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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가치 지켰지만 이재만 공천 배제 벌 달게 받겠다"


입력 2016.03.30 20:58 수정 2016.03.31 06:12        문대현 기자

"반기문 대권 뜻 있으면 맞는 정당 들어가 당당히 활동해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초청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승민(대구 동을)·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의 지역구 무공천을 선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해당 지역에서 단수추천을 받았던 이재만·유재길 후보에게 유감의 뜻을 표하며 "벌이 내려진다면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공천 논란을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총선 이후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알렸다.

김 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마지막 지켜야 할 가치관을 지켰을 따름이지만 두 후보에게 정말 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유 후보는 회의장 입구에 나와 서서 김 대표의 무공천 지역 결정에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당초 이 후보 역시 지지자들과 함께 회의장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으나 이 후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유승민 의원에 대해 "지난 전당대회때 대구 초선의원 6명과 같이 저의 경쟁자(서청원 최고위원) 지지선언을 한 분"이라며 "반면 그의 경쟁자인 이 후보는 전당대회 때 나를 지지하고 도와줬던 사람이다. 내가 그 결정(무공천)을 할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라고 고백했다. 이 의원에 대해서도 "18대 공천에서 저를 공천받지 못하게 했던 그룹 중 좌장 역할을 한 분"이었다며 상향식 공천을 저버릴 수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어 "당과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국가를 위하는 길은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과반수 이상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지 못하면 남은 대통령 임기가 아주 불행한 시간이 될 것이고 국민과 국가가 큰 어려움을 겪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두 후보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에 대해 "다 각오하고 결정한 것이다. 그런 벌이 내린다면 달게 받겠다"며 "공천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당대표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 모든 문제에 대해선 당대표인 내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총선을 놓고 국민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던 김 대표는 "나는 이미 마음을 결심한 바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국민공천제를 실시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해서 당의 분란이 있었고 언론보도에는 정신적 분당사태까지 표현됐는데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이번 선거 승패에 관계 없이 총선이 끝나면 마무리를 잘 짓고 사퇴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끊임 없이 김 대표 사퇴설과 조기 전당대회설이 이어져왔으나 본인이 직접적으로 사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 대표는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며 "계파 갈등의 구조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다. 총선 이후 시간이 길게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대권을 노리고 결정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새누리당 규정상 대선 출마자는 선거 1년 6개월 전(오는 5월 19일) 모든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하는데 그 기간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내 입으로 한 번이라도 대권을 말한 적이 있나. 아직까지 대권에 대해서 내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며 "총선을 앞두고 대권을 얘기해서 되겠나. 다른 방향으로 질문해 달라"고 회피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초청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박 대통령 언급 극도로 꺼린 무대, 반기문엔 "정체성 맞는 정당 골라야"

김 대표는 이날 회의 내내 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렸다. 사실상 공천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날을 세워 온 김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속내를 쉽사리 꺼냈다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서인 듯 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했는데 대구 동구을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둔 것에 대해 대통령에 미안한 마음이 있진 않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대통령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고 했고 "대통령 관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 질문하지 말아달라"고 웃으며 요청하기도 했다.

당청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에는 "부족함을 다소 느끼고 있다. 이 정도만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과 관계를 두고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지적에는 표정을 굳히며 "강을 건너지 않았다"고 빠져나갔다. 향후 대통령과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권은 새누리당의 정권이고 한 몸이다. 대통령의 성공이 우리 당의 성공임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짧은 대통령 임기 동안 이루려는 정책에 대해서 당이 항상 앞장서서 추진했다. 이는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 대통령의 장단점을 묻자 "내가 말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입을 닫았다.

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서는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김 대표는 "여야 막론하고 대통령 감이 잘 안 보인다"며 "반 총장이 생각이 있으면 자신과 정체성이 맞는 정당을 골라서 당당히 활동하길 바란다. 새누리당은 환영한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택해 당에 들어와 활동하면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 반 총장과 접촉하며 그런 뜻을 전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토론회 내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난감한 질문이 불편했던지 기자들과 만나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 기자가 대표직 사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묻자 "아까 다 말을 했는데 왜 같은 질문을 하냐"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가 대구 일정이 예정돼 있어 "혹시 유 의원을 만날 일이 있냐"고 묻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당대표가 어떻게 무소속 후보를 만나나"고 얼굴을 붉혔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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