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방문한 김종인 "사죄해야겠다는 마음 들어"
<현장>5.18묘지 방문 김 위원장에 "자격 없다" 시위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위원들 "민주주의 위해 최선 다할 것"
"민주당에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김종인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하냐"
"5.18 영령들의 정신을 받들어 더 많은 민주화를 이루겠읍니다" - 2016.1.31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방명록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찾은 광주의 민심은 차가웠다. 문제는 국보위 참여 이력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 위원장의 지난 22일 '국보위에 참여한 것 후회 없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 북구에 위치한 국립 5.18민주묘지의 한 묘역 앞에서 "광주 상황을 보니 사죄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 이종걸 원내대표는 비대위원, 선대위원들과 함께 '5.18 민주항쟁추모탑'을 방문했다. 이 소식을 들은 '5.18정신실천연합' 회원 20여 명은 김 위원장의 헌화와 분향을 막기 위해 더민주 측이 방문하기 2시간 전인 8시부터 추모탑 앞에서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측은 100여 명의 경호인력을 풀었다. 이들의 손에는 검은색 장우산이 들려있었다.
추모탑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더민주 측 일행들은 '국보위 참여한 것 후회 없다는 사람은 망월묘역을 참배할 자격이 없다' '광주 시민들은 표를 얻기 위한 형식적인 사과인 것을 모르지 않는다. 광주를 우습게 보지 말아달라' '김종인 위원장! 광주학살의 주범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 참여했던 것이 후회 없을 만큼 자랑스러운가'라는 피켓을 든 5.18정신실천연합 회원들과 30여분간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더민주의 추모 행사를 방해하지 말자는 김양래 5.18재단 상임 이사와 몸싸움이 오가기도 했다.
김 상임이사는 이 자리에서 "나도 고문 받고 사형선고받았던 사람이다"라며 "12.12쿠데타로 처벌받은 사람 빼고는 새누리당이든 누구든 추모하러 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참배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의 국보위 전력도 상관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력만 가지고는 문제를 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내를 정리해달라"는 5.18민주묘지 측의 방송이 나오자 성난 광주 민심을 묵묵히 지켜보던 김 위원장의 발걸음이 추모탑 앞으로 옮겨갔다. 3분여 정도 추모탑 앞에서 시간을 보낸 그는 바로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탄생 배경인 박기순, 윤상원 열사 묘 앞에서 "5.18 사태를 화면으로 보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나 생각했었다"라며 "아무리 권력 쟁취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저런 방법 밖에 없나라는 생각하며 개탄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보니 마음이 우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어떻든 간에 (국보위에) 참여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정신이 우리나라 국민의 역동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기초로 5.18항쟁으로 이어졌고 한국의 정치민주화가 이뤄졌다"라며 "거룩한 이분들의 뜻을 받들어 보다 많은 민주주의가 이 나라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더민주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5.18민주묘역 참배 일정을 마치고 광주 서구 농성동에 위치한 더민주 광주시당 사무실로 이동해 제1차 비대위,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를 광주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것에 대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5.18민주화 기념탑을 방문하고 나니 매우 착잡한 심경이다"라며 "5.18광주민주화 운동이라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가 정치적 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는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민주화가 진행되면 사회민주화로 이어지고, 경제민주화까지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인데 현재 이 같은 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라며 "그래서 저는 더민주에 오면서 경제 민주화의 과정을 이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인사들과 함께 광주와 전남의 답답한 심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곳에 계신 분들과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이종걸 원내대표 또한 "(5.18민주묘지에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다. 박근혜 정부의 민생파탄, 경제 파탄, 민주주의 파괴행위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한 참회의 마음뿐이었다"라며 "독재정권을 퇴장시키고 굴복시킨 위대한 광주정신 앞에 우리 더민주는 또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길 각오하고 마음을 곧추세웠다. 우리는 앞으로도 광주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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