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가치 지켰지만 이재만 공천 배제 벌 달게 받겠다"
"반기문 대권 뜻 있으면 맞는 정당 들어가 당당히 활동해라"
유승민(대구 동을)·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의 지역구 무공천을 선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해당 지역에서 단수추천을 받았던 이재만·유재길 후보에게 유감의 뜻을 표하며 "벌이 내려진다면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공천 논란을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총선 이후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알렸다.
김 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마지막 지켜야 할 가치관을 지켰을 따름이지만 두 후보에게 정말 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유 후보는 회의장 입구에 나와 서서 김 대표의 무공천 지역 결정에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당초 이 후보 역시 지지자들과 함께 회의장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으나 이 후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 "지난 전당대회때 대구 초선의원 6명과 같이 저의 경쟁자(서청원 최고위원) 지지선언을 한 분"이라며 "반면 그의 경쟁자인 이 후보는 전당대회 때 나를 지지하고 도와줬던 사람이다. 내가 그 결정(무공천)을 할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라고 고백했다. 이 의원에 대해서도 "18대 공천에서 저를 공천받지 못하게 했던 그룹 중 좌장 역할을 한 분"이었다며 상향식 공천을 저버릴 수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당과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국가를 위하는 길은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과반수 이상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지 못하면 남은 대통령 임기가 아주 불행한 시간이 될 것이고 국민과 국가가 큰 어려움을 겪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두 후보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에 대해 "다 각오하고 결정한 것이다. 그런 벌이 내린다면 달게 받겠다"며 "공천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당대표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 모든 문제에 대해선 당대표인 내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총선을 놓고 국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던 김 대표는 "나는 이미 마음을 결심한 바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국민공천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해서 당의 분란이 있었고 언론보도에는 정신적 분당사태까지 표현됐는데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이번 선거 승패에 관계 없이 총선이 끝나면 마무리를 잘 짓고 사퇴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끊임 없이 김 대표 사퇴설과 조기 전당대회설이 이어져왔으나 본인이 직접적으로 사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 대표는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며 "계파 갈등의 구조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다. 총선 이후 시간이 길게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대권을 노리고 결정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새누리당 규정상 대선 출마자는 선거 1년 6개월 전(오는 5월 19일)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하는데 그 기간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내 입으로 한 번이라도 대권을 말한 적이 있나. 아직까지 대권에 대해서 내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며 "총선을 앞두고 대권을 얘기해서 되겠나. 다른 방향으로 질문해 달라"고 회피했다.
박 대통령 언급 극도로 꺼린 무대, 반기문엔 "정체성 맞는 정당 골라야"
김 대표는 이날 회의 내내 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렸다. 사실상 공천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날을 세워 온 김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속내를 쉽사리 꺼냈다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서인 듯 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했는데 대구 동구을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둔 것에 대해 대통령에 미안한 마음이 있진 않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대통령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고 했고 "대통령 관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웃으며 요청하기도 했다.
당청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에는 "부족함을 다소 느끼고 있다. 이 정도만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과 관계를 두고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지적에는 표정을 굳히며 "강을 건너지 않았다"고 빠져나갔다. 향후 대통령과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권은 새누리당의 정권이고 한 몸이다. 대통령의 성공이 우리 당의 성공임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짧은 대통령 임기 동안 이루려는 정책에 대해서 당이 항상 앞장서서 추진했다. 이는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 대통령의 장단점을 묻자 "내가 말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입을 닫았다.
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서는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김 대표는 "여야 막론하고 대통령 감이 잘 안 보인다"며 "반 총장이 생각이 있으면 자신과 정체성이 맞는 정당을 골라서 당당히 활동하길 바란다. 새누리당은 환영한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택해 당에 들어와 활동하면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 반 총장과 접촉하며 그런 뜻을 전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토론회 내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난감한 질문이 불편했던지 기자들과 만나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 기자가 대표직 사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묻자 "아까 다 말을 했는데 왜 같은 질문을 하냐"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가 대구 일정이 예정돼 있어 "혹시 유 의원을 만날 일이 있냐"고 묻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당대표가 어떻게 무소속 후보를 만나나"고 얼굴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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