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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흠집내기 성공한 친노 "2번 예우" 말바꾸기


입력 2016.03.22 12:06 수정 2016.03.22 12:08        이슬기 기자

운동권 인사 비례 상위 올려놓고 김 흠집내고 '일석이조'

조국 등 처음에는 비난하다 나중에는 "14번? 예의 아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당무위원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치 9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친노 강경파들로부터 반격을 당했다. 세 정권에 걸친 4선 국회의원 경력에 킹 메이커 내공을 갖춘 김 대표를 '비례대표 하나에 눈먼 노인'으로 추락시켰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컷오프 등의 조치로 이를 갈고 있던 친노계는 당초 목표한 바를 모두 거머쥔 모습이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당선권 밖에 배치됐던 운동권 출신 인사 상당수를 다시 살려냈으며 △김 대표의 이미지에도 상당 부분 흠집을 냄으로써 총선 이후 활동 반경을 대폭 축소시켰다.

앞서 김 대표는 43명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 중 운동권 출신은 20번 이후인 C그룹으로 분류하는 안을 내놨다. C그룹은 순번이 낮아 당선을 기대하기 쉽지않은데, 집권을 위해선 '운동권 정당'을 반드시 탈피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 당시 활동했던 혁신위원회 등 주류계가 당 정체성을 이유로 이에 반발했고, 을지로위원회도 노동계 비례대표의 우선순위 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다수 주류계로 구성된 중앙위원회는 배치 순번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는 김 대표식 명단에 일제히 반발했다. 형식은 그룹핑 반대지만, 사실상 운동권 출신들이 선두그룹에서 빠진 데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중앙위는 김 대표가 제시한 안을 뒤집고 예비후보 25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당초 운동권 인사로서 C그룹으로 분류됐던 김현권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1위), B그룹이었던 이재정 민변 사무처장(4위) 등이 당선안정권인 비례명부 20번 이내 들었다. 또한 공관위 분류에선 20번 밖이었던 제윤경 주빌리은행 이사,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투표 결과 모두 10위 안에 입성했다.

특히 '셀프 공천' 논란으로 휩싸였던 김 대표가 원안대로 비례순번 2번을 '고집'하는 모양새로 비치게 됐다. 전날 중앙위는 당 대표 추천 몫을 4명으로 하고, 이들에 대한 순번 결정은 김 대표에 위임키로 했다. 앞서 비대위가 김 대표의 비례 순번을 14번으로 조정하는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김 대표가 이를 거부했고, 그 이후 중앙위가 '대표 몫 4명'을 결정한 만큼, 김 대표의 순번은 원안대로 2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식 역시 김 대표가 직접 결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즉, 김 대표가 중재안을 받아들일 경우, 여론에는 그가 비례 순번 2번을 고집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 당내 86계(80년대 학번, 60년대생)로 분류되는 수도권 의원은 "답답해 죽겠다. 문제는 김종인이 2번을 받고 안 받고가 아니다. 중앙위도 사실 김종인 2번에는 관심이 없고 그룹핑 하는 공천을 문제 삼은거다. 셀프 공천은 언론이 김종인을 공격하려고 만든 프레임"이라며 "내가 속으로 욕을 했다. 역대 당대표를 공천할 때 언제 순번갖고 싸운적이 있었나. 이건 말이 안된다. 어려울 때 데려와서 당에 넣어놓고 이제와서 이러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익명을 요청한 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가 앞서 대표직 제안을 받아들일 당시 문 전 대표 측과 이미 '비례대표 2번'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 직을 처음엔 고사했지만, 당 혼란 수습과 당 개혁 등을 이유로 당내에서 김 대표에 비례대표를 강하게 제안했다. 이에 김 대표 역시 총선 이후 정권교체를 위해 당을 끌고 가려면 원내 직책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비례대표 관련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김 대표 연세가 몇인가. 그리고 킹 메이커까지 했던 사람이 비례 한석에 욕심이 나서 저러겠느냐"며 사실상 친노발 '김종인 토사구팽'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그간 김 대표를 '짜르'에 빗대며 날을 세워온 조국 서울대 교수는 "김 대표의 순위는 그분에게 맡기는 것이 예의"라며 방향 전환을 하고 나섰다. 조 교수는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대표적인 장외 인사로 꼽힌다. 이어 친노계 원외 인사로 꼽히는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위원장 역시 "김 대표의 비례 2번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지난 15일 이해찬 전 총리가 공천에서 배제된 뒤 탈당하자 김 대표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글을 SNS에 게재한 바 있다. 주류계가 '김종인 흡집내기'에 성공했다는 반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전날 광화문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비례대표 2번 갖고 큰 욕심이 있는 것처럼 인격적으로 사람을 모독하는 것은 죽어도 못 참는다"며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분노했다. 김 대표는 또 "당을 추스려서 수권정당이 되도록 끌고 가려면 의원직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이야기를 하려면 정직하게 해야지, 내가 자기네들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핵심인데 자꾸 다른 소리를 해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고 일갈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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