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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기의 대결, 이세돌 알파고 5국...이것만은 꼭!


입력 2016.03.15 07:00 수정 2016.03.15 09:48        이호연 기자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서, 오후1시 개최

"대결 자체보다 숨은 진짜 이면 찾아야"

인류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지난 13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를 꺾으면서, 오는 15일로 예정된 마지막 5국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번의 경기에서 내리 패한 이세돌 9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4국에서 알파고에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의 약점이 노출된 상황에서 남은 5국도 이 9단에 유리한 상황으로 분위기가 한 순간에 뒤바뀐 상황이다. 5판 3선승제인 해당 경기의 우승자는 알파고로 확정됐지만, 인간 이세돌 9단의 1승은 단순 우승보다 더 값지다는 의미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것들을 짚어본다.

이세돌 9단이 구글 인공지능(AI)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을 치루고 있는 모습. ⓒ구글

◇ 인공지능(AI) 알파고란?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 개발팀이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알파고라는 이름은 ‘최초, 처음, 최고’를 뜻한 Alpha와 바둑을 뜻하는 한자 ‘기’에서 유래됐다. 다만, 바둑은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서양으로 전파한 것은 일본이어서 일본식 발음 ‘고’로 표기하게 됐다.

알파고는 바둑에 특화된 바둑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구글은 알파고에 고급 트리 탐색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해, 바둑판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 10의 170제곱에 대응하게 했다. ‘정책망’이라는 신경망이 축적된 수많은 기존 기보를 바탕으로 바둑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신경망이 이 중 가장 승률이 높은 수를 찾아낸다.

알파고가 단순 계산기가 아닌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자가학습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한 데서 더 나아가 무수한 대국을 통해 익힌 수를 나름대로 응용할 수 있다. 이는 딥러닝 기술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도 인간 바둑기사들은 이해할 수 없는 묘수들을 보여주면서 바둑계는 물론 구글측의 감동과 경계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이 끝난 후 알파고의 진화 수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알파고는 과거 체스게임이나 퀴즈쇼에서 우승했던 AI들이 슈퍼컴퓨터에 기반한것과 달리, IT자원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에서 움직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구글은 이번 대결에서는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 인텔제품)와 176개의 GPU(그래픽 처리장치, 엔비디아)로 이뤄진 분산 시스템 버전의 알파고를 사용했다.

핵심 능력 극대화를 위해 무제한 클라우드보다 유한한 자원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응답 지연 속도 등을 높이기 위해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데이터센터에서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운영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편, 알파고는 이번 대국을 위해 온라인 바둑 고수들의 기보 16만개의 데이터를 확보해 3000만개 이상의 착점을 학습했다.


◇ ‘전력분석’ 이세돌 vs 알파고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은 이세돌 9단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구글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훈련삼아 2013,2014,2015년 유럽 챔피언인 판후이 2단과 중국 규칙으로 대결한 바 있다. 당시 경기에서 판후이는 다섯판을 알파고에 내리 졌다. 판후이는 “처음 대결을 받아들였을 때는 가볍게 생각했다”며 “시간에 쫓겨 실수가 많아지는 가운데, 3국까지 지고서 자신감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 역시 3국까지 알파고에 내리 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알파고는 매 대회마다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변칙수와 묘수를 두었으며, 이 9단은 기계를 상대한다는 압박감으로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특유의 승부사인 이 9단은 끈기와 집념으로 알파고의 실수를 유도, 결국 4국에서 귀중한 1승을 건졌다.

이날 그가 알아낸 알파고의 약점은 2가지이다. 첫째, 알파고는 백돌보다 흑돌을 잡았을 때 약하다. 둘째,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 수를 뒀을 때는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등이다. 이 9단은 4국에서 중앙을 파고 들며 승기를 잡았고, 5국 역시 비슷한 전법을 기반으로 알파고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이세돌 9단의 창의적이고 끈질긴 대국 스타일은 알파고의 한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적격이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가 최고의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고의 역량을 가진 기사가 필요하다. 이 9단은 전성기가 지나서도 여전히 자신만의 독창적인 대국 스타일을 지닌 천재 바둑기사로 평가받고 있다. 구글측이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커제 대신 이세돌을 택한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대국 내내 “이세돌 9단의 경기력에 존경과 경의로움을 표한다”며 “알파고를 한계점까지 동원하기 위해 최고 역량을 가진 이 9단과의 대결이 중요하다”고 전한 바 있다. 그는 특히 “4국에서의 알파고의 패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료”라며 “영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분석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구글의 이벤트 쇼...진짜 숨은 의미?
인간과 생각하는 기계의 바둑 대결에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국 내내 국내외 언론은 관련 기사로 도배를 하고, 이세돌 9단의 기적같은 1승에 ‘이세돌 신드롬’까지 열풍이다. 일각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바둑 교육을 해야 한다는 육아 조언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자체보다 숨은 의미를 봐야 한다. 인간이 기계를 꺾고 인간의 존엄을 지켰다고 일희일비 하기보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도입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일반인들은 알파고의 능력에 놀라지만, 이미 구글은 해당 기능을 구글 포토, 번역, 검색 등에 적용해왔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준비해 온 구글은 이번 대국을 알파고의 필드테스트 차원으로 보고 있다. 이세돌 9단과의 경기를 통해 인공지능의 성능이나 오류는 어느정도 되는지, 숨겨진 오류를 찾아내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헬스케어, 로보틱스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구글의 이같은 노력은 최근의 것이 아니다. 구글은 2년전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4억달러(한화 약 4800억원)에 인수했다. 구글의 노력이 인간과 알파고의 대결이라는 이벤트로 빛을 본 것이다. 구글은 알파고의 맹활약에 ‘인공지능의 대명사는 IBM 왓슨’이라는 문구를 지우는데 성공했다. 이제 사람들은 인공지능 하면 구글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국도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보여주기나 탁상공론에 의한 것이 아닌 몇 년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해주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 생활에 가까이 접근했다. 무한한 인공지능의 힘을 인간이 두려워하기 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이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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