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옥새파동 유탄 맞은 유재길, 희생양 된 이유가...
전북대 의대출신 탈북자 구호운동에 매진 '진박' 아닌 시민단체 출신
김무성 대표의 '5곳(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갑·동을, 달성군) 무공천' 선언으로 끝까지 진통을 겪던 새누리당 공천이 서울 은평을·송파을과 대구 동을 지역만 무공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치열한 계파 갈등으로 인해 다수의 희생양이 발생한 가운데 시민단체 출신 유재길 후보(은평을)는 다소 억울한 결과를 받았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해 단수추천지로 정해졌던 대구 동을(이재만)과 서울 은평을(유재길)·송파을(유영하) 지역만을 무공천하기로 했다. 이 바람에 대구 동갑의 정종섭 후보와 달성군의 추경호 후보는 20대 총선 본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 직후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의 문자를 통해 "잘못된 공천으로 민심이 이반돼 수도권 선거가 전멸 위기 상황"이라며 "당 대표로서 잘못된 공관위 결정에 정면으로 맞서 내용과 절차가 명백히 잘못된 3곳을 무공천으로 관철했다"고 밝혔다.
'진박'이라는 색채가 뚜렷했던 후보들이 있던 타 지역에 비해 은평을은 다소 색채가 옅었다. 이 지역의 유 후보는 전북대 의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같은 학교 정외과를 나온 뒤 중국에서 10년 넘게 탈북자 구호 운동에 매진해 온 인물로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교육전문강사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연설기록비서관실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나 '박심'에 기대는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시민단체인이라는 상징성이 더욱 짙은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유 후보는 지난해 12월 14일 출마 선언을 통해 은평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은평을은 5선의 이재오 의원이 터줏대감으로 지키고 있는 곳이라 유 후보에게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이 의원과의 여론조사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분위기를 살려갔다.
아슬아슬하던 상황이 이어지던 15일 공관관리위원회의 발표에 의해 은평을이 단수추천지역으로 결정됐고 유 후보가 본선으로 직행하게 됐다. 여기에는 이 의원이 친이(명박)계 좌장으로서 박근혜 정권에 쓴소리를 자주 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절대적이었지만 여론조사에서 보여지는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후 이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지만 유 후보 측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MBN이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22일부터 24일 3일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24일 MBN 최초보도) 유 후보는 24.3%, 이 의원은 20.4%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서울 은평을 응답률은 ±4.4%p였다.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고 통계보정은 2016년 1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 후보의 꿈은 커져갔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 대표는 24일 은평을을 아예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한 것이다. 유 후보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25일 김 대표가 부산에서 올라와 최고위를 다시 열었지만 은평을의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유 후보는 이대로 20대 국회의원의 꿈을 접게 됐다.
유재길 측 "진박과 비박의 유탄 맞았다", 전문가 "이재오 살리기 희생양"
유 후보 측은 이같은 결과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분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 했다. 실제로 '진박'도 아닌데 진박으로 묶여 한꺼번에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유재길 후보 캠프 측의 한 관계자는 2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민의 피선거권이 원천적으로 봉쇄돼버린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실 유 후보는 그동안 북한의 인권과 민주화를 추진해 왔을 뿐 진박도 비박도 아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은평 주민의 마음을 얻고자 새누리당에 등록해 출마를 한 건데 결국 완전히 무산됐다. 진박과 비박 간의 싸움에 유탄을 맞은 꼴"이라고 억울함을 표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후보 등록 전에 결정을 해서 무소속으로라도 후보자가 출마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은평에서 도와준 지지자들이 굉장히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법적, 정치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유 후보의 계파가 뚜렷하게 없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분석했다. 공관위원이나 지도부 모두 자신들의 계파를 챙겨야 하는 데 유 후보는 이도저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김 대표가 이 의원을 살리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던 만큼 억울한 피해를 입게됐다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에 "유 후보는 이 의원보다 여론조사도 잘 나왔는데 이렇게 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주장해왔으니 유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결국 국민들에게는 '이재오 살리기'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도 "유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이 의원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는게 옳다"며 "김 대표는 상대방이 친박이냐 비박이냐를 떠나서 애초에 이 의원을 살리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 후보는 친박도 비박도 아닌데 희생이 돼서 억울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떨어졌다고 본다"며 "특히나 김 대표 입장에서는 비박계인 이 의원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유 후보를 떨어뜨렸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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