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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6명 중 5명 살아온 '숙의배심원제' 혁신이었나...


입력 2016.03.22 09:52 수정 2016.03.22 17:30        전형민 기자

예비후보들 입 모아 "시간 부족", "조직 선거 구태"

"유권자 적극적 참여", "기존보다 진일보" 긍정적 평가도

국민의당 광주지역 예비후보들이 숙의배심원제에 의한 경선을 치루고 있다. 국민의당 유튜브 캡쳐

예비후보들 입 모아 "시간 부족", "조직 선거 구태"
"유권자 적극적 참여", "기존보다 진일보" 긍정적 평가도


국민의당이 주말새 텃밭인 광주광역시의 공천을 마무리하며 23일 남은 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현역 6명의 지역구 의원 중 컷오프된 임내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단수추천(천정배, 박주선)과 숙의배심원제 등으로 현역 의원들이 전부 공천되면서 '혁신'이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당은 지난 18일 저녁 광주 북구갑 지역구를 시작으로 19일 서구갑, 광산갑, 북구을과 20일 광산을 동·남구갑 경선 등 광주 지역의 경선을 진행했다. 천정배 대표의 서구을과 박주선 최고위원의 동·남구을은 단수추천지역으로 분류돼 빠졌다. 특히 이번 경선에서 최초로 시행된 숙의배심원제는 지역민과 지역전문가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숙의'로 투표해 공천자를 결정하는 제도로 당에서는 '혁신'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 제도다.

하지만 그 '혁신적'이라는 제도의 결과는 그다지 혁신적이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컷오프 때문에 아예 경선의 기회를 갖지 못한 임 의원을 제외한 모든 현역 의원이 공천됐기 때문이다. '혁신'의 척도가 '물갈이'는 아니지만 광주를 놓고 경쟁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현역인 2명(강기정·박혜자)이 아닌 신인을 공천하기로 한 것에 비하면 사실상 '바뀐 게 없는' 수준이라 호남 민심이 요동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배심원제로 경선을 치뤘지만 공천에 탈락한 A 예비후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국 혁신은커녕 더 조직선거가 돼버렸다"며 허탈해했다. 과거의 조직선거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는 "배심원의 모집기간이 불과 3일에 불과했고, 배심원들도 타지역의 후보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자기 지역민들만 배심원으로 참여했다"며 "조직력을 갖춘 현역이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천 탈락자인 B 예비후보는 "깊이 검증한다는 뜻을 지닌 숙의배심원제가 깊이있는 검증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인 배심원들이 예비후보자 간 토론과 정견 발표를 듣고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치는 숙의배심원제가 정작 '숙의'할만한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전문가와 시민의 비율을 50대 50으로 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전문가나 시민사회단체 인원은 10~20%에 불과했고, 배심원을 100명 내외로 하기로 했던 규정과 달리 최소 50여명에서 최대 170여명까지 널뛰기 인원이 참가해 신빙성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시민의 비율이 전문가나 시민단체 인원을 압도했다는 것은 일반 시민사이 조직이 탄탄한 현역이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숙의배심원제에 대한 불만은 공천에 탈락한 예비후보 뿐만 아니라 주말 간 경선을 통해 공천을 확정 지은 후보들에게서도 나왔다.

이번 경선을 통해 공천이 확정된 C후보의 보좌진은 "너무 소수의 의견으로 전체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며 배심원의 숫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여론조사도 1000명 단위를 사용하는데 고작 100명 내외의 배심원으로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 옳은 지는 따져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역 의원이자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인 장병완 후보는 "기간이 짧아 제대로된 숙의가 될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심원단을 굉장히 세심하게 선정해야하는데 단 3일 만에 선정해버려서 지역에 조직을 지닌 특정 후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숙의배심원제 자체에 대해서는 "의미있는 시도였고 앞으로 잘 발전시켜서 유권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제도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숙의배심원제도'는 결국 미완의 시도로 그치게 됐지만 유권자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긍정적인 반응 등 희망을 보였다. 앞으로 국민의당이 숙의배심원제도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당의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시킬지 정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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