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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하라" 압박에 '끙끙'


입력 2016.03.03 08:33 수정 2016.03.03 09:08        이충재 기자

'보험금 지급 거절' 120건 넘어…법원 판례 엇갈려

연도별 자살에 따른 보험금 지급액(금융감독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금융당국 보다 여론이 더 부담이죠.”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논란에 보험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자살한 보험가입자에 대해 보험사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자살보험금 관련 소비자상담사례 247건 가운데 보험금 지급 관련 상담이 180건으로 가장 많았다는 조사결과도 내놨다. 보험사들은 또 다시 여론에 불이 붙어 자살보험금 뇌관을 건드릴까 잔뜩 움츠린 모양새다.

'잠재 손실 1조원' 걸린 뇌관

자살보험금 논란의 중심에는 약관이 있다. 소비자들은 보험사에 ‘보험 가입 2년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으로 간주한다’는 약관을 지키라고 하는 반면 보험사는 약관에 실수가 있었던 만큼 지킬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보험사들이 2010년 4월 표준약관을 개정했지만 이전 가입자들의 보험금 지급 문제와 향후 잠재적인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보험사 입장에선 재해사망 특약에 가입하면 보험금이 일반사망보다 2~3배 정도 많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보험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며 행정소송을 내거나 지급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수는 2000건이 넘는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와 앞으로 추가 자살자가 나올 경우 지급해야 할 보험금 등 잠재 손실을 1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사가 금융당국과 여론의 압박에도 요지부동인 이유다.

법보다 무서운 여론 '금융당국 움직인다'

무엇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여론이다. 이미 지난 2014년 금융감독원이 ING생명을 비롯한 16개 생보사에 자살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기관주의 조치 등을 내린 이후 보험사들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현재까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보험가입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상황이다.

당초 “자살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보험사 주장에 동조했던 금융당국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보험약관을 준수해야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논란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보험사가 약관을 지키는 것이 맞다”, “원칙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원의 판단은 사례별로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는 자살한 박모 씨의 부모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2014년 8월에는 미래에셋생명과 교보생명의 재해보험 가입자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정싸움이 복잡해지고 장기화될수록 금융소비자에겐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금융당국도 여론 살피지 않을 수 없어"

결국 금융당국을 다시 움직일 지렛대 역시 여론이라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가입은 쉽고, 보험금 타긴 어렵다’는 비판론에 단련됐다지만 이번 사안에 있어선 맷집도 통하지 않는다. 약관을 둘러싼 원칙과 약속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언론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자조섞인 하소연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에 대한 부정여론이 존재하지만 이번 이슈는 조금 다른 차원”이라며 “논점을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가 아닌 ‘약관대로 지급하느냐’로 본다면 보험사가 여론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자살보험금’이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는 등 여론이 심각했었다”며 “법원 판결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도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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