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장벽 못 넘나...이세돌 “한 판이라도 이기도록 노력”
알파고, 승부수에 위험수까지 자유자재 구사
후반부로 갈수록 이세돌이 불리
인공지능(AI)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승리를 자신하던 최고 바둑왕 이세돌 9단도 연달은 패배에 향후 승부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제 남은 대국은 3번. 전문가들은 초중반에 이세돌 9단이 승부수를 던져야 한 게임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빈틈 없었다...알파고의 완승”
10일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세기의 바둑 대결 2번째 매치를 이어갔다. 결과는 이세돌 9단의 불계패로 판명났다. 211수만에 이 9단은 항복을 선언했다.
이 9단의 2국 패배는 1국의 패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첫 번째 대국의 경우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탐색전을 이어갔다. 첫 경기인 만큼 이 9단이 긴장감에 실수도 보였고, 평소에는 잘 두지 않던 변칙수로 알파고에 대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2국은 달랐다. 이세돌 9단 스스로도 “내용상으로 보자면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한 순간도 제가 앞섰던 적이 없었다”고 밝힐 정도였다. 현장에서 해설을 진행했던 유창혁 9단도 “이세돌 9단이 어제와 다르게 너무 안전하게 바둑을 두었다”면서도 “어제는 후반에 실수를 보이던 알파고가 오늘 너무 수를 잘 두어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놀란 부분은 알파고가 단순 최선의 수를 두지 않고, 나름대로 판세를 분석하며 승부 감각이 있는 수를 둔다는 점이다.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가 지난 10월과 달리 혁신적이고 때로는 위험한 수를 두면서 승리를 이끌어나가 인상흥미로웠다”며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기품이 아룸다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설명했다.
바둑 TV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 역시 “알파고가 둔 13수와 37수는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최고의 변칙수로 꼽았다. 타 해설가들도 해당 수에 대해서 알파고가 정상급 프로 바둑 기사보다 시야가 넓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풀이했다.
◇ 남은 3국 초중반에 결판내야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평소보다 더 신중한 수를 두며 치밀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최선을 다해 싸웠으며, 뚜렷한 패착 요인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3,4,5국의 승부 전망이 더 불투명하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이 9단 역시 “어제는 대국에서 알파고의 실수를 발견하기라도 했는데, 오늘은 특별히 이상한 점도 찾지 못했다”며 “나의 완패이다.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고 말했다.
남은 대국에서 승리 확률을 높이는 것은 이세돌 9단이 늦어도 중반전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오늘 대국의 경우 후반부로 치닫으면서 승리를 확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오늘 바둑 경기를 봤을 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이기기 사실 어렵다. 그 전에 승부를 거는 쪽으로 가야만 승리 확률이 올라갈 듯 하다”며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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