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스포 '육룡이' 이방원 분이 '얄궂은 인연'
반촌으로 가는 분이 조직, '뿌나'의 '밀본'
작가의 전작과 비교, 10회 전개 막판 예상도
이제부터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와 관련해 엄청난 스포일러를 방출하겠다. 지난 16일 방송이 40회이니 이제 50부작인 ‘육룡이 나르샤’는 종영까지 10회가 남았다. 조선 건국을 위해 한편이었던 삼봉 정도전(김명민 분)과 정안군 이방원(유아인 분)의 대립이 첨예하고 벌어지고 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이방원이 이긴다.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죽음을 당하고 공신의 지위도 잃게 된다. 대신 이방원을 돕는 하륜이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이로써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꾀하는 이상적인 왕도정치를 표방한 정도전의 방식이 아닌 왕권강화에 초점을 둔 하륜의 방식이 조선이라는 국가의 기본 틀이 된다.
그리고 이방원은 정도전과 남은 등을 죽인 1차 왕자의 난을 일으키며 태조 이성계의 둘째 아들인 방과(서동원 분)를 세자로 책봉하게 만든다. 이후 방과는 조선의 2대 왕인 정종이 되고 2차 왕자의 난을 겪으며 방원은 결국 조선 3대 왕인 태종이 된다.
드라마의 두 축인 김명민과 유아인이 첨예한 대결을 벌여 결국 유아인이 김명민을 죽이고 훗날 왕이 된다는 얘긴 엄청난 스포일러일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조선의 역사를 아는 시청자라면 다 아는 내용일 테고 한국 역사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인 ‘여말선초’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편의 드라마를 통해 그려졌다. 대표적으로 유동근이 이방원 역할을 맡은 ‘용의 눈물’이 있고 지난 2014년에 방영된 ‘정도전’도 있다.
역사를 다룬 사극의 경우 이미 결말이 다 드러나 있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방송을 시작한다. ‘육룡이 나르샤’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드라마 초반부 김명민과 이방원이 만나 서로 의기투합해서 대업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방송될 때부터 언젠가 두 사람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결국 유아인이 김명민을 죽일 것이라는 것을 이미 시청자들은 다 알고 있다.
결국 사극의 묘미는 이렇게 시청자들이 다 아는 얘기를 얼마나 탄탄하게 구성하고 상상력을 결부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사극은 이를 위해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를 위해 역사에는 짧게 기록돼 있는 인물에 상상력을 결합하거나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새로운 인물을 투입한다. ‘대장금’의 장금이, ‘허준’의 유의태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육룡이 나르샤’의 진전한 힘은 이런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캐릭터들에 있다. 이방지(변요한 분) 분이(신세경 분) 남매와 무휼(윤균상 분), 연희(정유미 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통해 다양한 얘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방원과 분이, 방지와 연희가 두 쌍으로 묘한 로맨스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조선 최고의 검객인 이방지와 무휼의 관계도 신선하다.
더욱 매력적인 부분은 ‘뿌리깊은 나무’와의 연관성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에 해당되는 드라마로 신경수 PD와 김연현 박상연 작가 라인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만들어 낸 드라마다. 이미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등장했던 이방지와 무휼이 이번 드라마에도 다시 등장하면서 이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캐릭터임에도 마치 역사 속 실존인물인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사극의 경우 이야기의 큰 틀은 역사적인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허구를 다룬 드라마라고 할지라도 정도전이 이방원을 죽이고 자신이 뜻한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꾀하는 이상적인 왕도정치의 조선을 완성하는 것으로 드라마를 끝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의 흐름은 섣불리 예측할 수가 없다. 이 부분에선 사극 역시 여느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육룡이 나르샤’는 어느 정도 그 부분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바로 ‘뿌리깊은 나무’과의 연관성이라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방원과 분이의 관계는 비극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40회 방송에서 분이는 이방원과 정도전의 화해를 주선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위험한 거래를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분이가 거짓 거래를 시도하고 이방원은 그 사실을 알지만 모르는 척 속아 넘어가준다. 그만큼 이방원과 분이는 생각보다 깊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
다만 분이의 조직이 모두 반촌으로 들어가서 살게 된 부분이 포인트다. 이는 결국 분이의 조직이 ‘뿌리 깊은 나무’의 ‘밀본’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밀본은 삼봉의 뜻을 받들어 태종 이방원의 아들인 세종 이도와 대립하는 비밀 조직이다. 따라서 분이는 결국 이방원이 아닌 정도전과 뜻을 함께 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분이는 끝까지 이방원을 도울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의 조직은 추후 정도전과 뜻을 함께 하게 된다. 그렇지만 자신의 조직을 아끼는 분이의 성향을 놓고 볼 때 분이 역시 이방원과의 개인적인 관계 보다는 조직과 함께 ‘밀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분이의 오빠 이방지 역시 밀본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방지와 연희의 사랑 역시 비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이방지는 정도전의 부인을 구하려 나서지만 결국 정도전의 부인과 정도전이 모두 죽는 과정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좌절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정도전을 죽이려는 이방원은 조선제일검 이방지의 존재가 걸림돌이었다. 무휼이 있지만 이방지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 이에 조말생에게 정도전의 부인을 납치하도록 한다. 정도전의 부인은 이방지가 사랑하는 여인으로도 그려진다.
이렇게 이방지는 정도전의 곁을 떠나 정도전의 부인을 구하러 오지만 이것이 함정임을 안 정도전의 부인은 정도전을 구하라며 조말생의 칼로 자결한다. 급히 이방지는 정도전에게 돌아오지만 이미 이방원의 세력이 정도전을 죽인 뒤였다.
아직까지의 드라마 흐름으로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뿌리깊은 나무’와의 연관성을 놓고 예상해 볼 때 정도전의 부인이 연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이방지가 사랑한 여인이며, 조말생의 납치가 함정임을 알아차릴 만큼 총명한 여인이 바로 화사단의 연희다.
또한 아직 로맨스 라인이 형성되진 않았지만 충분히 정도전과 연희의 관계는 부부가 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따라서 ‘뿌리깊은 나무’에 등장하는 정도전의 부인이 연희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방지와 연희의 관계 역시 비극적인 결말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시의 비밀 조직들이 어떻게 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우선 무명과 화사단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뿌리깊은 나무’에선 두 조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무명의 경우 우선은 이방원과 손을 잡았다. 정도전과 이방원 모두와 적대적 관계이던 무명은 개혁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 정도전을 견제하기 위해 그와 맞서려는 이방원과 손을 잡았다.
그렇지만 우선은 무명과 손을 잡았지만 이방원은 여전히 무명을 제거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륜을 자기 사람을 얻기 위해 만났을 당시에도 제거해야 할 적으로 정도전보다 먼저 무명을 언급했다.
과연 언제쯤 이방원이 무명과의 연합을 깨고 그들을 제거하기 위해 나설 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이방원이 왕위에 올라 태종이 된 뒤 외척을 제거하는 시점에 무명도 함께 제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태종의 외척인 민 씨 가문은 해동갑족이다. 따라서 왕의 자리에 오른 태종 이방원이 새로운 시대인 조선을 굳건히 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고려 시대의 잔재인 해동갑족과 무명을 동시에 제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화사단은 이보다 앞서 정도전의 죽음과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화사단의 수장인 연희가 정도전의 부인이 돼 조말생에게 납치돼 자결한 여성이 맞다면 이와 함께 화사단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분이의 조직은 ‘밀본’으로 거듭나 반촌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육룡이 나르샤’가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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