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신비주의 벗고 '배우 이지아' 될래요"
첫 영화 '무수단' 개봉…흙과 피 묻혀가며 열연
"만능 엔터테이너? 오직 배우로 기억됐으면"
"매일같이 후회했죠!" 험난했던 첫 영화 '무수단'
"한여름에 숲속에서 두 달간 촬영,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배우 이지아(38)가 험난한 스크린 신고식을 마치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통풍조차 되지 않는 폐벙커 안에서 흙과 피를 얼굴에 묻혀가며 장시간 촬영에 임한 이지아는 마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예비역처럼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지아는 "하루 만에 덜컹 결정하고 나중에 걱정했는데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며 '무수단' 촬영현장에 혀를 내둘렀다.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 씻을 수도,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매일 같이 후회했어요. 특히 한여름에 2달간 촬영을 하다하다 보니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피부도 많이 상해서 촬영 후엔 피부과를 열심히 다녀야 했죠."
손톱 밑에 때가 끼는 모습에 동료 배우들도 "이지아도 사람"이라며 웃었다. 이지아는 "나중에는 신경조차 안 쓰게 되더라. 화면상에서 지저분할수록 느낌이 사는 것 같아 그냥 포기했다"며 웃었다.
'무수단'은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원인불명 사고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최정예 특임대가 벌이는 24시간 사투를 담은 작품이다. 이지아는 비무장 지대에서 벌어진 괴이한 사고의 실체를 파헤치는 특임대 부팀장 신유화 중위로 분했다.
데뷔작인 '태양사신기' 이후 액션 연기에 강한 배우로 각인된 이지아가 또다시 여전사로 돌아왔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지아는 '아테나:전쟁의 여신' 당시엔 단 한 번도 대역을 세우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불태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액션을 워낙 좋아했어요. 영화에서 화려한 액션이 나오면 돌려보면서 연구하기도 했죠. '태왕사신기'로 시작해서 그런지 액션이 강한 작품들의 제안이 많이 들어오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지아는 "의도적으로 액션이 강한 역할을 찾은 것은 아니다"면서 "작품은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때 이 작품과 인연이 닿은 것"이라고 전했다.
"신비주의? 일부러 고수한 건 절대 아니에요"
이지아는 여전히 신비주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로 꼽힌다. 이지아 또한 "그동안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 나오지 않았다는 걸 걸 실감한다. 그래서 실제 성격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며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미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거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로 인터뷰에 응했던 것도 한몫했다. 각종 루머 탓에 이지아를 더욱 움츠려들게 한 것. 이지아는 "예전엔 인터뷰를 하는 게 너무 무섭고 잘 못 말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정답만 말하려 하니까 벽이 생기더라. 하지만 지금은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이지아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입담을 과시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동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돌았던 뱀파이어설, 외계인설 등 황당한 루머에 대해서도 "은근히 좋아했었다"며 거침없이 답했다.
"외계인이나 뱀파이어,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죠. 멋지지 않나요? 나중에 뱀파이어 역할 제의가 들어오면 꼭 해보고 싶어요."
한술 더 떠 남자란 설도 있었다. 이지아는 과거 '남장 여자 캐릭터로 가장 적합한 배우'라고 소개된 기사를 언급하며 "기분 좋은 일인데 묘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 같은 신비주의는 때때로 일부 누리꾼들의 표적이 되곤 한다. 여러 대형 사건을 겪기도 했던 이지아로선 악플은 여전히 송곳처럼 날카롭고 따갑게 느껴진다.
"사실 댓글을 잘 안 보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결국 어떤 내용의 댓글이 있는지는 알게 되더라고요.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 역시 댓글을 보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게 되죠."
이지아는 세월이 흐르면 진심을 알아줄 거란 믿음 하나로 꿋꿋이 나아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기 위해선 배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더욱 튼튼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몇 년간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지아는 올해 무조건 많은 작품에 출연할 계획이다. 그래야 연기력도 작품을 선택하는 능력도 좋아질 거란 믿음 때문이다.
"사실 예전부터 많은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시간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잘 안 맞아떨어졌어요. 그래서 작품은 인연이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나 하고 바로 다른 작품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요.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으니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평가에도 손사래를 쳤다. 이지아의 정체성은 배우이고, 배우로서 평가받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데뷔 10년차 배우가 된 만큼, 과거와 다른 책임감도 느낀다.
"이지아 하면 배우가 아닌 다른 것들을 더 많이 떠오르게 된 것 같아 속상해요. 이제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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