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생각' 이희준 "이혜정과 예쁜 결혼식 꿈꿔"
전쟁터 빈민촌 대장 갈고리 역 맡아
4월 비공개 웨딩마치 "행복한 기분"
배우 이희준(36)은 언제봐도 정겹다. '연예인병' 없는 그는 성격 좋기로 유명한 배우 중 하나다.
종합편성채널 JTBC '유나의 거리'(2014)에서 청년 백수이자 착한 남자 창만이로 분했던 그가 '오빠생각'(감독 이한 ·21일 개봉)에서 강한 캐릭터 갈고리로 돌아왔다.
거친 캐릭터를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실제 그는 맑고 반듯한 성품을 지녔다.
이번에 맡은 갈고리는 착한 한상렬 소위(임시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역할이다. 한국전쟁 당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촌 대장으로 전쟁 고아를 돈벌이로 내세운다.
아이들을 미끼로 권력자들에게 붙는 갈고리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 악역으로 보이지만 한 손을 잃은 그가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제로 있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합창단을 이끄는 한 소위, 박주미는 선하고 맑게 나온다. 그들 틈에서 이희준은 자칫 착해 빠질 뻔한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12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희준은 '인상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었다'는 평가에 "다 감독님 덕분"이라고 겸손해했다.
이희준은 비슷한 시기에 '오빠생각'과 '로봇소리'(27일 개봉)를 함께 촬영했다. '로봇소리'에서 국정원 직원 역을 맡은 그에게 갈고리 역은 부담이자 큰 숙제였다. 캐스팅 제안을 네 번이나 거절했다고. 전쟁영화가 주는 무게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고민하던 그는 평소 다채로운 캐릭터에 이끌리는 자기 자신을 믿기로 했다. 마냥 나쁜 사람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악역을 연기하고자 했다.
"제대로 하고 싶었죠. 혐오스럽고 빈민촌에 사는 거지 같은 인물로 표현했습니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상황이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자꾸 넘어지고 실수하는 인간에 끌려요. 착하기만 한 완벽한 인물은 잘할 자신 없어요. 제가 완벽하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웃음)."
'유나의 거리' 인터뷰 때 만난 이희준은 인간이나 작품 속 캐릭터를 이해하는 마음이 배우가 갖춰야 할 본성이라고 했다. 배우의 본성을 지닌 그는 자칫 거부감이 들 수 있는 갈고리에 활력을 넣었다. 이희준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이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모습이 겹쳤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유나의 거리' 등 TV 드라마에선 착하고 멋진 역할만 해온 그는 유독 스크린에서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다. '해무'에서도 그렇고 '오빠생각'에서도 이희준의 숨겨진 본능이 스크린에서 날아오른다.
"남들은 날 사위 삼고 싶어 한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선한 눈으로 악역을 하는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희준은 "인간적이고 부족한 역할에 매력을 느낀다"고 강조한 뒤 "착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도 잘 안되는 모습이 와 닿는다. 한 소위 같은 모범생 역할은 잘할 엄두도 안 나고 어렵다"고 웃었다.
영화가 감동을 내세운 탓일까. 갈고리 캐릭터는 극 후반부에 이르러 흐지부지 흘러간다. 배우로서 아쉬운 지점이다.
"다른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됐어요. 배우로서 아쉽긴 한데 영화 전체 분위기상 어쩔 수 없었어요. 감독님의 선택을 믿었고요. 시사회 전날 감독님으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는데 '편집한 걸 먼저 얘기 못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죠. 배우를 배려하고 말해줘서 감사했습니다."
영화에는 동구(정준원), 순이(이레)를 포함해 30여명의 아역 배우들이 출연한다. 아역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고 배우는 말했다.
"아역 배우들은 절 동료이자 친구로 생각했어요. '동네바보'로 여긴 듯합니다. 하하. 무섭게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어요. 아역 배우들 연기는 저도 감탄할 정도였어요. 연기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였어요. 특히 이레 양의 연기를 볼 땐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죠. 나중에 영화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답니다(웃음)."
아역 배우들의 촬영은 1시간 찍고 30분 정도 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감독의 배려였다. 아역 배우들이 궁금한 부분을 질문해도 이 감독은 단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았다고.
이희준은 "이 감독님은 여유와 배려로 똘똘 뭉친 분"이라며 "배우들을 꼼꼼하게 신경 써주셨다"고 했다.
