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오빠생각', 노래는 '훌륭' 감흥은 '글쎄'
임시완·고아성·이희준 주연…아역 노래 일품
'완득이'·'우아한 거짓말' 이한 감독 연출
피가 튀기고 비명이 난무하는 끔찍한 전쟁터. 비극적인 그곳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제로 있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1951년 8월, 시체가 놔 뒹구는 참혹한 전장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만 했던 기억, 사랑하는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참담한 전쟁의 상흔은 인간, 그리고 사회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한상렬 소위(임시완)도 하나뿐인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상처를 지녔다. 살아남기 위해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눠야만 한 그에게 희망, 꿈, 사랑은 없어진 지 오래다.
2년이 지난 1953년 부산. 전출 명령을 받은 한 소위는 부대 내 고아원의 관리·감독을 맡게 된다.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아이들은 가슴 속 상처를 묻어둔 채 마냥 해맑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닫혀 있던 한 소위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이후 자원봉사자 선생님 박주미(고아성)와 어린이 합창단을 만든다.
합창단엔 동구(정준원) 순이(이레) 남매도 있다. 세상에 단둘만 남은 동구와 순이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핏줄이다. 빈민촌에서 갈고리(이희준)에게 이끌려 돈벌이에 나선 동구는 순이와 함께 간다는 조건으로 합창단에 합류했다.
오밀조밀 모인 아이들은 저마다의 상처에 몸부림치지만 아픔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모두가 힘들었고 고통스러웠기에, 서로가 서로의 '힘듦'을 잘 알기에 그렇다.
노래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하기 시작한 아이들. 한 소위는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빛을 본다.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와 진심은 다른 사람들의 가슴도 건드린다.
아이들과 똘똘뭉쳐 지내던 어느 날 한 소위는 합창단을 이끌고 최전방 위문공연을 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순 없다. 한 소위와 합창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오빠생각'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모든 것을 잃은 아이들과 아이들만은 지키고 싶은 한 군인이 전쟁터에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기적을 담았다.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등을 연출한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tvN '미생'(2013)과 영화 '변호인'(2014)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사로잡은 임시완의 차기작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의 부제는 '새해 첫 감동 대작'. 총 제작비 100억원이 든 대작으로 어린이 합창단을 소재로 해 감동을 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영화는 전장이라는 참혹한 공간 안에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각자 다른 사연을 가졌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모습은 다 비슷하다.
서로를 어루만져 주고 얘기를 들어주고 싶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다.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을 여는 창구는 음악이다. '오빠생각'에서 음악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영화에는 '고향의 봄', '대니보이-애니로리', '즐거운 나의 집-친구와 함께', '나물 캐는 처녀', '오빠생각' 등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가 나온다.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지는 화음에 귀가 즐겁다.
영화 전체의 주제와 분위기도 음악이 좌우한다. 어린이 합창단으로 나선 30여명의 아역 배우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음악에 담겨 있다.
포스터와 엔딩 크레디트에 임시완 고아성 이희준 등 성인 배우들 이름이 맨 먼저 올라오지만 아역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영화는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가 흥행한다면 공을 아역 배우들에게 돌려야 할듯하다.
이 감독과 제작진은 총 네 차례의 오디션 과정을 걸쳐 가창력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아역 배우들을 선발했다. 아이들은 각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진성 창법으로 넉 달간 합창곡을 연습했다.
아역 배우들이 합창하는 장면은 볼 만하다. 특히 비극적인 전장의 상황과 대비되면서 감동과 여운이 극대화된다.
정준원, 이레 두 아역 배우의 연기는 성인 배우보다 월등하다. 전쟁을 간접 경험하지도 않았을 나이인데도 성숙한 연기력으로 배역을 소화했다.
임시완은 묵묵히 자기 역할을 소화했다. 평소 반듯한 이미지가 한 소위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도 장점.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선하게 다가온다.
고아성, 이희준 역시 제 몫을 했다. 연기로는 나무랄 데 없는 영화다.
다만 영화가 주는 감동, 메시지의 깊이가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 아역 배우들이 합창하는 장면과 연기하는 모습에선 특유의 순수한 감정이 느껴지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을 뛰어넘는 벅찬 감동과 진한 여운의 폭이 좁다. 노래를 빼고는 그간 봐왔던 전쟁 영화와 크게 다른 점도 없다.
이 감독은 "합창단을 통해 아이들의 상처를 음악으로 보듬고자 했던 순수한 의도와 좋은 마음을 느꼈다"며 "영화를 본 관객들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든 움직였으면 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월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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