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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감금 뒤에 숨겨진 진실 '날 보러와요'


입력 2016.04.03 08:02 수정 2016.04.03 08:07        부수정 기자

강예원 이상윤 주연…이철하 감독 연출

실화 바탕 스릴러…"특정 사건은 아냐"

배우 강예원과 이상윤이 충격 스릴러 '날, 보러와요'에서 호흡을 맞췄다.ⓒ(주)오에이엘

미술을 전공한 평범한 여성 강수아(강예원)는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두 남성에게 납치된다. 눈을 뜬 곳은 공포가 엄습한 사설 정신병원.

강제 약물 투여와 무자비한 폭행 등에 시달린 수아는 "난 미치지 않았다"고 절규한다. 그러나 수아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내몰았을까.

수아는 정신병원에서 당하고 본 일을 세세하게 기록하기 시작한다. "죽어야만 나갈 수 있다", "이곳은 세상도 아니다", "모두 미쳐가고 있다" 등 처절한 심정이 드러나는 글이 이어진다.

시사 프로그램 '추적24시'의 간판 PD로 승승장구하다 하루아침에 조작 방송 의혹으로 좌천된 나남수(이상윤). 오명을 씻고 프로그램으로 복귀하기 위해 고군툰투하던 찰나 의문의 수첩이 배달된다.

수첩 주인은 강수아.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일들이 적혀 있다. 누가, 왜 자신을 가뒀는지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다는 여자의 기록에 남수는 직감적으로 끌린다.

남수가 찾던 수아는 경찰서장을 살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 치료 감호소에 수감돼 있다. 수아를 조사하던 남수는 정신병원 화재 사고와 경찰서장 살인사건이 같은 날 일어난 걸 알게 된다.

수아는 "난 경찰서장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신병원에서 본 끔찍한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날, 보러와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으로 납치돼 감금되는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다.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폐가'(2010), '안녕?! 오케스트라'(2013)의 이철하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이 감독은 "특정 사건을 다루진 않았다"며 "좀 더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90분을 꽉 채운 내 스타일의 영화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몇몇 사설 정신병원의 폐해를 얘기한다. '정신보건법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에 따르면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

배우 강예원과 이상윤이 출연한 충격 스릴러 '날, 보러와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으로 납치돼 감금되는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주)오에이엘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의 법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따르는 조항이다. 2013년 서울정신보건지표 자료에 따르면 사설 정신병원에 입원한 국내 정신질환자의 73.5%는 자의가 아닌 강제입원에 의한 것으로 나와 있다.

정부가 환자의 입원비를 보조하는 현실에서 일부 사설 정신병원의 경우, 환자의 장기 입원을 통해서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감독은 "일부 사설 정신병원들이 사람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고 있다는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며 "강수아를 통해 약자를 대변하고 싶었다. 다만,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키기보다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 영화로 봐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날, 보러와요'는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준다. 길지 않은 상영시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점이 미덕이다. 수아가 갑자기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반전이 기다리는 후반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간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장면도 있다. 수아가 도망치는 장면,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는 부분,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섬뜩한 기분이 든다.

정신병원의 암울하고 폐쇄적인 분위기도 섬뜩하다. 끝을 알 수 없는 수아의 상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일상 공간과 끔찍한 정신병원이 함께 있다는 설정은 영화가 주는 충격을 배로 증가 시켰다.

극 후반부에 밝혀지는 반전에 대해선 평가가 갈릴 듯하다. 신선하기도 하지만 반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생뚱맞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강예원과 이상윤은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강예원은 정신병원에 감금된 여자의 불안한 심리를 준수하게 표현했다.

사설 정신병원 장원장 역의 최진호의 연기엔 엄지가 올라간다. 충무로 연기 베테랑인 그는 잔혹한 캐릭터를 더욱 잔혹하게 만들었다.

4월 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90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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