"갈고리 집을 허물기 전에 제게 뭘 가장 해보고 싶으냐고 하셨을 때 정말 신났어요. 창작자로서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감독님이 그 틀을 잡아 주신 셈이죠."
임시완, 고아성 등 후배들과의 작업도 즐거웠다. 상대 배우를 배려하는 친구들이라서 현장가는 게 설렜단다. 술도 자주 마셨다. 지방 단골 술집이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임시완에 대해서는 "내가 시완이 나이였을 때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대견스러웠다. 캐릭터를 위해 몸을 만들고 피아노, 지휘 연습 하는 걸 보고 진짜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도 노력으로는 뒤지지 않는데 시완이의 노력은 대단했다. 긴 서사의 대작을 이끈 점도 칭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희준은 미대 진학을 꿈꿨을 정도로 그림에 소질이 있다. 고등학교 때 상도 많이 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미술학도가 되는가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
미대 진학을 반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예술에 재능이 있는 어머니였다. 아들이 그림을 즐기는 것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대 진학은 포기했지만 그림은 꾸준히 그리고 있단다. 이희준은 "촬영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보니 주변 인물, 사물을 틈틈이 스케치하게 됐다"며 "배우는 사람을 이해하고 관찰하는 직업이다.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저런 주름이 생겼을까 궁금해하면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어머니 환갑 때는 대구에서 함께 전시회를 열 목표도 세웠다. 전시회 제목도 이미 완성했다. '엄마 소풍가자'란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는 6개월 동안 비좁은 고시원에서 살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닐 때는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주말에는 막노동도 마다치 않았다. '혼밥'을 먹는 일은 다반사였다. 허기진 배를 채워준 사람은 문성근, 강신일, 이성민 등 연극 선배들이었다.
이희준은 한예종 졸업생들이 꾸린 극단 '간다'에 속해 있다. 연극 무대는 포근한 집과 같다. 아름답고 영화보다 더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 연극 무대를 왔다 갔다 하면서 활동하고 싶어요. 현실적인 연기를 다채롭게 하고 싶습니다. 선배들에게 받은 은혜를 후배들에게 물려 주고 싶어요. 밥값, 술값이죠 뭐...하하."
이희준은 배우라는 직업이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유나의 거리'를 하고 나선 옆방에서 들리는 이웃들의 소리가 다르게 들렸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내가 모르는 이런 삶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배우는 말했다.
'오빠생각'을 통해선 팔이 없는 장애를 갖고, 고아들을 데리고 사는 이 아저씨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단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3mm 정도 깊어졌다고 할까요? 현실에 있을 듯한 이 아저씨를 진심으로 가슴에 품기 위해 노력했어요. 갈고리도 이제는 추억이 되겠지만 배역을 통해 아픔을 이해했죠. 좋은 사람이자 배우가 돼야겠다고 다짐도 했고요."
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가슴이 뛰고 영감이 오는 작품"이라며 "홍상수 감독님 작품이나 '연애의 목적' 같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이희준은 오는 4월 모델 이혜정과 결혼한다. 지난해 8월 열애 소식을 알린 후 초고속 결혼 발표라 화제가 됐다.
결혼 얘기를 했더니 쑥스러운 듯 얼굴이 붉어졌다. 결혼 전에 한 작품 더 한다는 그는 "결혼 자금을 모아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선 자신이 조감독, 예비신부가 감독이란다. 행복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어바웃 타임'에 나온 예쁜 결혼식을 꿈꿔요. 외국 영화 속 한 장면이라 판타지이긴 한데 우리 둘이 잘 의논하면 멋진 결혼식이 탄생할 듯해요."
영화 홍보와 결혼 준비에 바쁘게 새해를 시작한 그는 "난 아직 청소년인 것 같다"면서 "올해 나의 동반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만들고 싶다. 좋은 작품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더 넓히는 것도 소망이다"고 했다.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이희준이 꿈꾸는 결혼에 대한 판타지가 궁금해졌다.
"밥을 잘 챙겨 먹겠죠? 스물한 살 때 30만원 들고 상경했는데 거의 12년 동안 '김밥천국'에서 김밥만 먹었어요. 결혼하면 따뜻한 밥을 매일 먹을 수 있어요. 예비신부가 요리도 잘하고 제가 먹는 걸 흐뭇하게 바라봐줘서 고마워요. 맛있는 밥을 든든히 먹고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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