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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사태’ 보다 수백배 더 휘발성 강한 한국-홍콩 '양국'


입력 2016.01.31 09:57 수정 2016.01.31 09:5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한국-홍콩 양국관계'? 전세계서 유일한 표현

대만과는 국민정서상 달라…동북공정 유발시키는 용어

ⓒ강효백

홍콩은 제주특별자치도보다 작은 중국의 시한부 지방자치도시

‘한국-나선특구 양국관계’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령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이 이런 용어를 쓴다면 우리 국민들은 그를 어떻게 처분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가령’ 과 흡사한 구조의 용어가 실제로 우리나라 각계각층에 유포되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홍콩 양국의 활발한 무역관계에 가교역할을”, “한국과 홍콩 등 주요 국가들과”, “한국과 홍콩 양국관계를 더 전면적으로 진전시키는 촉진제가 되기를”, “홍콩, 인도, 중국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들”, “한국-홍콩의 양국관계자들과 기념촬영”, “한국과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 “한국과 홍콩 양국의 금융관계자 20여명이 참석”, “한국, 영국, 홍콩 등 90여개 국가” 등등...

이상은 ‘한국홍콩 양국관계’와 ‘한국 홍콩 등 국가’를 검색어로 포털사이트에 입력해보았더니,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수천 건의 국내기사 중의 극히 일부이다. 종합국력 세계 10위권의 주권국가 대한민국을 제주특별자치도보다 작은 중국의 시한부 지방자치도시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양국관계’로 표기하다니.

최근 대만의 미녀 아이돌이 대만국기를 흔들다 물의를 빚은, 이른바 ‘쯔위사건’보다 ‘한국홍콩 양국관계’ 용어는 더 심각한 위험을 내장하고 있다. UN 비회원국 대만은 국제법상, 특히 한중수교협정상 국가가 아니지만(아니라고 해야 하지만), 독립적 입법행정사법체제와 세계14위 군대와 세계5위 외환을 보유한 ‘사실상 국가’이다. 우리나라와 함께 자유세계수호전선의 전우, 동병상련의 역사를 공유한 대만은 우리 국민감정상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다. 대만아, 미안하다!

그러나 홍콩은 법률상, 사실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중국의 특별지방자치도시의 하나일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쇼핑과 관광의 낙원 이미지 홍콩에서 대만의 눈물과 아픔, 처절함과 미안함이 짙게 배인 페이소스를 공감하기 어렵다.

‘00-홍콩 양국관계’ 상용자는 누구일까? 홍콩의 중국본토화를 아쉬워하는 영국과 일본,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주요언론매체를 의심하고 샅샅이 뒤져보았다. 그러나 ‘00-홍콩 양국관계’ 식 표기는 단 1건도 찾지 못했다. 대신에 ‘양자관계’, ‘쌍무관계’ 가 대다수이다.

현대문명사회가 홍콩을 국가라 불러야 할 이성적, 감성적 이유도, 역사적, 현실적 근거도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왜 우리만 ‘한국-홍콩 양국관계’ 라는 독창적(?)인 악성용어를 고수하고 있을까? 보다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연구 분석이 필요하지만 우선 세 가지 이유를 추론하면 이렇다.

첫째, 글로벌 사회는 광속으로 변하고 있는데 필자 포함 우리 식자층 다수는 과거 서방세계의 쌍팔년도(단기 4288년, 서기 1955년)식 홍콩관(觀)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 둘째, G2시대 중국이 바라보는 홍콩의 현재와 미래가 무엇인가를 알려는 진지한 마음가짐이 미흡하기 때문. 셋째, 중국과 홍콩을 올바로 인식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어떠한 개념정립과 대응책 마련이 우리나라 국가위상과 국가이익에 부합되는가에 대한 자기생각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양이 보는 홍콩은 달의 앞면, 중국이 보는 홍콩은 달의 뒷면

홍콩은 달과 비슷하다. 우리가 바라보는 달은 달의 앞면이지 달의 뒷면은 아니다. 서방세계가 보는 홍콩이 달의 앞면이라면 중국이 보는 홍콩은 달의 뒷면이다. 또한 서방세계의 홍콩은 이지러지는 달과 같다. 2016년 1월 말 현재 홍콩은 잔여수명이 31년 5개월 남은 하현달과 같다. 반면 중국대륙의 홍콩은 차오르는 달이자 2047년 6월 30일 만월을 향해서 커가는 상현달이다. 이처럼 서방세계와 중국의 홍콩관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실례로 상하이 장기체류시 묻어두었던 충격적 추억 하나를 최초로 공개하고자 한다.

