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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식당 13인 탈북동기, '대북제재'가 아닌 '한류' 왜?


입력 2016.04.11 18:19 수정 2016.04.12 14:02        목용재 기자

통일부 탈북동기 자료, '한류' 접한 경험담 수두룩

"탈북자 13인 단체로 책잡힐 일 벌여 당국 추궁 가능성"

해외 북한 식당의 종업원 13명이 지난 7일 입국했다.(자료사진)ⓒ통일부

지난 7일 중국 현지의 북한 류경식당의 종업원 13인이 탈북한 원인을 '대북제재의 효과'라고 정부가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탈북자 구호 사업을 벌이는 운동가들은 대북제재의 효과보다는 한류의 영향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동기 및 심경'이라는 자료를 통해 밝힌 이들의 탈북 동기 첫 번째로 "최근 대북제재가 심화되면서 북한 체제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보고 희망이 있는 서울로 탈출하게 됐음"이라는 언급을 내놨다.

지난 8일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긴급브리핑을 통해 "대북제재 국면에서 집단탈북이 이뤄졌다는 상황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발표했다. (대북)제재에 대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북제재 효과'를 이들의 탈북동기로 평가했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탈북 동기와 관련된 언급은 '한류'와 해외 문물을 접한 경험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 나온 후 자유로운 모습을 동경했다", "한국 TV 및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점차 인지하게 됐다", "한국 영화를 통해 한국의 현 실태와 문화수준을 알게 됐다", "현지에서 여행을 다니고 TV를 보면서 바깥 세상에 대해 알아가면서 한국 생활에서 노력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매체를 통해 북한과 다른 세상을 접하게 되면서 한국에 대한 동경과 한국행을 희망하게 됐다" 등을 탈북 동기로 밝혔다.

탈북자 구호 사업을 벌이는 운동가들은 13인의 남성 지배인과 여성 종업원들이 집단·지속적으로 한국 드라마·영화 등 문물을 접했고, 이를 통제해야 하는 책임자가 이를 묵인했다가 북한 당국의 추궁 때문에 탈북을 결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탈북한 13인의 종업원 가운데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한국 등 외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11일 '데일리안'에 "남성 지배인이 여성 종업원들이 외부 TV나 드라마,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 굉장히 관대하고 이들을 잘 챙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손님들로부터 받은 팁도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드라마, 영화를 보는 것도 통제하지 않고 눈감아 줬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여기에 지배인은 북한 당국으로부터의 외화벌이 압박에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고, 여성 종업원들이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을 본것에 대해 보고하지 않은 것도 드러나 12명의 여성 종업원들도 이에 엮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배인의 주도로 13인이 집단적으로 탈북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외로 나간 북한 주민들은 한국 문물을 접했다는 이유로 본국으로 강제 귀국조치 당해 처벌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북한 요덕 수용소에 수감된 바 있는 정광일 노체인 대표에 따르면 당시 해외 유학생들이 한국 잡지를 읽었다는 이유로 잡혀 들어왔다.

정 대표는 "해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한국 문물을 접한다는 것은 매우 엄중한 일이다. 내가 수감돼 있었을 당시 유학생들이 많이 잡혀왔는데 그들은 한국의 잡지를 봤다고 잡혀온 케이스"라면서 "이번에 탈북한 사람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인데 대북제재의 영향을 느끼겠나. 대북제재의 효과라기보다는 그 식당의 종업원들이 집단적으로 책잡힐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 가면 중국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게 USB에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을)담아서 주기도 했다"면서 "다시 그 식당에 찾아가면 종업원들이 다른 (내용물이 담긴) USB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건은 북한 당국이 이와 관련해 책임추궁이 들어오자 위험하다는 판단을 하고 이에 연루된 사람들이 모두 탈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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