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당선, 대구도 '지역갈등' 깨부수기 한걸음
31년 만에 대구에서 야당 의원 탄생, 김부겸 차기주자 부상?
대구 수성갑에서 펼쳐진 20대 총선 여·야 잠룡 간 대결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31년 만에 야당(진보정당)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으로 그 자체로서 의미가 상당한 일로 평가된다.
이로써 김부겸 후보는 16·17·18대에 이어 4선에 성공했다. 경기 군포에서만 3선을 한 그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돌연 대구행을 선택했고 19대 총선,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의 아픔을 느꼈지만 세번째 도전만에 당선증을 손에 쥐게 됐다.
김 후보는 당선소감문에서 "정통 야당 출신으로는 1985년 이후 31년 만, 소선거구제하에서는 1971년 이래 45년 만에 대구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며 "라고 밝혔다.
그는 "여야 협력을 통해 대구를 다시 한 번 일으켜 세우라고 대구시민이 명령했다. 나 김부겸, 그 명령에 순명하고 자세를 낮추겠다"라며 "지역주의 완화와 함께 한국 정당의 기득권화된 일당지배가 경쟁체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에서 새로운 정치, 보다 책임성이 높은 정당체제가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정치를 넘어 여야가 협력할 때는 협력하고 싸울 때라도 분명한 대안을 내놓고 싸우는 정치를 하겠다"며 "더 이상 지역주의도, 진영논리도 거부하겠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4년 간 지역 기반 다져온 김부겸, 대구시민 마음 움직여
김 후보의 당선은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대구국민학교와 대구중학교, 경북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군포 국회의원이 됐다. 17대에선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선됐고 18대도 군포의 주인은 변함 없었다.
그러나 그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안정적이었던 군포를 포기하고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한 정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변화와 개혁의 문을 열겠다는 일념으로 귀향했다. 수성갑에 나선 그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과 쉽지 않은 게임을 벌였지만 4만 6413표를 얻어 유효표의 40.4%를 득표, 선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당시 3선의 이 의원과의 표차는 1만 4000여표에 불과했다.
김 후보로서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향후 재도전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엿 본 선거였다. 굴하지 않고 지역에서 민심을 살펴 온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나서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와 본선에서 맞붙었다. 이 대결에서도 그는 40.3%를 얻는데 그쳐 눈물을 삼켜야만 했지만 수성갑에서는 50.1%를 획득해 오히려 권 후보를 앞섰다. 그렇게 김 후보의 꿈은 점점 커져갔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구에서만 세 번째 도전을 하는 그의 분위기는 밝았다. 선거사무소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 김 후보의 기분을 대변하는 듯 했다. 지난 3일 '데일리안'이 김부겸 캠프를 방문했을 때 그 곳의 분위기는 밝았고 관계자들은 선거를 즐기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매시장에서 만난 한 30대 상인은 "김문수의 출마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려는 꼴"이라며 김부겸 후보를 지지했으며 50대 이모 씨도 "동서화합 차원에서도 이번엔 김부겸이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골목을 누비며 유권자들과 직접 눈을 마주쳐 온 것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반응이었다.
김 후보 측은 끝까지 안심하지 않았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상황이었지만 김 후보 측 관계자는 "대구 시민 중 마음을 새누리당으로 이미 갖고 있는 분들은 어쩔 수 없다. 그 표를 못 잡으면 어렵다.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 줄 모르니까 계속 긴장하고 있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김 후보의 손을 놓지 않았다.
지역주의의 붕괴…김부겸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나?
전문가들은 김 후보의 당선에 대해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 정치사에 있어서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래도록 이어져왔던 정치에 있어서 지역주의의 벽이 무너지는 시작점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부겸의 승리는 전라도 순천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된 것보다 100배 이상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입을 열었다. 대구는 보수 권력의 핵심지에서 김부겸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은 대구가 정치적으로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핵심적 권력구조가 균열이 생긴다는 것은 지역주의 정당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앞으로 선거에서 각 정당은 지역, 이념 대결이 아니라 정책대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도 "현 정권의 심장이라고 하는 대구에서 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가 창출된 것"이라며 "여권의 대구와 야권의 광주가 갖고 있던 여야의 균형 추의 변화가 일정 부분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후보가 4선 의원이 돼 정치적으로 더 큰 꿈을 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4선 의원이 된다는 것은 중진을 넘어 원로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야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강력하게 떠오를 수 있다"며 "또한 앞으로 야당에서 김부겸을 중심으로 하는 계파가 생길 수도 있다. 야권 정계개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소장은 "만약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에서 완패해서 대권후보에서 밀려난다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만이 남게 되는데 그렇다면 김부겸의 당선은 대권 구도에 판을 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