중국의 전국운동회(전국체전)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열린다. 1997년 10월 12일 상하이 홍커우 운동장(윤봉길의사 기념관 근처)에서 제8회 전국운동회가 개막되었다. 장쩌민 국가주석, 사마란치 IOC회장을 비롯한 내외귀빈들이 대거 참관했다. 상하이 주재 영사단의 눈과 귀는 ‘홍콩 초대행정장관 동젠화(董建華)’ 한 사람에 집중되었다. 그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3개월이 막 지난 시공간의 신선한 중심인물이었다.

“홍콩수장의 중국내 서열은 과연 몇 위쯤일까?”

각국 영사들은 개막식 시작 선언 전의 짬을 이용하여 저마다 점을 쳤다. 미국과 영국 등 서양의 영사들 대부분은 동젠화가 사마란치 다음의 3순위를 꼽았다. 나머지 대다수는 대개 장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나와 싱가포르 총영사, 둘은 상하이 시장 다음 순위 정도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예상은 다 틀렸다. 홍콩수장은 8명의 상하이 부시장(당시 제8부시장 한정, 현재 상하이 당서기)의 다음 순위였다. 그 다음으로 홍커우구 당서기(구청장)가 호명되었다. 홍콩수장의 지위가 상하이 제8부시장과 구청장 사이라니, 일대 충격이었다. 영사단과 외신기자단이 자리한 외빈석이 한동안 술렁거렸다.

출항한 선상 카지노 스타크루즈호가 공해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크루즈 너머로 홍콩 야경이 보인다. ⓒ연합뉴스

G2시대 용이 아끼는 여의주는 홍콩이 아니라 상하이

우리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기를 죽이고 서방세계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의도적 제스처가 아니었나 의심했었다.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중국의 홍콩에 대한 자리매김은 1회성이 아니라 일관성을 유지했다. 역대 홍콩수장에 대한 카운터 파트너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최저 직할시 구청장, 최고 직할시 시장(시장은 2인자, 시당서기가 1인자)이었다. 기실 홍콩은 중국의 31개 성급광역행정단위도 아니다. 마카오와 함께 2개 행정특구 중 하나인 홍콩을 5개 경제특구 중 하나이자 인접한 선전과 병렬하여 취급하는 추세에 있다.

옛날 중국이라는 '용'에게 홍콩은 유일한 여의주였다. 하지만 21세기 용이 가진 여의주는 여러 개다. 한 자리 수에서 두 자리 수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 용이 가장 아끼는 여의주는 홍콩이 아니라 상하이다. 세계최대항구 상하이를 필두로 선전, 닝보-저우산, 광저우, 칭다오 및 텐진 등의 세계항구물동량 TOP10들과 함께 홍콩은 시나브로 ‘원오브뎀’이 되어 가고 있다.

홍콩은 중국전체면적의 9000분의 1, 베이징의 12분의 1, 상하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홍콩은 특별한 내력으로 인해 무역과 금융업이 발전한, 자치권이 한시적으로 부여된, 중국의 외향성 중대형 항구도시의 하나일 뿐이다. 더구나 중국정부는 2050년 광저우-선전-홍콩-주하이-마카오 일대를 광둥성에서 분리해내어 중국의 다섯 번째 직할시로 승격시키는 메트로폴리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놓고 있다. 그때쯤이면 홍콩은 ‘광저우직할시 홍콩구’로 강등당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우리나라 진해시가 창원시 진해구로 되듯.

홍콩이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런데도 홍콩을 국가로 표기해도 무방할 것 같은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백그라운드는 크게 두 가지. 첫째, 홍콩이 ‘WTO 회원국’으로서 경제 무역 금융 분야에서의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 둘째, 대만에 대한 태도와는 달리 홍콩을 국가로 표기해도 중국이 별다른 항의를 표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편승, 혹자는 글로벌경제시대에 실질적 세계대표 국제기구는 UN(국제연합)이 아니라 WTO(세계무역기구)이라며 홍콩이 ‘WTO 회원국’인데 괜한 트집인가? 반문할 것이다.

홍콩은 국가도 ‘WTO 회원국’도 아니다

그렇다. ‘한국홍콩 양국관계’의 악성용어 주요 배후 중의 하나는 ‘WTO 회원국’이다. UN에서의 중국은 하나이지만 WTO에서 중국은 4개나 된다. 즉, 중국, 홍콩(Hong Kong, China), 마카오(Macao, China), 대만(Chinese Taipei)이다. UN회원자격은 주권국가이지만, WTO 회원자격은 주권국가와 독립된 관세영역(Customs Territory) 두 가지다.

