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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폭행' 미스터피자 회장 사과문에 숨은 꼼수?


입력 2016.04.05 10:49 수정 2016.04.05 11:15        임소현 기자

첫 화면서 찾아볼 수 없는 사과문…두루뭉술 표현, 짧은 분량도 논란

미스터피자 홈페이지 첫 화면 캡처. 사과문은 게재돼있지 않고 광고가 표시된다. 화면의 '홈페이지 바로가기'를 클릭해야 메인화면으로 연결된다.

미스터피자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첫 화면에서 '홈페이지 바로가기'를 클릭해야만 비로소 이 화면이 나타난다.
'
경비원 폭행 혐의'로 입건된 MPK그룹 정우현 회장이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메인화면에서 한번 더 '클릭'해야 볼 수 있는 등 문제가 지적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특히 7줄에 불과한 사과문에는 '저의 불찰', '책임을 통감' 등 본질을 짚는 내용이 아닌 두루뭉술한 표현만을 사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 홈페이지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의 MPK그룹 소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가려다 문이 잠겨있자 이 건물 경비원 황모 씨의 뺨을 두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과문에서 정 회장은 "저의 불찰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며 "많은 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정우현"이라는 이름을 하단에 실었다.

하지만 통상 사과문은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바로 볼 수 있도록 메인화면에 팝업을 띄우는 것과 달리 미스터피자 홈페이지 첫 화면은 영상 광고와 사진 광고만 있을 뿐 사과문을 찾아볼 수 없다.

사과문을 보기 위해서는 이 첫 페이지에서 '홈페이지 바로가기'를 클릭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교묘하게 사과문을 숨기는 '꼼수'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여기에 사과문 내용도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자세한 상황 설명이나 해명 없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사과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 측은 CCTV 분석 전 "실랑이는 있었으나 폭행은 없었다"고 단언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몇시간 후 경찰은 CCTV 영상 확인 결과 폭행 혐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 회장에게 오는 7일까지 출석을 요구했다.

이처럼 폭행 사실을 감추려 했다가 번복했음에도 어떠한 해명도 없이 '죄송하다' '반성한다' 등의 표현만으로 사과문의 진실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친필로 사과쪽지를 쓴 후 직접 전달을 시도한 바 있고 지난달 '운전기사 폭행 혐의'를 받았던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공개석상에서 직접 고개 숙여 사과한 바 있다.

이처럼 기업 운영진들의 이른바 '갑질'과 사과의 반복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 회장의 '성의없는 사과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는 "직원이 써줬겠지 지가 썼겠나", "아직도 겁대가리 상실한 회장이 있다니..", "그만한 자리에 있으시면 덕이라는 것 좀 쌓으시지", "저 회장 당장 구속수사 왜 안하죠" 등의 댓글이 올랐다.

아울러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에서도 "정 회장과 MPK그룹이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규탄 기자회견에 나서기로 했다.

미가협은 "정 회장을 대신해 피해자와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단지 경제력과 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폭행하고 폭언을 일삼는 갑질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고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의 과거 갑질과 상생협약 파기, 치즈가격 폭리 등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오는 6일 3시 MPK그룹 본사 앞에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가협에 따르면 과거 정 회장은 최모 미스터피자 가맹점주에게 "너는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넌 패륜아다"라는 등의 폭언을 일삼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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