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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두 대표의 '야권연대' 공방, 실체는 '비례지분'?


입력 2016.03.16 16:56 수정 2016.03.22 17:31        전형민 기자

극한 갈등으로 치닫던 안철수와 천정배

회동 한 번에 여반장으로 바뀐 주장…이유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좌)와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우) (자료사진) ⓒ데일리안

극한 갈등으로 치닫던 안철수와 천정배
회동 한 번에 여반장으로 바뀐 주장…이유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15일 저녁 "수도권연대는 여의치 않고 당 대표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야권연대'를 둘러싼 국민의당 지도부 간 갈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신생정당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열된 명분 없는 연대론 싸움을 두고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지분전쟁'이 아니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앞서 천 대표는 15일 저녁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야권연대' 주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그는 "그동안 수도권 등 비호남 지역에서 부분적인 야권연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여러 여건 상 당 차원의 수도권연대는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안 대표의 '개별적 연대를 막지는 않겠다'는 발언에도 "당대 당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각을 세운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천 대표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천 대표가 야권연대를 빌미로 비례대표 지분을 위해 안 대표를 흔들었던 것이고 이에 대한 일정 지분을 약속 받으며 전격적인 입장변화를 보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공천결과를 통해 천정배계로 불리는 자신의 측근들이 광주에서조차 탈락하면서 비례 지분이라도 챙기려고 극한 대립까지 불사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계파별로 갈라져서 화학적 결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있는 국민의당에서 지역구 공천에 이어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계파 간 암투가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져 왔다. 정가에서는 이대로 지지율과 정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는 가능성을 5석 내외로 보고 있는 만큼 각 계파가 선순위에 비례대표를 세우기 위해 암투를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통상적으로 정당들은 선거때 비례대표 홀수에는 여성, 짝수에는 남성을 배치했고 특히 각 성별의 최우선인 1번과 2번에는 자신이 속한 직능 전문성을 대변할 수 있는 인재를 추천해왔다. 다만 이후 순위에 대해서는 당의 선거전략 등에 따라 상이하다. 국민의당도 전례대로 진행한다면 적어도 각 성별의 제일 우선 순위인 1, 2번은 평소 안 대표의 주장처럼 '3040 현장 전문가'를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3, 4, 5번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미 '3, 5번은 순서만 정하면 될 뿐 이미 정해졌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안철수계인 박선숙 사무총장과 천정배계인 박주현 최고위원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미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선숙 사무총장과 천 대표 몫의 최고위원으로 알려진 박주현 최고의 경우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순번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추락할 경우 5번의 당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계파는 서로 3번을 두고 쟁투를 벌일 것으로 예견됐었다.

지난 14일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와 야권연대와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남성 순번인 비례대표 추천 4, 6번도 공급에 비해 수요가 차고 넘친다. 안철수계에서 출마가 점쳐지는 인물은 안 대표와 진심캠프부터 함께해온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과 전북 전주병 경선포기를 선언한 김근식 통일위원회 위원장, 안 대표의 비서실장을 수행중인 박인복 전 청와대 비서관, 이준서 최고위원 등이다. 이준서 최고위원의 경우 3040 전문가로 분류해 2번에 배치될 가능성도 있어 차치하더라도 이미 안철수계 만으로도 포화상태다.

천정배계의 인물들도 만만찮다. 국민소통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주헌 전 국민회의 사무총장과 최근 국민의당 광주 서을 지역구 공천에서 낙마한 김재두 국민의당 대변인 등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재두 대변인은 김영집(광주 동남갑), 홍인화(북갑) 등 광주지역의 다른 천정배계 낙마자들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중인 것과 다르게 현재까지 탈당하지 않고 있어 비례대표 출마가 점쳐진다.

이 뿐만 아니라 과거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넘어온 당직자, 창당발기인 중 일부가 비례대표를 준비중이고, 당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영입 기자회견까지 한 일부 인재도 지역구에서 출마하지 않아 비례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호남 지역 공동 선대위원장직까지 맡아가며 호남 지분을 챙기려했던 계획이 흐트러진 천 대표가 '연대'로 안 대표를 흔들고 비례대표의 순번문제와 관련한 일종의 '딜'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천 대표가 갑작스레 입장을 여반장(如反掌)으로 바꾼 것과 관련 "천 대표가 외통수로 몰린 것도 있지만 15일 안 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지분 정리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도 "보도에 오르내리는 출마 예정자 중 일부는 비례대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니 계파별 공천문제가 또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문제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의당 역시 향후 비례대표 문제로 계파 간 또 다른 갈등과 분란의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귀뜸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16일 오후 6시까지 비례대표 공천 후보자를 모집하는 가운데 16일 오후 4시 기준 비례대표 신청자는 13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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