대만, 홍콩, 마카오는 국가가 아닌 관세영역의 자격으로서 WTO 회원이다. 따라서 ‘WTO 회원국’은 오기이다. ‘WTO 회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중국과 홍콩, 중국과 대만과의 체결한 FTA는 국가와 관세영역간의 체결한 WTO체계내의 협정이다.

홍콩의 경제 무역 금융부문의 지표가 웬만한 국가들보다 높더라도 국가로 불러서는 안 된다. 경제지표가 제아무리 높더라도 홍콩은 국가 아닌, 관세영역일 뿐이다.

또한 ‘한국의 3대 수출상대국 홍콩’, ‘세계 제7위의 외환보유국 홍콩’ 등의 표기는 중국경제라는 전체화면의 20~30%정도를 블라인드 처리해 버려 정확한 평가와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하나의 거대생태계로서의 중국경제에 대한 총체적이며 유기적인 관찰과 분석 및 대책의 피드백시스템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버그를 발생하게끔 하고 있다.

홍콩특구는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한시법체제이다. 서구세계의 시각으로 볼 경우 2016년 1월 30일 현재기준 홍콩은 잔여수명이 31년 5개월 남은 모래시계와 같다. 2047년 7월 1일 이후 중국대륙의 어둠속으로 사라지면 다시 초승달로 되살아나올 가망도 없는, 이지러지고 있는 달과 같다.

덩샤오핑이 고안한 마법의 틀, 행정특구제도는 홍콩을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반환받고 나아가 대만을 흡수통일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이다. 홍콩은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50년간 한시적으로 권한을 위임받아 중국내지와 점진적으로 일체화시키는 ‘중국특색적 특별지방자치지역’이다. 중국과 홍콩의 관계는 중앙정부와 1개 지방정부의 관계로서 상명하복의 수직관계이다.(필자 주1)

‘한국 홍콩 양국관계’ 는 동북공정 유발용어

끝으로 홍콩을 국가로 표기해도 당사국 중국이 잠자코 있는데 웬 호들갑인가하며 나의 충정어린 지적과 호소를 씹어버리면 곤란하다. 중국이 가만히 있기 때문에, 바로 이것 때문에 하루빨리 시정하여야만 한다.

중국은 홍콩과 대만에 이중 잣대를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 홍콩은 이미 중국의 뱃속에서 반쯤 삭혀진 것이고 대만은 아직 중국의 입 밖에 있다. 특히 민진당 집권시 대만은 ‘식탐 그만 부리고 나를 그냥 놓아두라’ 며 중국의 식단에서 이탈하려고 하고 있다. 이게 바로 중국이 ‘쯔위사건’ 처럼 사소한 해프닝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대신, 주객관적으로 명백한 오류인 ‘한국 홍콩 양국관계’ 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진짜 이유이다.

“뱃속에 삭혀지는 지방정부 홍콩조차 한국은 국가로 칭하며 자국과 같은 동격으로 보는구나, 역시 한국은 우리에게 조공을 받치던 사대주의 근성이 골수까지 스며든 중국의 속방이야, 그래서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고구려와 발해를 지방정권이라고 해도 아무렇지 않을 거야.”

‘한국 홍콩 양국관계’, 이에 대해 중국은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즐기고 있다. 이거야말로 자신만이 전 세계의 중심이라는 (과대망상적 자아도취성 사고방식에 기반한) 중화사상에 부합하는 용어라며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주변국 한국이 보내는 신사대주의’ 의 깊은 맛을 음미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대만을 국가라 하면 중국에 대한 모독이지만 홍콩을 국가라 하면 대한민국에 대한 자기모독이다. ‘한국홍콩 양국관계’ 는 동북공정 유발용어이자 대한민국 국가모독 용어이다. ‘한국홍콩 양자관계’ 라 하든지 ‘한국홍콩관계’라고 바로잡아야 한다.

홍콩반환 이후 중국은 홍콩의 발끝에서 머리까지, 홍콩의 영혼과 육신 모든 것을 중국내지와 완벽하게 일체화시키는 작업을 주도면밀하게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마윈의 알리바바그룹은 홍콩의 대표적 영자신문이자 중립정론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했다.

우리는 더 이상 홍콩을 중국과 별개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유항 홍콩의 추억은 잊자, 홍콩탈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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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효백, 「G2시대 중국법연구」 “홍콩특별행정구의 제도적 특성”, (주)한국학술정보, 2010. 146-147면.

글/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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