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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서 '사무총장의 저주' 악순환 깨질까


입력 2016.03.28 10:15 수정 2016.03.28 10:17        장수연 기자

18대 이방호·19대 권영세 공천 진두지휘했지만 지역구선 고배

황진하 측 "지역구 여론 굉장히 좋아...이변 일어날 것 확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이한구 위원장의 독단적 공관위 운영에 반대하며 공관위를 보이콧한 황진하 사무총장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예정된 원내대책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집권여당의 '사무총장 징크스'는 20대 총선에서도 재현될까.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뛸 것이냐 못 뛸 것이냐의 생사 여부를 결정짓는 사무총장직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정작 본인 선거는 챙기지 못해 '사무총장 징크스'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공천이 마무리된 시점에 황진하 사무총장도 이 잔혹사를 피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당의 사무총장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에 이어 당내 4번째 서열이다. 당 대표가 임명해 사무처의 인사와 재정을 관리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다. 특히 총선에 앞서 공천의 당무심사를 하고, 공천관리 기구 구성과 운영에 깊이 개입하기 때문에 위상은 더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본인 선거에서는 낙선하는 징크스 때문에 의원들은 사무총장 자리를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총선 이방호, 19대 총선 권영세 두 전직 의원은 총선에서 당의 사무총장으로 야전사령관 역할을 수행하며 당을 진두지휘했지만 정작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고배를 마셨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방호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사무총장으로 공천학살을 주도하며 선거를 치렀다. 그는 '친박계 공천학살'을 주도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나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사천에서는 182표 차로 낙선하며 야인이 됐다. 놀라운 것은 낙선시킨 상대방이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였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사천에서 낙선한 이 전 의원을 두고 공천학살의 여파로 친박 성향의 유권자가 강 전 대표의 표에 더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초라하게 물러난 이 전 의원은 오랜 야인 시절을 거친 뒤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기를 노렸으나 다시 한 번 낙선의 쓴잔을 맛봐야 했다. 앞서 지난 17대 총선을 준비하며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서 고강도 '공천개혁'을 주도했던 하순봉 전 의원도 공천에서 정치신인에게 밀려 쓴잔을 마신 바 있다.

이 전 의원 이후에 사무총장직을 역임한 인사 6명 중 5명은 불출마 낙천 낙선으로 '여의도 재입성'에 실패했다. 이 전 의원의 후임이었던 안경률 전 의원은 19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고, 장광근 전 의원은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한 달 남기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장 전 의원의 뒤를 이었던 원희룡 전 의원은 2011년 6월 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대선 전 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19대 국회와 인연을 접었다. 같은해 7월 홍준표 전 대표 취임과 함께 사무총장직을 맡은 김정권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에 패했다.

권영세 전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사무총장으로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며 선거를 진두지휘했지만, 영등포구을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이 전략공천한 신경민 의원에게 패하며 국회를 떠났다. 당시 권 전 의원은 사무총장직을 맡은 탓에 공천이 마무리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지역을 돈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는 눈치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역구에서는 권 전 의원이 중앙당 일에 신경을 쓰다 보니 지역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 봤을 때 현 사무총장인 황진하 의원의 20대 국회 생환 가능성 역시 현재로서는 미지수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파주을은 접경지역으로 인해 전통적으로는 여권 우세지역이었으나 공천 불복으로 무소속 출마한 류화선 예비후보, 박정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간 3파전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황 사무총장 측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변이 일어날 거라 본다"고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지역구 여론은 굉장히 좋다. 어느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황 사무총장 쪽이 우세하게 나오고 있다"라며 "류 후보도 시장까지 한 사람인데 사건이 터지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했으면 여당 표가 갈릴 수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우려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지 아쉬운 게 있다면 공천 문제 때문에 지역구에서 활동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무총장 징크스'가 한국 정치구조의 맹점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용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 운영 구조는 중앙당이 전체 선거구를 관할하는 집중식 구조다보니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달리 피할 수 없는 불균형적인 선거 당락이 있어왔다"며 "황 사무총장의 경우에는 이런 정치구조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결격사유는 없기 때문에 전례를 깨고 무난하게 당선되지 않을까 예측된다"고 밝혔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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