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신격호 회장 동영상 공개 "신동주가 롯데 후계자"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에 영향줄지 미지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동영상이 9일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웹사이트에 공개됐다.ⓒ동영상캡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롯데 후계자로 지목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일본어 사이트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www.l-seijouka.com)에는 지난 9일 '롯데 창업자 신격호의 긴(롱) 인터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사이트는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개설한 것이다.

이번 공개된 인터뷰에는 12가지 질문과 답변이 담겨있다. 카디건을 어깨에 두른 신 총괄회장이 탁자 맞은 편에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찍었다.

'경영권 문제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홀딩스(롯데그룹 지주회사격) 후계자에 관한 생각을 들려달라'는 질문에 신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이고 이건 일본, 한국 마찬가지 아닌가. 이것이 상식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신용이 없어지게 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과거 신 총괄회장이 일본간 배경과 롯데 창업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 간 이유에 대해 신 총괄회장은 "소학교 때 '킹'이라는 일본 잡지가 나와 읽었고, 일본 소설에 나온 일본 얘기를 보며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110엔을 모아 일본에 왔다"고 전했다.

이어 '왜 껌을 만들었는가'라는 물음에는 "미군이 껌을 일본 아이들에게 주면 10~30여명이 몰려가 받고 즐거워했다. 이 모습에 흥미를 가지고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미국 껌을 사서 분석하고 흉내를 냈다. 기술을 가져온 게 아니라 롯데가 연구해서 일본인을 위한 껌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좋은 물건 만들기 위해 상품과 판매망 뿐 아니라 사원도 소중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는 "사원이 롯데를 운영하고 경영하기 때문에, 모두 열심히 했고, 사원을 소중히 여겼다"며 "사원을 자르지 않았고, 롯데는 신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롯데는 무리를 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잘리게 되면 사원은 곤란한 상황이 되는데, 롯데는 사원을 소중히 하고 자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번 영상은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의사결정 대리인)이 필요한지에 대한 정신 감정을 앞두고 '아버지가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동영상을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미 신 총괄회장의 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어 이 같은 내용이 성년후견인 심리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신 전 부회장은 위임장, 편집된 동영상 등을 통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수차례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