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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회장님 대신'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 "죄송"


입력 2016.04.06 17:05 수정 2016.04.07 07:57        임소현 기자

매출 반토막에 MPK그룹 본사 앞 집회서 "정 회장도 신속한 사과하라"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가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MPK그룹 본사 앞에서 정우현 회장의 폭행 논란에 대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사건 이후 매출이 반토막 이상 줄었습니다. 저희 매장에만 30여명, 총 400여 가맹점의 1500명에 이르는 힘없는 직원들, 아르바이트생들이 실직 위기에 놓였고, 매장을 유지할 수 있을 지조차 확신이 없는 상황입니다. 감정적인 대응인 불매운동은 자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들일 수도, 아들의 친구일 수도 있는 가족이라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미가협)는 6일 오후 3시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MPK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우현 회장을 대신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며 "정 회장에게도 신속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가맹점주 사이에서 발언자로 나선 미스터피자 온양점주는 13년째 점포를 운영해왔지만 최근 정 회장의 '경비원 폭행 논란'으로 갑자기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이 점주는 "불매운동이 번지고 기사화, 이슈화 되면서 점포 입장에서는 굉장한 타격을 입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가맹점주는 30명 남짓. 이마저도 처음 참석하기로 한 100명에 비하면 적은 수다. 이번 논란이 대대적인 언론 보도를 타자 일이 더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가맹점주들이 집회 참석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대한외식프랜차이즈점주협회 대외협력실장은 "모두 그냥 작은 피자집의 사장님들일 뿐인데 이같은 관심이 두려움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다보니 많은 가맹점주들이 앞에 서기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가맹점주들은 '진정성있게 사과하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취재진 앞에 섰다. 이들은 정 회장을 대신해 허리를 숙이고 사과했다.

23년째 미스터피자 당산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정우 점주는 "갑질에 폭행까지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불매운동으로 점점 내몰리는 중"이라며 "한 사람의 잘못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매운동은 하지 말아주시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며 "정 회장께서는 아직도 사과를 안 하고 있는데 진심어린 사과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가 6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MPK그룹 본사 앞에서 정우현 회장의 폭행 논란에 대한 사과 집회를 연 후 항의방문을 위해 들어간 입구 모습. ⓒ데일리안
이들은 20여분에 걸친 규탄 집회 끝에 항의방문을 위해 본사 안으로 들어섰다. 통상 항의방문은 대표자들로 구성된 소수 인원이 행하는 것과 달리 이 자리에서는 가맹점주들이 모두 본사로 향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외부 일정으로 사무실을 비운 상태고, 가맹점주들은 지하 강당에서 본사와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MPK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은 원래 출근은 하시는데 지금은 외부 일정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태"라며 "피해자에게 직접 문자와 전화를 했지만 답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향후 피해자 경비원 황모 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할 계획이다. 현재 정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한 사과문을 게시한 상태다.

김 실장은 "항의방문에 대한 거절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건 말고도 상생 협약을 거의 지키지 않는 등의 문제로 무기한 집회가 예정돼있었는데 이번 논란으로 너무 큰 피해가 오다보니 무기한 집회는 보류하고 사과 집회를 진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는 정 회장의 과거 폭언, 상생협약 파기, 치즈가격 폭리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미가협 측에 따르면 과거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 최모 가맹점 주에게 "너는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넌 패륜아다" 등의 폭언을 했다. 또한 전국 가맹점에 발송한 공문에서 '금치산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식자재 카드 결제 가맹점주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MPK그룹 측은 "폭언 부분은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며 "금치산자라는 표현은 가맹점주들을 깎아내리는 의도가 아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는 표현을 하다보니 사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가협 측은 포스(계산기) 계약 시 공개입찰로 진행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약속했지만 250여만원에 이르는 포스를 본사 임의로 수의계약하고 통보했다고 주장했으며, 치즈가격은 유가공업체와 직접 거래시 7만원(10kg기준)대이지만 친인척 관계사에서 공급받으며 9만2950원이라는 과도한 금액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MPK그룹 관계자는 "포스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 문제가 있었지만 이후에 모두 해결된 문제"라며 "치즈가격은 지난 2월 2000원 인하한 가격으로, 업계에서는 최저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미스터피자는 지금 업체 두 곳에서 치즈를 공급받고 있는데 이 중 한 곳이 친인척사"라며 "두 곳이 공급 비중이 거의 같고 가격도 같은데 그렇다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최근 불거졌던 정 회장의 자서전 '나는 꾼이다'의 강매 논란에 대해서도 가맹점주 측과 본사 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MPK그룹 측은 "광고비에서 일정 부분 사용했다는 것은 책에 미스터피자 홍보 효과가 있는 이야기가 포함돼 일부 구매에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할당같은 강매는 전혀 없었지만 그렇게 느꼈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의 MPK 소유 식당인 식탁 하늬솔점에서 식사를 한 후 문이 잠겨있다는 이유로 이 건물 경비원 황 씨의 뺨을 두 차례 내리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오는 7일까지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MPK그룹 관계자는 "출석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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