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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까지 베끼기' 총선 후보들 논문표절의 추억


입력 2016.03.31 18:23 수정 2016.03.31 23:53        이슬기 기자

주석 표기 누락이 다수, 띄어쓰기와 오자만 바꿔 표절

왼쪽부터 새누리당 오신환·문대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비례대표 후보.(자료사진) ⓒ데일리안

20대 총선을 2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은밀한'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서로에 대한 고발이 난무하는가 하면, 감춰뒀던 전과까지 줄줄이 모습을 보이는 판국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과거 석·박사 논문표절이다. 

최근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서울 관악을)이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표절 문제로 석사 학위를 취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됐다. 앞서 2009년 당시 오 의원은 '서울시 컬처노믹스 문화정책에 관한 연구 : 하이서울세스티벌과 예술창작공간 조성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작성했으나, 전체 90페이지 중 32페이지에 걸친 28군데에서 표절 의혹을 받으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고려대 측은 지난해 오 의원 논문의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집중적인 심사를 벌였고, 그 결과 타 논문을 인용한 후 출처를 누락하는 등의 부분이 확인되면서 결국 해당 논문을 취소 시켰다. 오 의원 측은 '실수'로 인용 부분을 누락했다며, 복잡한 재심 절차 대신 의정 활동에 전념키 위해 학위를 자진 반납했다고 해명했다. 

당초 4.13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당의 요청으로 인천 남동갑에 단수공천된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 역시 표절 논란에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는 앞서 2012년 국민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의 표절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산 사하갑에서 당선된지 9일만에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2014년 2월 복당했다. 이에 남동구갑 공천에서 탈락한 같은 당 예비후보들이 나서 "도덕적 결함이 있는 후보를 내리꽂았다"며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논문 2개 표절에 거짓 해명까지 문제가 된 의원도 있다.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경기 시흥갑)의 경우, 지난 2001년과 2004년 작성한 고려대학교 석-박사학위 논문 중 각각 기존 출간된 사회과학서적과 타 논문을 그대로 베낀 사실이 최근 보도됐다. 이에 대해 함 의원은 "문제가 된 논문은 경력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총선 후보로 출마한 당시 공보물에 해당 석사 이력이 포함돼 거짓 해명 논란도 일었다. 아울러 김종태 의원(경북 상주) 역시 학위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스스로 당 중앙윤리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에 윤리심의를 요청했으나 당 차원에선 아직 이렇다 할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현역 의원뿐이 아니다. 이른바 '용산참사' 당시 과잉 진압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석기 새누리당 후보(경북 경주)의 경우, 2007년 석사학위 논문인 '방범용  CCTV의 범죄예방효과 제고방안에 관한 연구'는 타 후보의 2006년 논문인 '방범용 CCTV 활용에 따른 기본권의 보호방안에 관한 연구'를 상당 부분 짜깁기했다. 특히 총 106쪽 가운데 78쪽에 달하는 분량에서 표절이 드러났고, 일부에선 영문 초록과 오자까지 그대로 옮긴 사실도 알려졌다.

도덕성에서 우위를 점해야 할 야당도 다를 바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자당 후보의 논문 표절 문제를 '관행'으로 두둔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더민주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을 받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지난 2007년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앞서 2004년 '중국 수학교육 과정의 내용과 구성 방식의 특징'이라는 논문은 같은 해 석사과정을 통과한 강모씨의 논문인 '중국의 수학교육 과정 분석 및 연구'와 토씨까지 같은 곳이 상당 부분 발견됐다. 

물론 박 교수는 당시 학교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이상이 없다고 소명이 됐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해당 문제를 대하는 당의 태도가 여론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홍창선 더민주 공천관리위원장은 "옛날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내가 보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논문을 써봤느냐. 옛날 사람들은 그 분야마다 다른데 제자와 같이 논문을 많이 썼다"고 두둔했다. 지난해 김명수 전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제자논문 표절 의혹'을 집중공략해 낙마시킨 더민주로서는 부인할 수 없는 자가당착인 셈이다. 게다가 비례대표 1번은 제1야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임을 상기할 때, 비판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1호' 인사이자 경기 용인정 후보로 나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지난 2013년 박사 논문 표절문제가 제기되자, 자신의 블로그에 "유학생이던 제가 쓴 논문에서 매우 부끄러운 표절 흔적을 발견하고 무척 당황스럽고 부끄럽다"며 "변명하지 않겠다. 실망하고 분노한 분들이 계시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리겠다"며 일부 표절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4선을 노리는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은 지난 2012년 한 언론사가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법적 절차까지 밟았다. 당시 해당 언론은 안 의원의 미국 북콜로라도주립대 박사 학위 논문('한국 골프 붐의 정치경제학 : 사회문화적 영향의 인식과 해석')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지만, 학교 측 논문 담당 교수는 해당 언론인에게 공식 소견서를 보내고 "15군데에서 거의 동일한 문구나 문장이 발생한 것은 학생이 그의 출처를 적절하게 알리지 않은 부분은 있으나, 이를 표절로 규정할 근거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2년 후 뒤늦게 해당 언론사에 기사삭제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급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논문의 출처가 누락된 만큼 "허위보도로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특히 당시 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은 안 의원과 같은 시기 논문 표절로 논란이 된 문대성 의원에 대해 "베끼거나 대필 수준의 논문으로 학위를 받아 교수직을 얻고 그를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된 당선자들은 책임져야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의원직 반납을 강하게 촉구한 바 있다. 

거대 양당의 논문표절 의혹을 비난하던 국민의당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 상록을)이 2002년 연세대 경제대학원 수학 당시 작성한 석사 논문('금융안전망 체계의 발전방안 연구 : 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 역할을 중심으로') 한 페이지는 같은 해 발표된 '국내은행의 지배구조' 논문을 표절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는 해당 논문에서 띄어쓰기와 오타 삭제만 한 뒤 내용을 그대로 따왔다.

아울러 같은 지역에 출마한 김철민 더민주 후보는 상대 선수인 김 의원 측으로부터 석사위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받았다. 김 후보가 2008년 한양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작성 시 타 논문을 베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 측이 한양대에 김 후보의 표절 의혹을 제보함에 따라 대학 측은 최근 예비조사위원회를 꾸려 표절 여부에 대한 검증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참고자료의 주석을 일부 표기하지 못했는데, 표절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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