 정운찬, 2013년 데자뷰

안철수에 "생각없다, 잘 하시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근 정운찬 전 총리에 '신당 합류'를 제안한 가운데, 정 전 총리의 행보가 주목된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홀로서기를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연일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다. 상대는 중도개혁성향의 경제전문가이자 동반성장론을 주창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안 의원 측근에 따르면 평소 취재진은 물론 주변 인사들과의 스킨십도 서툴렀던 안 의원이 ‘매일’ 전화를 걸어 신당 합류를 제안하고 있다. 다만 정 전 총리의 반응은 다소 ‘떨떠름’하다.

‘안철수 신당’의 영입대상 0순위로 회자되는 정 전 총리는 지난 23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재벌기업 개혁’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 더민주 의원과 안 의원 측 ‘브레인’으로 꼽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 전 총리는 ‘안 의원으로부터 신당 참여 요청이 왔느냐’는 질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다만 신당 합류 의사에 대해선 “아직 생각을 안 해봤다”고만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안 의원 뿐 아니라 문재인 더민주 대표 역시 정 전 총리를 향한 영입전을 적극 펼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2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 의원으로부터 연락이 몇 차례 계속 오고 있지만 받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 쪽에서도 오라는 제안을 여러 번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동반 성장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용의가 있다"며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합류? 잘 하시라” 냉담에서 떨떠름으로 끝난 정운찬, 왜?

이처럼 정 전 총리가 ‘안(安)이냐 문(文)이냐’를 두고 고심 중이지만, 안 의원과 정 전 총리의 ‘데자뷰’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안 의원이 처음으로 신당 창당을 발표하고 인물 영입에 나선 당시에도 정 전 총리에게 합류를 제안했던 전력이 있어서다.

당시에도 안 의원은 신당 구성을 위해 재계와 학계 명망가들을 접촉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정 전 총리의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합류를 제안하는 등 영입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 전 총리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합류할 생각이 없다”며 “안 의원이 한 번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기에 잘 하시라고 답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두달여 간 ‘정운찬 합류설’이 회자됐지만, 결국 ‘설’에 그친 채 사라졌다.

이를 두고 당시 일각에선 안 의원의 인재영입 스타일이 ‘없는 적’(敵)도 새로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핵심 관계자는 “정말 영입하고 싶었다면, 좀더 물밑에서 진중하게 요청을 했어야한다”며 “그래도 총리를 했던 사람인데 안철수 의원 본인이 직접 온 것도 아니고 사람을 보냈더라. 게다가 상대가 합류한다고도 안 했는데 ‘정운찬 만났다’며 언론플레이하는 모습에 정 전 총리가 상당히 마음이 불편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안 의원의 이같은 방식에 정 전 총리 측이 다소 불편함을 드러내자, 이후 안 의원이 정 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신당에 합류할 뜻이 없음을 밝히되 의례적인 답변으로 의사를 전했으나 또다시 ‘정운찬 접촉’ 등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안 의원은 정 전 총리로부터 상당 부분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안 의원이 정 전 총리에게 여러 차례 합류를 요청했으나, 정 전 총리의 제자들이 나서 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 전 총리의 제자 중 한명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비슷한 시기에 안 의원의 정책 자문 역할을 그만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재벌 개혁 관련 토론회 후 비공개 사석에서도 안 의원이 자신의 경제론과 정 전 총리의 공정성장론의 접점에 대해 상당수 시간을 할애해 홀로 발언, 이후 정 전 총리가 에둘러 불쾌함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찬 행보 가를 두 축, ‘충청’과 ‘중도층 확장’

따라서 정 전 총리가 정계 복귀 쪽으로 결심을 굳힐 경우, 결국 본인이 가진 △충청권 지역 기반과 △중도층 외연확장이라는 강점을 고려해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공주 출신으로 내년 총선에서 캐스팅보트인 중원 표심을 확보하며 당의 외연을 확장할만한 인물로 꼽힐 뿐더러 ‘MB정부 총리 출신’인 동시에 중도층 경제통이라는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

현재 ‘중도 개혁’이라는 점에서 정 전 총리와 안 의원의 이미지가 다소 중첩되는 것을 고려할 때, 정 전 총리로서도 본인의 역량과 존재감을 더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쪽으로 저울질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안 의원의 탈당 이후 더민주는 노동계 출신 강성인사인 이목희 의원을 정책위의장직에 앉히는가 하면, 안 의원을 상징하는 ‘새정치’가 빠진 당명으로 전면 개정하는 등 정체성 굳히기에 한창이다. 문 대표도 탈당파를 향해 공개적으로 "거취를 조속히 결단해달라"고 촉구한 상태다. 총선 체제 전환과 당 노선 확립을 위해 사실상 '나갈 사람은 빨리 나가라'는 역공은 편 셈이다.

반면 신당행을 선언한 더민주 탈당파들은 “보수까지 끌어앉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더민주와의 차별화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안 의원 지지도의 경우, 주로 호남 지역 50대 이상 유권자와 새누리당 일부 지지층이 ‘안철수 신당’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치권에선 정 전 총리가 향후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향으로 행보를 결정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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