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불출마 선언한 김한길의 속사정은...
'총선 책임 회피', '탈당 수순', '지역구 사정' 등
안철수 "뭐라 드릴 말씀 없다" 김한길 앞날이...
'총선 책임 회피', '탈당 수순', '지역구 사정' 등
안철수 "뭐라 드릴 말씀 없다"…김한길 앞날은?
김한길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야권연대를 성사시키지 못한 스스로의 책임을 물어 28일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국민의당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연대폭풍'은 지난 15일 천 대표의 '야권연대 철회'에 이어 김 의원의 불출마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김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추측이 분분하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돌린 문자를 통해 "작금의 정치상황에서 집권세력의 압승이 불러올 끔찍한 상황을 막아내고, 동시에 우리당이 수도권에서도 의석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차원의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이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에 스스로 책임을 물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사임'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고 이어진 김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국민의당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김 의원이 안철수·천정배 두 공동대표는 물론 당내 '김한길계'라고 불린 의원들과도 상의하지 않고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속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원식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과 상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당의 다른 의원들과도 상의 없이 본인이 혼자서 결정하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불출마에 대해 "김 의원다운 한 수"라고 평가하면서도 "운신의 폭은 접어졌지만 경우의 수는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정치전문가는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장은 위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패배할 경우 그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쉬워졌다"고 말했다.
야권연대 실패로 총선이 야권내 갈라먹기 싸움으로 변질되며 승리 가능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김 의원이 자리를 내놓고, 총선불출마까지 선언하면서 혹시 모를 총선패배에 대해 지도부로서 져야할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이 본격적으로 탈당을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왔다. '야권연대'를 강력 주장하며 '상임선대위원장'이라는 당직까지 내던진 김 의원과는 다르게 천 대표는 결국 뜻을 굽힌 점이 김 의원의 고립무원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천 대표가 중도에 연대불가로 180도 틀어버리면서 혼자 외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당내 최고위원이나 공천에서도 특별한 지분을 갖지 못한 김 의원이 탈당을 준비한다는 주장이다.
지역구 사정이 녹록치 않아서 아예 불출마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원래부터 야권연대를 계속 주장한건 명분쌓기용이었다"며 "어차피 이번에 한 숨 고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김 의원의 지역인 서울 광진갑에서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김 의원과 통합하며 선거를 중도 포기했던 전혜숙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칼을 갈고 있다.
전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야권연대를 빌미로 광진갑을 예전 방식으로 무임승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김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본인의 주장인 '야권승리'를 위해서 스스로 먼저 광진갑에서 모범을 보이시기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김 의원을 압박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김 의원과 통화했다는 당내 한 의원도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면서 "김 의원은 '내가 야권승리 위해 연대해야한다고 해놓고 지역에서 3자 구도로 선거를 하면 명분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총선에서 살아남아서 대선 등 당의 여러 당면 과제에서 힘써야 하시는 것 아니냐며 만류했지만 '그때 가면 또 역할이 있겠지'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미 김 의원의 상임위원장 사임을 수용한 바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불출마선언에 대해 "뭐라고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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