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선거연령 18세 하향, 뜬금없나 했더니...
새누리, ‘세계적 추세’ 탓에 시기라도 늦추려는 전략
더민주, ‘야권 성향’ 젊은층 통해 실리 챙기려는 묘안
선거구 공백 사태의 막판 쟁점으로 급부상한 ‘선거 연령 만 18세 하향 조정안’을 놓고 여야의 셈법이 분주하다. 젊은 유권자는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는 보이지 않는 공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오찬 회동에서 선거구 획정안과 노동개혁 5개 법안 처리 등을 협상했다. 이 가운데 ‘선거 연령 하향 조정안’이 막판 중재 카드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쟁점법안 통과를 전제로 선거 연령 하향을 2017년 대선부터 적용하자고 한 반면, 문 대표는 쟁점법안 연계 시 선거 연령 하향을 이번 총선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가 ‘연계’라는 틀에는 공감했지만, 선거 연령 하향 시기와 쟁점 법안 범위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에도 두 대표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의 속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새누리당은 “젊은 유권자가 많으면 선거에 불리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24일 발표한 ‘2015년 12월 만 19~29세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21%, 더민주 26%, 정의당 4%, 없음/유보는 49%다. 여야의 지지율 차이가 크진 않지만 여론조사에 안철수 신당이 제외됐고, 참여에 무관심한 세대 특성상 지표상에 나오지 않은 야권 지지율은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선거연령이 만 18세 이하가 아닌 곳은 우리나라(만 19세)와 폴란드(만 21세) 뿐이어서, 새누리당이 선거 연령 하향을 당위적인 사안으로 보고 있으며, 다만 그 시기는 늦출수록 좋다는 속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표가 ‘2017년 대선부터 적용하자’고 한 것은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협상용’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6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선거 연령 하향은 세계적 추세에 따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새누리당도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젊은 세대가 야권의 지지기반이기 때문에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생각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더민주가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선거 연령 하향이 세계적 추세’라는 것. 하지만 속내는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2030 범위를 넓혀 한 표라도 더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더민주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만 18세 인원들이 투표에 참여할 경우 ‘내생에 첫 투표’라는 식의 바람이 불어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를 통해 야당이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도 “우리나라는 고령층 인구비율이 훨씬 많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이번 총선에서 5060이상 비율과 2030 비율이 2배가량 더 벌어진다는 예측이 있다”며 “더민주 입장에서는 운동장을 수평으로 만들진 못해도 젊은 지지층을 더욱 확보할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선거 연령 하향이 이번 총선부터 시행되더라도 만 18세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란 분석도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19세의 투표율은 47.2%에 그쳤다.
더민주 관계자는 “2017년 대선에선 영향이 있을지 몰라도, 총선은 투표율도 낮고 정치 무관심 탓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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