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시간째…김광진, DJ의 5시간 넘나?
<현장 2보>더민주 20여명, 새누리 5명, 국민의당 전멸
화장실 가게 되면 종료되는걸 막기 위해 물도 안마셔
43년 만에 부활한 필리버스터가 23일 오후 7시6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최연소인 '막내' 김광진 의원으로부터 시작했으나 4시간이 넘도록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연설을 시작한 후 테러방지법의 전체조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읊은 후 "이 논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테러방지법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말문을 연 김 의원은 "이 시간 토론하는 것은 직권상정된 이 법이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것인지, 이 법이 있지 않으면 대한민국 테러를 막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있어서였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고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후 8시40분 본청의 로텐더홀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다. 규탄대회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은 대부분 뿔뿔이 흩어졌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도 천정배 공동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가 자리를 지켰으나 오후 10시50분 현재는 김 의원을 포함 더민주 소속 의원 21명과 새누리당 의원 5명 등 총 27명의 의원만 남았다.
김 의원은 목이 메이는 듯 발언 중간중간 끊임 없이 물을 마셨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게 되면 자신의 연설이 자동적으로 종료되는 것을 의식한 듯 물을 '마신다'는 표현보다는 차라리 입술을 '적신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소량만 음용했다. 연설 시간이 3시간이 넘어가면서 김 의원은 발음이 꼬이는 듯 '인명'을 '인맹'으로 발음하거나 '단순히'를 '당순히'로 발음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대체로 지친 표정으로 조용히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모습이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문희상·원혜영 의원 등은 피곤한 듯 졸다 깨다를 반복했으며 다른 야당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을 하거나 서적 등 읽을거리를 가져와 읽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자리를 지킨 소수의 여당 의원들은 핸드폰을 쳐다보거나 자신의 자리에 설치된 PC를 들여다봤다.
오후 11시에는 그동안 개의 이후 의장석을 지키던 이석현 부의장이 정갑윤 부의장과 교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의장은 오후 10시40분께 김 의원의 말이 끊기자 "오래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다른 의원께 넘길까요?"라고 물었고 김 의원은 "괜찮다"며 다시 연설을 이어가기도 했다.
더민주는 자기당 소속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회의장 내부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지원했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돌린 문자를 통해 상임위별로 나누어 3시간씩 24일 오전 9시까지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오늘 자정부터 내일 오전 9시까지 아래와 같이 상임위별로 본회의장을 지켜 주시고 필리버스터를 하시는 의원님께 힘을 실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민주가 왜 필리버스터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말씀 드리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편 우리나라의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는 1964년 4월20일 의원 신분이던 고 김대중 대통령은 동료의원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19분간 발언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구속동의안 처리를 무산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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