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대결에 가려진 구글의 씁쓸한 뒷면
<기자의 눈>구글측의 부족했던 국내 언론과의 현장 소통
이세돌 9단 대전료 지적 등 한국인 배려 아쉬워
지난 닷새간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이 16일 막을 내렸다. 대국 기간 내내 주요 포털사이트와 지면은 알파고 기사로 도배됐고,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까지 이세돌 9단의 바둑 한 수에 울고 웃었다. 정부에서는 이번 대결을 계기로 국내 인공지능에 대한 정책까지 새로 수립할 정도이니 그 의미와 규모에 있어서 엄청난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대국을 관전한 기자는 설레임과 함께 씁쓸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 한국에서 한국인 바둑기사와 벌이는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구글 측의 한국언론과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구글은 영어 브리핑석과 한국어 브리핑석을 따로 운영했다. 영어 브리핑석은 외신 기자들의 기사 작성을 위한 테이블석을 마련해줬다.
반면 한국어 브리핑석은 의자만 구비돼있었다. 외신 기자들의 수가 적었던 주말(3국, 4국)을 제외하고는 끝내 테이블은 마련되지 않았다. 국내 기자들은 대국기간 내내 불편을 감수하고 원활한 기사작성을 위해 영어 브리핑석으로 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마저도 오후 6시 이후 대국 결과 브리핑이 끝난 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대실 시간 마감으로 다수의 한국 기자들은 기사 작성 도중 쫓겨나기 일쑤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행사취재를 다녀봤지만, 대실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기자들이 한창 기사작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조명을 꺼버리고, 행사요원까지 동원해 강제로 내쫒김을 당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당혹스럽다 못해 서러움마저 밀려들었다.
물론 사전에 숙소가 정해진 외신 기자들은 이같은 불편함을 겪을 이유가 없었다. 기사작성의 불편함과 소외감은 오롯이 한국기자들의 몫이었다. 대국 막판에 가서야 구글 측은 한국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브리핑실 마감시간을 30분 연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기자들이 '한국식 홍보문화'에 길들여진 것 아니냐는 쓴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접과 차별은 엄연히 다르다. 더군다나 이번 대결은 한국에서 열렸는데, 언론지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구글은 유튜브 영어 바둑해설 생중계만 진행했다. 한국어 바둑해설 생중계는 아예 배제됐다. 현장에서는 영어와 한국어의 바둑 해설이 각각 이뤄졌는데 말이다.
더욱 문제가되고 있는 것은 대국 정보의 비대칭성과 합당함이다.
한국 기원과 이세돌 9단 측은 당시 인공지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대국에 응했다. 이세돌 9단이 대국 상대가 인공 지능 알파고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IT전문가가 아니었던 만큼 대국 중에 예상보다 높은 알파고의 능력에 당황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수십 만의 기보를 익히고 있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 자체에 대해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구글이 대국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이 이뤄지다보니, 이세돌의 지나치게 낮은 대국료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번 빅이벤트로 인해 수천억원대의 홍보효과를 얻은 구글에 비해 이세돌의 대국료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행사로 인해 구글의 시가총액은 58조원이 늘어나고, 홍보효과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이세돌이 얻은 수익은 총 1억8700만원(1승 4패 기록/대국료 15만 달러, 승리 수당 2만 달러)에 불과하다. 세기적 이벤트에 이세돌 9단과 한국장소만 동원된 느낌이다.
'4차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이번 대국이 한국에서 열렸고, 이세돌이 참여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으로 감사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구글은 분명 대단하고 놀라운 기업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게 된 인공지능에 대한 성찰과 각성의 계기가 된 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됐다. 또한 세기의 대결을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는 기회를 얻은 기자 역시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 구글의 한국언론과 한국인을 대하는 무배려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